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잠룡들의 대권행보 "추석 민심 잡아라"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 통일·사회통합·경제정책 부문 내공쌓기… 사즉생 행보 각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이 10월 초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ㆍ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던진 뒤 한 달여 칩거 끝에 지난 7월 15일 독일로 떠난 지 두 달 보름여 만이다.

정 전 의장의 귀국 후 거취 및 행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지인들을 만나 정치활동 재개 문제에 대한 조언을 받고,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구상을 완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전 의장과 연락을 취해 온 이재경 나라비전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정 전 의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묘안이 없어 고민 중”이라며 “일단은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추스르는데 1차적인 목표를 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분간은 독일 체류 기간 동안 경험하고 고뇌한 바를 한국 현실에 접목하고 거기서 비전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대권 행보보다는 차기 주자로서 내공을 다지면서 자연스럽게 대권에 접근하겠다는 방식이다.

정 전 의장은 독일에 체류하는 동안 현지의 학계 인사들과 통일 관련 정책담당자, 경제분야 전문가들을 접촉하고 기업체들을 방문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소기업에 관심을 가졌고 농업 현장도 방문해 한국의 현실과 접목, 대안을 모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이 귀국하면 기업 탐방과 현장의 민심을 듣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또 독일 통일 과정을 연구하면서 사회 통합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독일의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작센 주의 밀 브라이트 총리를 만나 21세기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도 대선주자로서 내공을 쌓는데 도움이 됐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정 전 의장은 12월 초순께 독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와 통일을 주제로 한 책과 개인 에세이를 출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장은 지난 7월 출국 당시 “우리당이 새로운 시대 정신을 찾아내 다시 일어나야 하며 나도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길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겠다”는 말도 했다.

지난 8월 독일에서 정 전 의원을 만난 한 재선 의원은 “정 전 의장이 ‘내년 대선에서 민주개혁세력이 한나라당에 궤멸당하는 일만은 막겠다’고 하더라“며 “정 전 의장이 귀국하면 사즉생의 자세로 당을 살리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귀국 후 행보가 전국 현장을 찾아 민심에 귀기울이고 일정한 당내 역할을 병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당내 역할에 대해 이재경 실장은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 주어 당을 안정화시키는데 일조하는 조용한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의 참모들은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명광 의원이 의원들과 교감을 넓혀가고 있고 실무는 이재경 실장이 담당하고 있다. 권만학 경희대 교수(국제경제학) 등 학계의 자문그룹도 여전하다.

정 전 의장의 대권 행보와 관련, 진영 내부는 10월 재·보선과 김근태 의장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해 현재의 위상을 유지ㆍ발전시키자는 쪽과 현재의 지지도로는 대선 후보가 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으므로 차별화된 행보로 현상을 타파하자는 쪽으로 갈리고 있다.

정 전 의장은 국내 무대를 떠난 뒤에도 차기주자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3강(이명박 박근혜 고건)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여권 내 1위 후보를 유지하고 있다.

정 전 의장이 귀국 후 어떤 행보를 취할지 대선 정국의 초미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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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