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 경고 잇달아… 세계 자원소비, 지구가 감당할 능력 25% 초과

미국 국립석빙자료센터에 따르면 북극 빙하면적이 최근들어 해마다 20%씩 줄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는 생태학적 종말을 맞을 것인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온난화 등에 따른 지구촌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최근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경고를 의례적인 것이라고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지구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는 통계 수치가 여러 분석에 의해 일관되게 나타나는 데다 실제 환경오염에 따른 폐해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WWF)’은 지난 24일 인간이 현재의 과잉소비 행태를 고치지 않을 경우 50년 내 엄청난 규모의 생태계 붕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살아있는 지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WWF가 밝힌 현재의 지구 생태계는 충격적이다. 200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간이 소비하는 자원은 이미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서 25%를 초과했다. 이 같은 수치는 격년으로 펴내는 보고서의 전회판인 2001년 수치에 비해 5%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인간이 살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인 ‘생태학적 족적(ecological footprint)’은 1961년에서 2003년 사이 3배 가량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무려 9배나 급증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48% 이상 초과했다. 생태학적 족적을 토지로 환산했을 때 인간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토지 면적은 1인당 1.8ha인데 이미 인간은 평균 2.2ha를 사용하고 있어 지구 감당 능력을 넘었다.

생태학적 족적이 가장 높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무려 11.9ha, 지구에서 가장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미국도 9.6ha에 달했다. 토지 면적은 인간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자연자원을 제공하고, 이를 소비한 결과물인 쓰레기 등 환경오염까지 감당하는데 필요한 최소 공간이다.

생태학적 족적의 급증은 자연스럽게 생태계에 반작용을 불렀다. 1970~2003년 육상생물의 종(種)은 31%가 없어지고, 민물과 바다의 생물종은 각각 28%, 27% 줄었다. 보고서에 참여한 동물학자 조너선 로 박사는 “생물종이 급감한 것으로 미뤄볼 때 1970년대와 비교해 이미 생태계의 30%가 손상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싱크탱크인 ‘지구 족적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는 “인간의 소비가 지구 자원을 갉아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1년 단위로 할 때 올해 지구 자원이 바닥나는 시기는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른 10월 9일로 분석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날 이후부터 12월 31일까지 두 달 반이 넘는 기간은 인간이 지구의 한도를 넘어서 지구에 부담을 주는 소비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조사가 처음 발표된 1987년은 그 시기가 12월 19일. 이후 조사를 거듭할수록 날짜는 빨라져 90년 12월 7일, 95년 11월 21일, 2000년 11월 1일, 2005년 10월 11일로 꾸준히 빨라지더니 올해는 작년보다 이틀이 더 앞당겨진 것이다. 연구진들은 ‘생태 부채(ecological debt)’ 날짜를 기준으로 할 때 지구가 올해 떠안은 생태계 부담을 복원하는 데만 15개월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신경제학재단(NEF)’은 영국의 경우 이 날짜가 올해 4월 16일이었다는 더욱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기상청이 온실가스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현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100년에는 지구의 3분의 1이 사막으로 뒤바뀌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 평균ㅍ기온은 2100년까지 섭씨 1.3~4.5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현재는 지구 표면의 25%가 가뭄을 겪고 있지만, 2100년에는 그 비율이 50%로, 극심한 가뭄을 겪는 비율도 8%에서 40%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3~2005년 사이 그린란드의 빙상(氷床)은 연간 1,000억 톤이라는 빠른 속도로 녹아 없어졌고,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커진 것으로 밝혀졌다.

WWF는 “인간이 소비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금세기 중반 인간의 총체적 자원 소비량이 지구의 생산ㆍ재생 능력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지금 당장 과소비를 바꾸더라도 2040년쯤 가서야 1980년대 수준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환경재앙에 선진국보다 빈국이 더 취약해 피해가 더욱 극심해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참여한 ‘기독교원조(CA)’의 앤드루 펜델턴은 “빈국은 지구적 재앙에 대처할 능력도 재원도 없다”며 “이번 연구는 이들 나라의 수백만 명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선진국과 빈국 간 환경 충격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환경 부채’ 운동이다. 최근 논의가 부쩍 활발해지고 있는 환경 부채는 ‘선진국들이 수세기 동안 제3세계로부터 천연자원을 착취한 것에 대한 보상이자 지속 불가능한 소비패턴을 창출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산가스를 방출해 입힌 피해에 대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지구환경을 이렇게 만든 주범은 지구 개발을 독점한 선진국이기 때문에 원인제공자인 선진국이 그 부담도 당연히 떠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수면 상승이라는 환경재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이 가장 심각하게 지구온난화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 환경정상회담에서 처음 제안된 환경 부채의 개념에 따르면 환경복구 비용은 개도국이 선진국에 지고 있는 금융부채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가뭄으로 인한 곡물 생산량이 올해 수십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전 세계가 1년 내 식량대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기후가 극심한 가뭄으로 나타나고, 이것이 다시 전례 없는 식량부족을 초래한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밀 재고량은 25년 만에 최저치인 1억 1,900만 톤에 불과했다. 주요 밀 수출국인 호주의 생산량도 가뭄으로 인해 지난해 2,400만 톤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구촌 기상이변이 계속된다면 식량 사정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환경재앙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미미하나마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캘리포니아주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유럽에서는 항공기 이용객들에게 ‘지구온난화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 이후는 인간이 할 일이다.


황유석 국제부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