[인터뷰 / 오세훈 서울시장]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 등 발족, 창의력 바탕의 업무로 시민들에게 감동과 행복 선사할 터

누구는 오세훈 시장을 ‘바람의 아들’이라고 한다. 지난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본선에서 돌풍의 위력을 보인 ‘오풍(吳風)’에 비유해서다. 그런 이면에는 오 시장이 ‘급조된 시장’, ‘행정경험이 없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이 한 터럭 남아 있다.

그런데 오 시장이 취임하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은 팍팍한 시집살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오 시장의 강행군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기존의 간섭없는 편안한 옷 대신 거의 매일 땀내나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물은 아직 없지만 오 시장이 생각하는 ‘목표 고지’가 어렴풋이 감지됐고 서서히 적응도 돼 간다고 한다.

오 시장의 서울시는 역대 시장과는 다른 컨셉으로 시정을 펴고 있다. ‘상상’,‘창의’라는 생소한 개념으로 서울시정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시민을 주인으로 참여시키는 것.

대한민국의 얼굴인 서울.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표방한 오 시장은 대체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를 16일 오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만났다.

- 취임한 지 45일이 지났는데 소회를 말한다면.

“지난 40여 일간 시정을 파악하고 새 틀을 짜는데 주력하면서 서울시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한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주말까지 업무보고를 받고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과 함께 ‘뭔가 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상징이고 미래다. 서울의 10년, 20년 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각오다. ‘서울시장 자리엔 임기가 있지만 서울시정엔 임기가 없다’는 생각으로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말보다는 내용에 충실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시장이 되고자 한다.”

- 서울시장 후보 때 공약한 것들과 취임 후 파악한 시정들 간에 갭(gap)은 없는가.

“선거운동 때부터 매니페스트 공약이라고 해서 실현 가능성과 예산의 뒷받침 등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공약을 내놨기 때문에 갭은 거의 없다.

다만 실무적으로 세운상가, 동대문운동장 공약과 같이 공약을 마련할 때에 비해 저항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있다. 때문에 원래 구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서울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시정을 펴나갈 계획이다.”

- 서울시정 중 특히 중점을 두는 분야는.

“선거할 때는 불가피하게 몇몇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방점을 두었지만 현재는 서울시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궁극적으로 서울 시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바탕이 되는 시스템의 변화와 공무원의 인식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내부 변화를 위해 흔히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시스템을 타개할 수 있는 동인을 찾았는데 나는 그것을 ‘상상력’,‘창의력’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를 발족해 창의력을 바탕으로 시정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하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

흔히 ‘생각이 사람을 바꾸고 , 사람은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시정의 최종 목표는 내가 담당하는 업무를 어떻게 창의적 발상을 통해 개선함으로써 서울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보여주고 삶의 질,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상상’,‘창의’는 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업무개선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시민을 위한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있다. 새로 도입한 신인사, 신감사 시스템도 과거 적발, 불이익 대신 인센티브 위주로 운영해 ‘창의’를 통한 업무 개선을 이룬 공무원에게 업적 포인트를 부여해 인사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시정의 또 다른 축은 시민이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시정을 펴기 위해 1,000만 시민의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상상력이 담긴 정책제안을 받아들이는 ‘천만 상상 오아시스’라는 포털 사이트를 개설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하고 있다.

공무원(시스템)과 시민을 시정의 두 축으로 해서 창의력을 바탕으로 시정을 바꾸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감동,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가장 큰 시정철학이다.”

- '창의','상상'과 관련해 내부에서 나온 구체적인 안이 있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나와서 고민일 정도다. 지금까지 창의력에 바탕한 제안들이 1만 건 이상 들어와 전체를 스크린하고 있다. 공정한 평가를 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후보일 때나 현재도 시정에서 유독 '문화'를 강조하는데 왜 '문화'인가.

“서울 시정에서 ‘문화’는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기반이다. 강북도심개발, 강남북균형발전, 대기질 개선, 교통, 복지, 노들섬을 포함한 한강르네상스프로젝트 등 시정의 큰 그림들은 ‘문화’라는 상징으로 집약될 수 있는 것들이다.

