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이볜 총통이 지난 10일 쌍십절 경축행사장에서 연설 도중 대만의 영웅인 뉴욕 양키스 왕젠밍의 사인볼을 들어보이고 있다.
일가 친족과 측근의 비리로 거센 하야 압력에 시달리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과 야당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은 10월 10일 쌍십절(雙十節) 경축행사장에서 정치 이벤트 대결을 벌였다. 행사장 밖에서 ‘천수이볜 퇴진 촉구 도시포위 백만인 집회’가 진행되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먼저 선공을 가한 쪽은 야당 입법위원들. 행사장 밖의 시위대들과 마찬가지로 붉은 상의을 입은 국민당과 친민당 입법위원들은 천 총통이 연설을 시작하자 갑자기 일어선 뒤 구호를 외쳤다. 붉은색 상의는 정권의 부패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상징하는 의미였다.

이들은 천 총통 퇴진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 보안요원들이 둘러쌌지만 이들은 계속 구호를 외쳤다. 총통의 연설은 때때로 구호 속에 묻혔고 참석자들의 시선도 분산됐다.

어렵사리 연설을 마친 뒤 천 총통의 회심의 반격 이벤트가 펼쳐졌다. 천 총통은 미국 메이저리그 양키스 투수 왕젠민(王建民)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야구공을 꺼냈다. 왕젠민은 올 시즌 19승을 기록, 한국의 박찬호가 갖고 있던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최다승 기록을 깬 선수이다.

대만의 국민적 영웅인 그가 볼에 사인한 글귀는 ‘台灣加油’. 즉 ‘대만 힘내라’였다. 천 총통은 지지자들과 함께 “대만 힘내라” 구호를 삼창한 뒤 식장을 떠났다. 이날 TV로 생중계된 이벤트 대결의 승자만큼은 천수이볜인 것 같다.


이재준 중국문제 전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