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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탐낸 中, 대양해군 발판 포석
"日·美·러 견제 위한 요충지"… 군사 전략적 가치 높아
주권수호 단체 결성 등 "중국령 암초" 주장 점차 노골화



이어도에 건설된 해양과학기지


지난달 17일 미·중 양국 해군이 남지나해서 합동 수색 및 구조 연습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중국이 한국정부가 (해양과학기지 설치 등) 이어도에서 취한 조치를 일방적인 것이라며 법적 무효를 주장한 것은 지난 9월 14일이다. 중국은 이어도의 ‘다케시마(竹島) 버전’인 ‘쑤옌자오(蘇岩礁)’란 명칭을 들이 밀었다. (본지 9월 00일자 참조)

그로부터 보름 뒤인 9월 29일 한국 언론들은 베이징발로 이어도 관련 기사를 일제히 게재했다. 그 내용은 중국이 2001년, 2002년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이어도 주변 해역을 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암초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암초는 이어도에서 동북쪽으로 약 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어도보다도 한국 쪽 영토에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중국은 새로 발견된 암초에 ‘딩옌(丁岩)’이라는 명칭을 붙였으며 2005년에 발간한 ‘중국 근해 및 인근 해역의 지형(中國近海及隣近海域地形地貌)’에 수록했다. 책자는 서문에서 국가해양국의 조직과 지도로 편찬됐다고 소개, 중국 정부가 직접 제작한 책자임을 밝히고 있다. 이런 일련의 조치가 이어도가 중국령임을 뒷받침하기 위한 포석임은 부언이 필요 없다.

다시 2개월 뒤 홍콩 중문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이어도를 중국령으로 하기 위한 중국의 민간단체의 결성이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32세의 사회과학원 연구생(대학원생)이 추진 중인 민간단체의 이름은 ‘중화 쑤엔자오 보위협회(中華保衛蘇岩礁協會)’이다.

한국에도 유학한 적이 있다는 왕젠싱(王建興)이라는 이름의 그는 중국령인 ‘쑤옌자오를 한국인이 점거하고 불법 시설물을 설치한 사실을 중국 정부는 지난 9월까지 숨겨왔기 때문에 민간인이 나서 주권회복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왕젠싱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마카오인이 참여하는 범 중화권 단체로 만들어 중국인들에게 쑤엔자오의 존재를 알리는 한편, 한국이 설치한 해양과학기지의 철거를 요구하고 중국령임을 알리는 표석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민간 단체를 강조하고 있으나 왕젠싱이 사회과학원 소속임을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역사에서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지우려는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 중인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 은 바로 사회과학원 산하에 있다. 사회과학원은 국무원 직속 사업단위이며 중국의 가장 중요한 싱크탱크이다.

이 같은 사태 흐름은 중국이 그동안 물밑에서 ‘이어도 공정’을 준비해왔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민간단체 결성은 공정의 본격화를 선언한 것이다. 중국이 최근 몇 년 사이 백두산 관련 표지판에서 백두산을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표기하고 백두산 인근의 한국인 투자 호텔을 철거시키려 하고 있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중국이 ‘이어도 공정’을 본격화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를 분석하기에 앞서 최근 중국 해군 동향과 관련한 몇 가지 외신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타임스는 11월 13일 중국의 쑹(宋)급 재래식 잠수함이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를 근접 미행했다고 보도했다. 키티호크에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위치인 8km 이내까지 접근했으나 미국측은 산소 보충을 위해 잠수함이 스스로 부상할 때까지 이를 까맣게 몰랐다. 소음 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광고하면서 다닌다는 비아냥을 듣던 중국 잠수함들이다. 어느새 중국의 잠수함 전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알리는 충격적 뉴스였다.

또한 11월 25일 대만의 군 관계자는 중국이 2020년 취역을 목표로 제2의 항공모함의 건조를 추진 중이라고 공개했다. 중국의 제1항공모함은 우크라이나로부터 구입한 옛 소련의 미완성 항공모함 비야르크 호이다. 현재 군사용을 개조 중이지만 핵심부품이 제거된 상태라 전력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중국이 제2의 항공모함을 건조하려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만에 대한 후방침투 능력의 제고다. 다른 하나는 괌도의 미군 기지를 압박, 견제하려는 것이다.

