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첫 시험대 올라… 유엔 개혁도 험난할 듯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10월13일 유엔(UN,국제연합) 총회에서 차기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추인을 받음으로써 내년 1월1일부터 역사적인 ‘한국인 첫 유엔 사무총장 시대'가 열리게 됐다

반 차기 총장은 아시아인으로는 3대 우탄트 총장(미얀마, 1961~71)에 이어 무려 35년만에 유엔의 최고 사령탑에 올랐다. 개인적으로는 충주고 시절인 1962년 미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 웅변대회에 입상,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을 접견하고 외교관의 꿈을 키운 지 42년만의 일이다.

반 장관의 사무총장 선출은 ‘세계 최고의 외교관’이란 위상에 따라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외교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반 차기 총장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 출신인데다 과거 유엔총장 선출사례와는 달리 일찍부터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지지를 받는 등 유엔의 정신인 세계 평화와 안전을 잘 구현해나가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그러나 유엔 총장의 현실과 막중한 과제에 비춰 반 차기 총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유엔 총장이라는 최고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5개 상임이사국을 중심으로 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산적한 현안들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당장 북한 핵실험 문제는 반 차기 총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반 차기 총장이 그동안 취해 온 외교적 행보와 한국이 외교적으로 미국쪽에 기울어왔다는 의심은 그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유엔에서는 벌써부터 반 차기 총장체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 차기 총장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일처리가 유엔 내부의 반목과 부패, 각종 세계적 분쟁 등 유엔 안팎의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낼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강력한 추진력 부족으로 국제적 분쟁을 수습하는데 미국 등 강대국의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리스마형이라기보다 행정형에 가까운 반 차기 총장이 과거 강대국에 맞서 유엔의 지위를 높인 2대 함마르셸드(스웨덴, 1953~61)나 6대 부트로스 갈리(이집트, 1992~96)와

같은 지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반 차기 총장이 유엔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반 차기 총장은 선출 수락연설에서 유엔 회원국 상호간의 신뢰 회복, 유엔 개혁 지속, 유엔 결합 및 조정 강화 등 3개 과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우선 북한의 핵실험으로 최대 위기국면에 돌입한 북핵문제가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반 차기 총장도 12일 북핵문제를 최우선 역점과제 중 하나로 꼽은 뒤 북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핵문제 전담특사를 임명하고 본인 스스로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등 북핵문제에 적극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또 외교부장관으로서 북핵문제를 오랜 기간 다뤄온 입장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면서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시각차를 좁히는데 자신감을 나타내는 등 ‘중재자’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반 차기 총장이 역점을 두어야 할 또다른 과제는 유엔 개혁이다. 구체적으로 유엔 안보리 개편, 유엔 총회의 권한 확대문제 등이다. 반 차기총장도 이미 “유엔 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신뢰성 고양, 방만한 조직의 통합에 유엔개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유엔 관계자들도 코피 아난 현 총장이 지난 10년간 연임하면서 국제분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정치가형'에 가까웠다면, 반 차기 총장은 내실을 다지는 '경영자형'에 가까운 스타일로 한결같이 "반 장관이 입성하면 유엔 조직 전반에 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 차기 총장은 국제분쟁 조정자로서 수십년간 지속돼온 중동문제를 비롯해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불안과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마약거래 등 범죄활동, 지구온난화 등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한 국제적 대응도 주도해야 한다..

반 차기 총장은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12살 초등학생으로 당시 함마르셸드 유엔 총장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한국민들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그런 인연으로 반 차기 청장은 반세기를 지나 세계를 향해 거보를 내딛기 시작했다.

▲ 약력

▲1944년 충북 음성 출생 ▲충주고,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1970), 미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1985) ▲제3회 외무고시 합격(1970) ▲주인도 대사관 1등 서기관(1976) ▲유엔 과장(1980) ▲주미 총영사(1987) ▲미주 국장(1990) ▲외교부 외교정책실 실장(1995) ▲김영삼 대통령 의전수석(1996.2) ▲주오스트리아 대사(1998) ▲외교부 차관(2000)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2001) ▲외교부 본부대사(2002) ▲노무현 대통령 외교보좌관(2003) ▲외교부 장관(2004) ▲유엔 사무총장 선출(2007.1~

▲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자리

유엔 사무총장은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지명도에선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고 도덕적 권위면에서는 교황에 종종 비유된다.

사무총장은 192개 회원국의 이해관계를 공평무사하게 풀어야 하는 유엔 외교의 사령탑이며 각종 국제분쟁을 중재하는 심판(중재)자이기도 하다. 유엔 총회를 비롯,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신탁통치이사회 등 모든 회의에 사무국 수장 자격으로 참여하며 국제분쟁 예방을 위한 조정과 중재 역할에 있어 독자적 정치력을 사용할 수 있다.

또 전세계 1만6,000여명의 유엔 직원에 대한 인사권과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연봉은 1997년 이래 22만7,254달러(약 2억원)로 책정돼 있으며 개인활동을 위한 판공비와 경호비용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올해 직급보조비와 정액급식비를 포함한 실질 연봉 1억9,600여만원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작년 연봉인 40만달러(3억8000여만원) 보다는 낮다.

유엔 사무총장은 24시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전담경호를 받게 되며 뉴욕 맨하탄 외곽의 서톤플래시스에 위치한 별도의 관저에서 살게 된다. 상징적인 의미로 1년에 1달러의 비용을 낸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