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월드게임' 유치 등 대대적 스포츠마케팅으로 활기 넘쳐

‘국제적인 스포츠 제전을 디딤돌로 글로벌 도시로 거듭난다.’

대만의 제2도시 카오슝(高雄)시가 명실공히 국제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나섰다. 계기는 2009년 열리는 ‘월드 게임(세계경기대회)’이다.

한국의 부산시와 흡사한 카오슝은 대만에서 수도인 타이베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 항만을 끼고 있어 무역과 물류 산업이 발달해 대만 경제의 관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실제 부산시와도 자매 도시 관계를 맺고 활발한 문화 교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시내 영화도서관에서는 벌써 6개월째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를 벌이고 있을 정도다.

대만 최대의 국제무역항이자 산업 도시인 카오슝은 하지만 경제 규모에 상당하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그동안 시민들이 느껴온 불만(?)이었다. 때문에 시는 이번 기회에 카오슝의 이름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경제 규모에 걸맞는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카오슝의 세계화를 위해 시가 유치한 월드게임은 국제월드게임협회(IWGAㆍInternational world game association) 주최로 4년마다 열리는 스포츠게임 제전이다. 올림픽에 채택된 종목들과는 다른 ‘스포츠’이면서도 ‘레저’나 ‘게임’ 성격이 강한 종목 경기들이 중점적으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도시를 돌아가며 올림픽이 열린 그 다음해에 개최되는 월드게임은 지난해에는 독일에서 열렸다. 그 전 대회인 2001년에는 일본에서 열렸고 런던, 뒤스부르크, 헤이그 등도 이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경기 종목은 보디빌딩, 카누, 댄스스포츠, 주짓수, 라켓볼, 오리엔티어링, 럭비, 스모, 수상스키, 우슈, 소프트볼, 에어로빅, 비치발리볼, 당구, 합기도, 볼링, 공수도, 스쿼시, 코프볼 등 30여 종목에 이른다.

글로벌 시티를 꿈꾸는 카오슝은 2009년(7월 16~26일) 제8회 대회를 유치했다. 대회 개최까지는 아직도 3년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 있지만 카오슝시와 시민들은 벌써부터 들떠 있다. 다름 아닌 카오슝에서 열리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스포츠 제전이기 때문이다.

카오슝시 로터스 레이크 인근의 공자 사당에서 열린 프리 이벤트 개막 축하 행사
카오슝시가 2009월드게임 개최를 대비해 내디딘 첫걸음은 ‘프리 이벤트’이다. 시는 지난 9월 29일~10월 1일 ICF 드래곤보트 월드챔피언십 대회를 연 데 이어 9월 26일~10월 5일에는 아시아 롤러스케이팅 챔피언십대회를 개최했다. 또 10월 10~22일에는 아시아 클라이밍(실내 암벽등반)챔피언십대회도 유치했다.

시가 올 들어 국제대회를 3차례나 개최한 것은 모두 2009년 월드게임을 위해서다. 카오슝 시정부 신문처 추웬밍 부처장은 “본격적인 국제 종합대회 개최를 앞두고 프리게임 형식으로 이들 3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카오슝도 국제 행사를 유치할 수 있다는 능력을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드래곤보트 월드챔피언십 대회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 1,700여 명의 선수 및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카오슝의 월드게임2009조직위원회 홍보 담당인 그레이스 롱은 “카오슝에서 국제 스포츠대회를 3개나 잇달아 개최하는 것도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이번 프리 이벤트는 3년 후 본게임을 개최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검토하고 준비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 스포츠대회 개최로 카오슝에는 지난 9, 10월 외국인들로 넘쳐났다. 롤러스케이팅 대회 때엔 전 세계 15개국에서 700여 명이 방문했고 아시아 클라이밍(실내암벽등반)챔피언십대회 때도 11개국에서 150여 명의 선수들이 카오슝을 찾았다.

드래곤보트 경기가 벌어지기 전 선수들이 선착장에서 보트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프리 이벤트 경기 개최는 비단 카오슝의 도시 이름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고 경험을 쌓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카오슝시 신문처 직원은 “시민들에게 카오슝시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대회들을 소개함으로써 2009월드게임 개최지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도 또 다른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드래곤보트의 경우는 TV중계로 두 번이나 녹화 방영됐다. 또 웬만한 시내 구간에는 이번 대회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깃발이 널려 있어 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번 프리 이벤트에 대한 정성은 개막 행사에서도 드러났다. 대만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인 공자의 생일로 간주되는 9월 28일에 맞춰 이날 밤 로터스 호수 인근의 공자 사당에서 개막 행사를 연 것. 특히 행사가 진행된 곳은 예전 황제가 방문했을 때에나 문을 열고 일반에 공개됐다는 곳이어서 프리 이벤트 대회에 실린 무게를 말해 준다.

카오슝의 프리 이벤트 경기 개최는 올해로 그치지 않는다. 시 당국은 이미 2007년과 2008년에도 몇몇 대회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국제 스포츠 경기단체나 협회들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

그런 다음 카오슝은 2009년 월드게임을 개최한다. 이때 카오슝을 찾을 외국인은 2만 명, 관계자 및 관광객들까지 감안하면 3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정부도 대회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드래곤보트 대회 개최를 위해 경기가 열리는 로터스 호수의 바닥 진흙을 파내 깨끗한 물을 공급한 것은 기본. 지하철과 고속철도망을 개통을 서두르고 있고 구간 열차와 버스, 경전철을 연계한 도시교통계획도 새로 마련하고 있다. 4만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운동장도 대규모 국제 경기장 및 레저스포츠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카오슝 정문융 부시장은 “각종 스포츠 대회를 멋지고 훌륭하게 치르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카오슝시가 앞으로 수년간에 걸친 대대적인 노력으로 국제 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카오슝(대만)= 글ㆍ사진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