중국 해군의 동향을 통해 중국의 장기적 해양전략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대륙국가들은 흥기하면서 해양국가의 견제를 받았고 결국 충돌로 이어졌다. 최종적 패자는 어김없이 대륙국가였다. 프랑스, 독일, 옛 소련이 그들이다. 원인은 대륙국가가 바다를 넘어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의 프랑스는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패배로 최종적인 승리를 영국에 넘겨 줘야 했다. 독일의 경우, 1차 대전 때는 유틀란트 해전에서 영국 함대의 방어선을 돌파 못했고 2차 대전에서는 전쟁 초기에 초대형 전함 비스마르크 호가 격침됐다. 이처럼 독일의 제해권 확보 실패는 결국 전쟁의 패배로 귀결됐다. 옛 소련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양 함대를 보유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스스로 무너졌다.

중국은 발전하면 할수록 해군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중국의 해군력 확충은 바다를 지배해온 미국 등 해양세력에게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바다에서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대양해군 육성과 잠수함 전력 강화를 배합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양세력에 도전했다 패퇴한 대륙 국가들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다. 대양해군 육성은 무리하지 않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대양해군 전력의 상대적 약세를 잠수함 전력 강화로 보완하자는 복안이다. 앞서의 항공모함 건조 관련 보도와 잠수함 작전능력 강화 관련 기사는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런 중국의 장기적 해양전략을 밑에 받쳐 놓고 보면 이어도의 군사전략적 가치는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이어도는 중국과 일본과의 중간에 위치한다. 만일 이어도를 장악하게 된다면 일본을 견제할 수 있으며 또한 러시아의 태평양으로 진출도 통제하기 쉽다.

반대의 경우는 상하이가 위협을 받게 되며 북해함대의 대양으로의 진출이 봉쇄된다. 동해 및 남해 함대와의 전력 분산은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의 해군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다.

독도 문제의 발단은 일본이 러·일 전쟁 당시 울릉도와 독도에 포대를 설치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포대 설치는 동해에서의 제해권을 장악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의 독도에 관한 지속적인 어거지는 1905년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일본의 미래 전략과 결부돼 있다.

동북아 질서형성에 있어 한반도는 승리를 어느 쪽으로 넘기느냐를 결정하는 요소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중국정벌 계획이 좌절된 것은 이순신이 지휘한 조선해군 때문이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본의 중국 침략이 성공했던 것은 무력한 조선을 군사적으로 장악한 일본이 한반도를 기지로 삼은 덕분이다. 한반도를 발진기지로 하여 황해해전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옌타이(烟台)의 북양함대를 궤멸시켰다. 러시아 발틱함대는 한반도의 진해에서 훈련하고 기다린 일본 함대에 의해 궤멸됐다.

한반도는 미래의 새로운 질서 형성과정에서 임진왜란의 경우처럼 해양세력에 대한 방파제가 될 수도, 구한말의 경우처럼 해양세력의 대륙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도 있다. 대륙세력에게나 해양세력에게나 모두 양날의 칼이다.

한국은 중국이 아닌 미국과 FTA를 먼저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후자의 가능성을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와 별도로 한국의 조선능력의 괄목할 성장도 중국의 걱정거리이다.

한국의 조선업은 2015년 수출 300억 달러의 고지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굳건하게 세계 1위를 지킨다는 이야기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해군을 격파한 데는 이순신 장군의 지도력 못지않게 조선의 선박 건조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연유가 있다.

한국의 이 같은 조선능력은 중국의 바다로의 진출을 가로막는 암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임진왜란 때와는 정반대의 양상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중국이 ‘이어도 공정’에 나선 것은 이처럼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입력시간 : 2006/12/10 21:50




이재준 객원기자·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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