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잠룡들의 대권행보 "추석 민심 잡아라"이명박 전 서울시장 - '비전 만들기' 40여 일간의 정책 탐사로 전국 현장 누비는 차별화 전략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는 일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일 ‘호남 탐사’를 끝으로 ‘전국 현장 정책 탐사’를 모두 마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보람도 컸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쉬움이 컸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전 시장은 지난달 8일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시작해 40일이 넘는 기간 동안 4차례에 걸쳐 전국의 민심 현장을 누볐다. 그는 일을 마무리하거나 방문을 마칠 때는 늘 “희망을 가지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 전 시장의 희망찾기 행보는 철저하게 ‘정책’에 맞춰져 왔다. 40여 일의 ‘정책 탐사’는 ‘농업비전 탐사’를 시작으로 ‘물류비전 탐사’, 그리고 ‘산업비전 탐사’로 이어졌다. 이는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행보와 구분되는 점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담당 국장은 “지금은 정치보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국민의 희망”이라며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즉 경제를 최우선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발굴한 정책, CEO의 경험에 바탕한 정책, ‘청계천 효과’를 국토 개발에 적용하는 정책 등을 제시, 국민으로 하여금 어느 후보가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할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박 전 국장의 설명이다.

이 전 시장의 정책 탐사는 해외 순방으로 연장된다. 10월 초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따라 방문해 ‘에너지 비전’과 관련해 현지 정ㆍ재계 관계자들과 국가 간 협력체계 구축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10월 중ㆍ하순에는 독일과 스위스, 네덜란드를 찾아 이들 국가의 과학기술 문화와 통일비전, 노사정책 선진화 방안 등을 배울 계획이다.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의 운하 지대를 방문, 대선용 ‘경부운하 프로젝트’와 접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아울러 11월 초에는 일본 도쿄대에서 특강을 하고 11월 중ㆍ하순에는 중동 두바이 및 동아시아 등지를 방문한다.

이 전 시장은 이들 국가에 대한 방문 결과를 토대로 과학ㆍ에너지ㆍ통일ㆍ노사ㆍ물류 등 각 부문별 정책 구상과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법 등을 구체적인 공약으로 완성,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측은 최근 각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배경이 ‘경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 탐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경제가 이슈화되는 시점에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특히 높게 나온다”고 해 그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 전 시장은 미디어리서치의 9월 17일 여론조사 결과 29%대의 지지율로 박근혜ㆍ고건 주자를 6% 이상 앞섰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2일 실시한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도 60%로 박근혜(55%), 손학규(34%) 주자를 따돌렸다.

이 전 시장측은 연말이나 연초 여론조사에서 다른 주자들에 크게 앞설 경우 현재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한 당내 역학구조도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박준영 전 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에서 보듯 본선 경쟁력이 있는 주자가 마지막에 가서는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박 전 국장은 정치권에서 떠도는 탈당설이나 노무현 대통령과의 연대설에 대해 이 전 시장의 경쟁력을 두려워하는 쪽의 ‘정치적 공작’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시장은 29일 충남 수덕사를 찾아 시장 재직 때 인연이 깊었던 법장 스님의 1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시장 퇴임 후 처음으로 고향인 포항의 선산을 찾아 대선주자로서의 각오를 다질 예정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