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잠룡들의 대권행보 "추석 민심 잡아라"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 100일 '민심대장정' 무욕의 행보로 인식돼 지지율 점차 상승

“내가 세상을 보는 게 중요하지 남이 나를 알아주느냐 하는 것은 관심 밖입니다.”

‘100일 민심대장정’ 83일째인 9월 20일, 경북 영천시 농가에서 사과수확을 거들고 나오는 중이라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지지율 상승에 대해 남의 일처럼 말했다. 대선과 관련해서는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민심’속으로 들어가 그와 일체된 모습이었다.

그런 무욕(無慾)에 대해 민심이 움직인듯 손 전 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손 전 지사의 ‘진정성’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1~2%에 머물던 지지율은 4~5%까지 올랐고 미디어리서치의 9월 17일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고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그에게 40~50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줄지어 대장정에 동참하는 ‘부수입’까지 올렸다.

김형준 국민대 교수(정치대학원)는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주목하는데, 손 전 지사는 이런 점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측은 민심대장정을 지지율 높이기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하면서도 연말에 10%대에 진입하면 후보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성식 정무특보는 “100일 민심대장정이 끝나면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런 기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손 전 지사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면서 “손 전 지사의 진정성이 알려지고 지도자로서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과 구별되는 도덕성ㆍ개혁성 등이 국민에게 전해지면 지지율도 자연스럽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율이 일단 10%를 넘어서면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듯이 가속도가 붙어 폭발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김 특보의 설명이다.

당 안팎에서도 손 전 지사의 지지세가 확산되고 대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기구가 결성되는 등 손 전 지사의 대권행보에 점차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내의 ‘새정치 수요 모임’에 소속된 남경필, 정병국 의원과 ‘푸른모임’의 임태희 의원,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박찬숙, 이계경, 공성진 의원 등 당 관계자 20여 명이 강원 홍천에서 대장정에 동참했고 20일엔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김진홍 상임의장과 유석춘, 김정만 공동대표 등 지도부가 20일 경북 영천에서 손 전 지사를 만나 격려했다.

지난 6월 출범한 ‘동아시아미래재단’(이사장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도 주목된다. 손 전 지사와 직ㆍ간접의 인연이 있고 그의 정치, 사회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장차 손 전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구에는 송태호 상임이사(전 문광부장관), 이재학 사무총장(전 경기문화재단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김형국(숙대)ㆍ백영옥(명지대)ㆍ윤호진(단국대)ㆍ이철규(수원대)ㆍ장달중(서울대)ㆍ정종욱(서울대) 교수,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 최동수 신한은행 고문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고 손 전 지사의 대권행보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아직 당내 이명박, 박근혜 경쟁 주자의 벽이 높게 여겨질 정도로 지지율 격차가 크다. 또한 두 후보에 비해 확실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손 전 지사가 능력과 개혁성, 경제 전문성을 두루 갖춘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기만의 확실한 영역을 아직 갖추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의 한 의원은 “손 전 지사가 좋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게는 코드가 맞지 않는 인물로 비쳐지고 당 밖에서는 우리 후보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지지율이 낮다”고 분석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심대장정 이후 내놓을 어젠다와 비전이 손 전 지사의 대권행보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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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