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차 당대회 앞두고 세대교체 중심인물에 관심 집중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6기 6중전회)의 의제는‘화해사회(和諧社會 : 조화사회)의 건설이다. 17차 당대회(17대)를 한 해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이 주장해 온 노선을 의제로 채택한 것.

화해사회 건설 주장은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집권 이래 장쩌민(江澤民)을 거치면서 줄곧 견지돼 온 발전 중시의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중앙당교의 예두추(葉篤初) 교수 같은 이는 16기 6중전회가 38년 6기 6중전회와 81년 10기 6중전회에 비견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기 6중전회는 코민테른을 추종한 왕밍(王明)의 노선을 우경투항주의로 비판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소련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10기 6중전회는 문화대혁명과 무산계급혁명 이론을 철저히 부정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낭만적이며 끔찍한’ 극좌노선과의 작별 무대였다.

이번의 16기 6중전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제5세대의 부상이다. 8월 초 중국공산당은 당과 정부 고위 간부의 종신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는 앞으로 6년6개월 여 뒤인 2013년 3월 지도부가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모두 퇴진한다는 예고다.

이러한 전면적 세대교체를 차질 없이 이루기 위해서는 제5세대의 중앙진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내년 하반기에 있을 17대에 앞서 상당수 5세대 인사가 중앙 요직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상하이방(上海幇)에 대한 후진타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것은 이들이 차지할 자리를 시급히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6중전회는 노선전환과 함께 5세대가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하이방이 비우게 될 자리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의 이른바‘단파(團派)’와 공산혁명 원로들의 자녀들인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5세대의 최고 지도부와 관련, ‘총서기 리커창(李克强)-총리 보시라이(薄熙來)’라는 인사안이 떠돌고 있는데 리커창과 보시라이는 각각 단파와 태자당의 선두주자이다.

리커창은 현재 랴오닝(遼寧)성 서기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6중전회에서 중앙 요직 진출이 점쳐지고 있다. 덩샤오핑의 오랜 친구인 보이보(薄一波)의 둘째 아들 보시라이는 랴오닝성 성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무원 상무부장으로 있다. 총리 수습과정을 밟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단파로 주목되는 인물로는 오랫동안 후진타오의 비서로 일해 온 링지화(令計劃), 충칭(重慶)시 서기 왕양(汪洋), 지린(吉林)성 서기 왕민(王珉), 장쑤(江蘇)성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朝), 상하이 시장 한정(韓正), 칭하이(靑海)성 서기 자오르제(趙樂際) 등이 있다.

공청단과 관계를 맺은 바는 없지만 후진타오와 동향인 안후이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범(汎) 단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추보(儲波) 네이멍구(內蒙古)서기가 있다. 리커창, 왕양, 왕민 역시 안후이성 출신으로 후진타오와는 공청단 외에 지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태자당의 주목되는 지도자 후보군에는 보시라이 외에 왕치산(王岐山) 베이징(北京) 시장과 시진핑(習近平) 저장(浙江)성 서기가 눈에 띈다. 왕치산은 전 부총리 야오이린(姚依林)의 사위이고 시진핑은 정치국위원과 전인대 상무부위원장을 지낸 시중쉰(習仲勛)의 아들이다.

이들 5세대 예비 최고지도부 인물들은 1949년생인 보시라이 한 명을 빼놓고는 모두 1950년대 생이다. 모두 건국이후 세대이다.

이들 중에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고학력자가 많고, 이공계가 압도적인 제4세대와 달리 인문계통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리커창은 경제학 박사이고 시진핑, 리위안차오는 법학박사이다. 왕민은 기계제조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보시라이는 신문학 석사, 왕양은 공학 석사, 한정은 경제학 석사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5세대의 선두인 리커창과 보시라이가 모두 베이징대의 인문학과를 나왔다는 점이다. 제 4세대 최고지도부에서는 베이징대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리커창은 법학과, 보시라이는 역사학과를 나왔다. 왕치산과 시진핑은 4세대의 주류 학맥인 칭화대학 출신이다. 이공계와 인문계,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화해(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재준 객원기자·중국문제 전문가 hufs8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