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세대 '떠오르는 별' 누구인가 ⑬ 후난성 서기 장춘센(張春賢)교통부장 때 '5종7횡' 3만 6,000km 대역사 조기완공 등 위업

“2030년까지 베이징(北京)에서 대만의 타이베이(台北)까지 고속도로로 연결하겠다.”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정권의 노골적인 독립 행보에 맞서 중국이 무력개입을 합법화하는 ‘반(反)분열법’을 추진 중이던 2005년 1월 13일 장춘셴(張春賢) 당시 중국 교통부장이 밝힌 구상이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만측은 즉각 정치 선전에 불과하다며 일축했지만 이는 전혀 황당한 구상만은 아니다. 대만해협의 최단거리는 100km이다. 20세기 최대 역사(役事) 가운데 하나인 영·불 해저터널의 길이가 50km이고 해저길이가 128~148km(전 구간 217~231km)인 대한해협을 연결하자는 구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대만해협을 자동차로 건너는 일이 21세기 전반 실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장춘셴이 밝힌 구상은 푸젠(福建)성 푸칭(福淸)시와 대만 북부를 왕복 4차로 이상의 직선으로 연결하자는 내용이다. 주로 해상을 이용한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부 구간은 해저를 통해 잇는다는 것이다. 만일 실현된다면 이는 21세기의 최대 역사의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 후난(湖南)성 서기로 있는 장춘셴은 1997년 교통부 부부장으로 교통부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2년 교통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하나는 49세로 국무원 최연소 부장에 오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산중국 건국 이래 외부 출신 첫 교통부장이라는 사실이다. 장춘셴은 2005년 12월 후난성 서기로 전임할 때까지 8년간 교통부에 있으면서 중국의 도로망을 비약적으로 확충했다. 교통부는 철로를 제외한(철로는 철도부가 별도로 관할) 도로, 수로 및 항공로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이다. 경제발전에 따른 물류 수송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하면서 그 역할이 날로 증대되는 부서 중의 하나다.

교통부장으로서 그의 최대 업적은 ‘5종7횡(五從七橫)’의 조기 완성이다. 중국 대륙을 바둑판처럼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는 1989년 시작됐다. 남북으로 최장 5,700km, 동서로 최장 7,000km, 총연장 3만6,000km의 대역사 완공 목표시점은 2010년이었다. 하지만 장춘셴은 이를 무려 5년이나 앞당긴 2005년 말에 끝냈다. 한국이 37년간 건설한 고속도로망의 길이가 2,700km로 중국 고속도로망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5종7횡’의 완성으로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긴 고속도로망을 갖추게 되었다.

장춘셴은 후난성 서기로 전임하기 전 “앞으로 30년간 2조 위안(240조원)을 들여 8만 5,000km의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계획 속에는 양안 해저터널도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고속도로가 박정희와 정주영을 연상시키듯이 중국의 고속도로는 장춘셴의 이름과 떼어 놓을 수 없다.

그는 1953년 5월생으로 올해 53세이다. 허난(河南)성 위저우(禹州) 출신이며 대학은 동북(東北) 중형기계학원에서 기계제조를 전공했고 관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무파벌, 무배경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공청단도, 태자당도 아니다. 또한 상하이방에도 속하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 장쩌민(江澤民)과 학연, 지연 그 어느 것과도 연결되지 않았다.

사회생활의 첫발을 인민해방군 병사로 시작했다. 우한군구(武漢軍區)에서 4년 3개월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고향 인민공사에서 농민 생활을 경험했다.

장춘셴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배경에는 타고난 능력과 함께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성실한 자세, 역발상을 서슴지 않는 사고의 탄력성이 큰 몫을 했다. 교통부 부부장에 임명되었을 때 부하들에게 물으며 업무를 익혔다. 궁금하면 호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질문할 정도로 하급자를 전문가로서 깍듯이 예우했다.

앞서 윈난(雲南)성 성장조리로 있을 때는 ‘큰 것을 잡고 작은 것은 버린다’라는 그 시대의 트렌드를 과감하게 거슬렀다. 그는 윈난성은 소형기업 육성이 적합하다고 주장, 이를 관찰시켰다. 그 결과 중국 철로 변압기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쿤밍(昆明) 변압기’와 프린터 업체인 ‘블루 컴퓨터’가 윈난성에서 나올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장춘셴. 그의 미래가 어떻게 그려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재준 객원기자·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