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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대선 전 성사될까
정부, 물밑 타진 불구 北은 "실익 없다"소극… 만남 힘들 듯







11일 제19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웨스턴조선호텔에 북측 권호웅 내각책임참사가 도착해 접견장에서 남측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회담을 나누고 있다. 왕태석 기자


대북 특사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전 대표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5월 평양에서 처음 회동했다.

지난 9월 4일 그리스 아테네. 노무현 대통령은 9월 10-1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하고, 14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그리스를 국빈방문했다.

그 무렵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모로코를 잇달아 방문하는 아프리카 외교에 나서면서 잠시 그리스에 들렀다. 양국 정상이 아테네에 머무는 동안 물밑에서는 핫라인이 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나라 고위 관계자들이 비밀리에 접촉, 현안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과 관련한 깊숙한 얘기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한ㆍ러 ‘아테네 회동’을 귀띔해준 인사에 따르면 양국 고위 관계자들은 남북관계에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고 남북정상회담 문제도 논의했다고 한다.

안희정 대북특사설 등 소문 무성

그로부터 한 달여가 10월 중순부터 남북정상회담론이 수면 위에서 꿈틀댔다. 북한의 10ㆍ9 핵실험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돌파구로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됐다. 여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필승 카드로 남북정상회담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11월 9일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을 신빙성있게 보도해 적잖은 파장을 불러왔다.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가를 받은 양측 핵심 인사들이 지난 10월 중ㆍ하순에 중국, 몽골 등 해외에서 연쇄 접촉을 갖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향후 정상회담 추진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내용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대선 지형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고 남북정상회담을 매개로 정계개편도 가능해 정치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나라당은 압도적인 당 지지도와 박근혜ㆍ이명박ㆍ손학규 트로이카 체제로 대선 승리를 확신하는 상황이어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변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김만복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20일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를 강도높게 추궁한 것은 그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정형근 의원은 “청와대 386 핵심 참모가 제3국에서 북측 관계자를 접촉, 성사 마무리 단계라는 말이 있다”고 따졌고, 공성진 의원은 “김정일이 대북 퍼주기를 약속 받는 대신 내년 상반기 중 남북정상회담 수용으로 현 정권에 ‘평화세력’이라는 월계관을 씌어주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정계개편론에도 남북정상회담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얼마 전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던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회동도 햇볕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김 전 대통령과 호남세력을 확보해야 하는 노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남북정상회담 추진이라는 접점을 찾아 이뤄졌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북핵 사태 이후 남북문제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남북정상회담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4개 언론사 외교·안보분야 논설위원 비공개간담회에서 "북한과의 통로는 공식적인 통로가 가장 정확하다. 그간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봤으나 성과가 없었다“고 해 남북 간에 비밀접촉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북한 핵실험 직후인 10월 10일 가진 여야 지도부 청와대 초청 간담회에서는 “핵실험이 이뤄진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새롭게 검토를 해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지만 노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정상회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난 9월 한·러 간 아테네 회동설이나 10월 남북정상회담 추진설, 그리고 노 대통령의 386 최측근인 안희정 씨의 대북특사설 등이 노심(盧心)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숨은 주역인 S국장이 8월 중국 단둥(丹東), 9월엔 금강산에서 각각 북측과 접촉을 가졌고 외교ㆍ안보 고위 관계자가 몽골에서 북한 국가보위부와 접촉을 시도했다는 설도 있다. 안희정 씨 또한 10월 베이징 및 제3 지역에서 북한 인사와 2, 3차례 접촉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러나 안 씨측은 “지난 8월 가족들과 휴가를 겸해 4일 정도 베이징에 들른 적은 있지만 그 뒤에는 중국에 간 적이 없다”면서 북측 인사 접촉설을 부인했다.

국내에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와 설(說)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북한은 전혀 다른 입장이라는 게 대북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과 15년 가까이 무역을 하면서 북측 핵심 라인과 선이 닿아 있는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군부)은 노무현 정권을 DJ정권의 연장선으로 보고 더구나 힘이 빠진 노 정권에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군부는 DJ정권 때 아·태위원회가 현대 등으로부터 ‘큰 떡’을 받는 데 눈감아 주었지만 그후 더 이상 들어오는 게 없어 ‘선군사상’을 훼손시켰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북한의 주된 관심사는 남측의 대북지원이나 경협뿐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초가 남북정상회담을 모색할 할 수 있는 호기였는데 남한 정부가 기회를 놓쳤고 올 8월 이후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 간 정치적 교류는 사실상 파산 상태”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장관급회담이나 고위급회담에 나오더라도 대북지원만 챙길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남북관계, 특히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갑(甲)이고 남한은 을(乙)일 수밖에 없다”면서 “베이징이나 다른 곳에서 남북 간에 접촉이 있었다면 (북한이)남한의 생각(경협 및 대북지원)을 알아보기 위해 만났을 것이고 정상회담은 씨도 안 먹히는 (남한의)구애일 뿐”이라고 단정했다.

대북 소식통 "북, 박근혜 전 대표에 우호적"

지난 10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북한 김영남 최고위원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정상회담을 하려면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현재 남쪽의 내부 정세로 볼 때 어렵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밝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 시큰둥함을 시사했다.

반면 북한(군부)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우호적이라는 게 대북 소식통의 얘기다. 북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족’ 우선정책에 공감을 표시해 왔고 그의 딸인 박 전 대표에게도 같은 입장이라는 것이다. 2002년 5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박 전 대표의 회담이 가능한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북한의 분위기는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이 10월 24일 주중 대사관 국정감사에 앞서 북한의 핵심적 지위에 있는 참사급 인사를 4시간 동안 면담한 뒤 “북한이 박근혜 전 대표가 특사로 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비쳤다”고 밝힌 데서도 방증된다.

박 전 대표는 11월 2일 서초포럼 조찬특강에서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서라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할 생각”이라고 말해 대북특사를 제의해 오면 거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북 특사로 북한을 방문, 2002년 방북에서 국군포로 생사확인 등과 같은 성과물을 이끌어낸다면 대선지형을 일거에 바꿀 수 있다고 전망한다. 노 대통령이나 다른 대선주자들도 못한 일을 박 전 대표가 할 경우 엄청난 대선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남북통일’을 놓고 박 전 대표측과 김대중 전 대통령측 간에 연합전선을 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권 변화에 관계없이 햇볕정책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DJ와 호남을 겨냥해 서진(西進)정책을 펴온 박 전 대표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박 전 대표와 DJ가 손잡을 경우 박정희-DJ의 화해로 상징되는 영·호남의 화합도 가능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

내년 대선 전선이 남북문제를 매개로 박 전 대표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현재의 대선 흐름은 바뀔 수밖에 없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 전시장의 핵심 정책특보는 “박 전 대표가 DJ와 손을 잡아 호남표를 가져가거나 남북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경우가 가장 위협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겠느냐”며 반문했다.

한편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박 전 대표의 방북에 긍정적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라면 고개를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민족 문제를 논의하는 방북은 환영하지만 정치적 행보는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정부가 러시아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하지만 러시아는 북한 입장을 우선 수용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노 정권의 인기가 바닥을 헤매는 상황에서 만나봤자 별로 이득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북한이 종래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대선 전에는 성사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입력시간 : 2006/12/04 14:31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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