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엔자오'로 지칭하며 우리의 역사적 연고권 외면, 일본의 독도분쟁화 연상 전략

▲ 이어도에 설치된 한국해양과학기지.
지난 14일 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날 오후에 있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어도’에 관한 질의, 응답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문답록 끝까지 내려갔다가 역(逆)으로 스크롤을 하면서 관련 대목을 찾아냈다. ‘이어도’를 ‘쑤옌자오(蘇岩礁)’로 표기한 데다가 질문자가 ‘수단(蘇丹)’에 관한 질문을 덧붙여 처음에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상황이 짐작갔다. 이날 질문자는 중국 기자가 분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외교 브리핑에서 무언가를 알리고 싶을 때 국내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하도록 사전 조율하는 때가 적지 않다. 보통은 마지막 순간에 하는데 이번에는 중간에 질문이 이루어졌다. 중국 외교부의 작심(作心)이 읽히는 대목이다. 어쨌든 중국의 자문자답 속에 ‘이어도’는 없었다.

14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강조하고자 한 핵심내용은 이어도에서 (종합해양과학기지와 같은 구조물 설치 등) 한국이 취한 조치는 아무런 (국제)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이어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좋게 보아서 ‘솥뚜껑’이 ‘자라’가 되는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유엔 해양법 협약 제 121조 제 3항은 인간의 거주 또는 독자적 경제생활을 지탱할 수 없는 암석 경우 대륙붕과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가질 수 있는 섬에서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태평양 상의 오키노도리시마(沖の鳥島)에서 이 같은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오키노도리시마는 일본 도쿄로부터 1,740 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기점으로 EEZ를 설정했다. 오키노리시마 주위 100 km 이내에 그 어떠한 섬도 없기에 이는 일본에 일본 국토 면적(38만 ㎢)보다도 넓은 43만 ㎢ 면적의 EEZ를 안겼다.

그러나 오키노도리시마는 유엔 해양법 협약상 결코 EEZ를 가질 수 있는 섬이 아니다. 만조 때 가로 2 m, 세로 5 m 높이 0.7 m의 2인용 크기의 두개의 바위만 남기 때문이다. 직접 이해 당사자인 중국은 당연히 이를 ‘섬’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억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키노도리시마에 인공시설물을 설치했다. 만조 때 가까스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바위 주변에 철제 블록을 이용, 지름 50 m의 원형 벽을 쌓아 올리고 그 내부에 콘크리트를 부었다. 나아가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해양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인공섬’을 만들어 43만 ㎢의 EEZ를 지키겠다는 속셈이다.

우리 EEZ 내 위치, 해양과학기지 설치

이런 일본의 행태를 지켜 본 중국 입장에서 한국에 의해 해상구조물이 설치된 이어도는 또 하나의 ‘자라’가 될 위험성이 있다. 이어도는 가장 얕은 곳은 수심 4.6 m이며 수심 40 m를 기준으로 하면 남북 600 m, 동서 750 m로 면적이 약 11만5,000평이 된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이곳에 인공섬이 건설될 가능성은 오키노도리시마보다 더 높다.

그런데 우리는 이곳을 오키노도리시마처럼 EEZ의 기점으로 삼을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한 것은 이어도가 우리 EEZ 내 있기 때문이다.

이어도는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에서 149km(81 해리), 중국 장쑤(江蘇)성 앞바다 저우산(舟山)군도 중 가장 동쪽에 있는 퉁다오(童島)로부터는 245km(133해리) 떨어져 있다. 서로 마주보는 국가 간의 바다의 거리가 400해리 미만일 경우, 잠정적 중간선을 정한 뒤 연안선 길이 비교 등 기타 사항을 고려, 중간선을 조정해나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 지역에서 EEZ 설정에 관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다. 아직 경계선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어도는 한국에 압도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우리 EEZ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어도에서 ‘오키노도리시마’를 보았다면 이는 오해이고, 협상을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기우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일련의 문제 제기가 이 같은 기우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위험하다. 동북공정의 경우에서 보듯 ‘포장’안에 담겨진 내용물을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관점에서 ‘쑤옌자오’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쑤옌자오는 ‘소코트라 암초(Socotra Rock)'의 음역이다. 1900년 이어도에서 좌초했던 영국 상선의 이름을 딴 명칭이다.

중국이 한국의 해상구조물이 설치된 곳을 ‘이어도’가 아닌 ‘쑤엔자오’로 지칭하는 것은 그곳이 우리 민족이 이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던 이어도가 아닌 영국에 의해 처음 발견된 암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한국의 이어도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무시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목에선 독도에 대한 일본의 접근 방식을 연상시킨다.

러·일 전쟁 중이던 1905년 1월 28일 일본 각의는 독도를 일본 시마네(島根)현에 편입시키고 이름도 ‘다케시마(竹島)’로 바꾸었다. 해군성과 외무성은 독도가 무주지(無主地)라는 논리를 폈다. 한국령이 아니라 1849년 프랑스 고래잡이 리 앙쿠르(Li ancourt) 호가 처음 발견한 무주지 ‘리 앙쿠르 암초(Li ancourt Rocks)'이니 선점 원칙에 따라 일본의 영토가 된다는 논리였다.

일본은 왜곡된 1905년 결정에 근거, 독도를 반복해서 쟁점화하고 있다. 동북공정이 임나일본부설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중국의 이어도 문제 제기도 ‘다케시마식 접근’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은 일본에게는 끊임없이 ‘바람 풍’ 요구하면서 우리에 대해서는 ‘바담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공격적 해양전략에 대처해야

21세기는 바다의 세기이다. 중국은 5,400여 개 도서를 포함, 해안선 길이가 3만2,000km로 세계 8위이다. 명대 초기에는 세계 어느 국가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막강한 선단을 갖추었으며 아프리카까지 원정을 갈 정도였다.

그러나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중국은 이후 바다로의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방민족 만주족의 청이 성립된 이후에는 더더욱 바다와 멀어졌다. 그 결과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에서 패배했다. 바다를 멀리 한 업보였다.

중국이 바다에 눈을 돌리는 것은 역사적 교훈 때문만이 아니다. 중국의 현재 무역의존도는 60%이다. 또 전체 석유 소비량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43%에 달하는데 수입은 대부분 해상수송을 통해 이루어진다. 더욱이 경제성장에 따른 에너지 부족으로 바다의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중국의 바다 진출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대립하고 난사군도(南沙群島)에서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과 마찰을 빚는 것은 중국의 적극적 해양 진출에 따른 불가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상인 것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올해 7월 17일 ‘바다의 날’을 맞아 ‘바다를 지키자’는 요지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중국의 적극적 해양진출에 대한 경계감의 표시다.

조선산업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장보고 이래 가장 적극적이며 성공적인 해양 진출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는 일본 못지않게 중국의 해양전략에 대해서 주의와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어도 시비는 경고의 신호음이다.




이재준 객원기자 · 중국문제 전문가 hufs8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