문화에 대해 상당수 시민들이 갖고 있는 오해는 문화란 무언가 즐기는 것, 그래서 여유았는 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 그리고 시급한 경제에 비해 부차적이라는 느낌 등이 있다. 그러나 문화는 ‘경제’이며 ‘산업’이다. 서울의 경우 제조업 비중은 1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서비스업이다. 문화를 컨셉으로 한 산업으로 승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 넘어온 구조변화도 문화에 무게를 두게 한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그만큼 문화산업은 21세기 성장엔진인 것이다. 예컨대 관광의 경우 작년 한국을 찾은 관광객 600여 만 명 중 480여 만 명이 서울을 방문했다. 관광은 취업유발지수가 다른 산업의 2배 이상이다. 관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외화획득도 할 수 있다. 패션의 경우도 동대문운동장을 패션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이 구상이 실현되면 동대문시장이 아시아 의류의 메카가 돼 현재 상인들의 수입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래서 ‘문화’를 시정의 핵심 코드로 삼았고 이를 위해 서울의 브랜드파워를 강조하고 있다. 서울의 브랜드파워는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좋은 밑천이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시 문화부의 위상을 높여 핵심공약을 실천할 3개 태스크포스팀의 하나인‘경쟁력강화기획본부’의 장이 문화국장을 겸임토록 했다.”

- '잃어버린 수명 3년을 찾아드리겠다'며 서울의 환경, 특히 대기질 개선을 공약했는데 그 방법이 뭔가. '교통환경부담금'에 대해 반론도 만만찮은데···.

“서울의 대기질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아토피 등 신종 피부질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외국 관광객이 지적하는 서울의 부정적 인식 대상 1,2 위는 교통과 대기질이다. 대기질 개선은 서울 시민의 삶의 질이나 서울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기질 개선을 위한 매연저감장치 부착은 이미 샌프란시스코, LA, 도쿄 등 선진국에서 효과를 본 예가 있어 일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사업을 미루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교통환경부담금 문제도 교통수요관리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매연저감장치 부착과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되, 합리적인 제한에 따르지 않는 차량에 한해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 용산공원 조성 문제로 정부와 서울시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해결책이 있나.

“서울 시민들은 이전하는 용산 미군부지에 대해 근간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는 거액의 이전 비용을 보충할 재원마련을 위해 ‘용산 민족ㆍ역사공원 조성 특별법안’에 근거 주상복합건물 건설 등 용도변경을 강행할 태세이다.

이전 비용이 관건이라면 서울시는 대체 입지 등 성의를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용산공원 조성 문제는 어차피 건교부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먼저 정부에서 안을 제시하면 우리도 구상하는 안을 밝힐 생각이다.”

- 용산 미군기지 이전 부지 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무엇인가.

“중앙정부 계획에 따르면 용산기지에 고층의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공원을 병풍처럼 둘러싸게 돼 용산기지는 고소득층의 한정된 시민이 독점하는 ‘부자들의 안마당’이 될 것이다.

용산기지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마지막 녹지대로 역사의 의미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이를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 세대의 의무이고 꼭 개발할 필요가 있다면 후세에게 여지를 주는 게 역사의 맥락에서나 도의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 뉴타운 사업을 비롯한 도심부활프로젝트나 강남북균형발전에서 보듯 '강북'과 '균형'을 강조하는데.

“주거환경이나 삶의 질에서 평균적으로 강북이 강남에 비해 낙후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강북에 비중을 두는 것이고 ‘균형’은 삶의 질에 맞추고 있다. 그중에 교육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강북에 자립형 사립고를 추진하고 있으며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나 신청사 문제 등 시정에서 이명박 전 시장과 차별화를 하는 듯한데 그런가.

“서울 시정은 수백, 수천 가지인데 그중 극히 일부분에 차이를 보이는 것을 두고 이명박 전 시장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시정을 계승하면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는 한강을 재설계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상암동 월드컵공원, 뚝섬숲과 함께 서울의 ‘랜드마크’로 활용하려고 한다. 또 레포츠, 엔터테인먼트 개념을 보완해 ‘아트 콤플렉스’ 기능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서울 신청사 역시 주변 고궁 등과 어울려 ‘문화 서울’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 벤치마킹하거나 그럴 만한 도시를 꼽는다면.

“두바이와 라스베가스다. 두바이는 사막의 작은 어촌에 불과했으나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사막을 물류, 관광, 금융서비스 허브로 탈바꿈해 세계인이 찾는 ‘중동의 진주’가 됐다. 라스베가스 역시 상상력을 극대화해 ‘문화’ 컨셉을 도입,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두 도시의 장점을 수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서울 시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시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