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집값에 좌절하고… 潘유엔총장에 환호하고

여느 해처럼 2006년 우리 사회는 다사다난했다. 불황의 그늘이 좀처럼 가시지 않은 데다 양극화가 심화돼 서민들의 주름살은 어느 때보다 많이 늘었다. 과거는 현재의 반면교사이고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며 지나온 한 해를 거슬러 되돌아본다. 주간한국이 선정한 ‘2006 국내 10대 뉴스’를 풀어서 소개한다.

지난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는 물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 했는데 북한은 남한의 햇볕정책 짝사랑에 찬물을 끼얹었고 한반도에 우울한 핵겨울을 드리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북한 핵에 내성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불감증 탓인지 의외로 혼란은 적었고 오히려 일본이 대북제재로 호들갑을 떨었다. 다행히 12월 18일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재개되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갈망하던 때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의 차기 유엔사무총장 선출은 최고의 희소식이었다. 반 전 장관은 10월 14일(한국시간) 유엔총회에서 ‘(宰相)’. 반 전 장관은 12월 14일 자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취임선서를 함으로써 한국인 유엔사무총장 시대를 활짝 열어 한국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기쁨도 잠시. 집없는 서민들은 ‘億·億’ 부동산 가격 급등에 억장이 무너졌다. 건교부 장관이 10월13일 설익은 김포신도시 계획을 발표해 끓는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 정부의 정책 실패로 내집 마련은 이젠 꿈조차 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시근로자가 강남에 33평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평균 44년이 걸린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치권에서 반값 아파트 공급을 약속하지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허탈할 뿐이다.

성실하게 저축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니 서민이 기댈 곳은 한탕주의일 수밖에. 너도나도 사행성 성인 도박게임인 ‘바다이야기’. 정부는 문화상품권 진작 빌미로 허가를 해줬고 서민들은 한탕을 노리고 ‘’. 건진 건 대박대신 쪽박. 물의를 빚자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11월 23일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서 상품권 승인과 영상물등급 심사와 관련해 공무원과 업자 간 검은 유착이 드러나기도 했다.

올해는 유난히 대내외적으로 갈등이 많았다. 대내적으로 보혁 갈등과 빈부 갈등이 심화됐지만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새롭게 두드러졌다. 9월 19일 대전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 이 대법원장이 사과함으로써 확전은 피했지만 근본 원인인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갈등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인수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이 잇달아 기각하면서 양측 갈등은 표면화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외환은행 경영진과 함께 주가조작 등 불법을 자행한 것이 12월 7일 검찰 수사 발표에서 드러났다. 11월 23일 파기해 또 한번 국민을 공분케 했다.

대외적으로는 한·일, 한·미 관계가 악화했다. 특히 한·미 간에 현안도 많았고 마찰이 심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은 대표적 사례.

환수 시기와 관련해 미국은 2009년까지, 우리 정부는 2009~ 2012년을 주장해 이견을 보였다. 10월 18~20일 양국 안보협의회(SCM)에서 우리측 안대로 합의했지만 국내 보수진영은 전작권 환수 논의 자체를 중단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여기에 6월 5일 시작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양국 간 시장개방 폭과 품목을 놓고 치열하게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FTA를 체결해야 경제가 산다고 하고 농민단체들은 FTA를 저지해야 농촌이 산다고 주장하니 국민들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헷갈렸다.

이 모든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 탓. 자연히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악몽의 지방선거집권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 우리당은 당의 진로를 싸고 내분에 휩싸여 있고 말 많은 대통령은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영화계에는 올해 경사가 있었다. 스크린쿼터 축소에도 불구하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개봉 38일 만인 9월 2일, <왕의 남자> 1,230만 관객 기록을 집어삼키고 한국영화 최다 관객 신화를 새로 썼다.

한국영화의 괴력을 수입 할리우드 영화들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돌아보니 기쁨보다 괴로움이, 만족보다 아쉬움이 많았던 2006년이다. 새해에는 서민들 내집 마련 소망이 이루어지고 각 분야의 갈등이 치유되기를 기대해본다. 새 대통령이 탄생하는 해이기에 그 바람이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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