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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盧-신당파 全大 동상이몽
'내년 2월 전대서 당 진로 결정' 합의 불구 의제·성격 등 이견
"당 해체 기준점" "당 재건 전환점" 갈려 난투장 될까 우려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가운데 김한길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신당파가 다수인 열린우리당 민주평화연대 소속 의원들이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당대회와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라는 기준점은 마련됐다. 설왕설래 끝에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내년 2월 하순께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준점 자체가 여전히 투미하기만 하다. 전대를 통해 겨뤄보자는 기본적 공감대만 마련됐을 뿐 무얼 놓고 싸울 것이냐가 아직 없어서다.

전당대회의 성격과 의제, 즉 전대를 당 해체의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냐 재건의 계기로 삼을 것이냐를 둘러싼 당내 이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대는 통합신당 추진 결의대회로 가야한다”는 신당파의 주장과 “새 지도부가 전대 이후부터 정계개편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당 사수파의 주장 사이에는 양보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전당대회가 아예 무산되거나 난투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은 그래서 나온다.

우리당의 전당대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범여권의 정계개편 길항과정의 첫 번째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우리당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의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당이 ‘질서 있는 퇴각’에 실패하면 범여권 전체가 상당기간 혼돈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당 각 세력은 일단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했다. 지도부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의원 워크숍 등을 통해 전당대회 의제 등을 마련키로 했다. 문희상, 유인태, 배기선 등 중신의원들의 모임인 ‘광장’과 중도적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은 “합의에 기초한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며 중재역을 자임했다. 신당파는 모임들 간의 연대를 강화해 수적 우위로 통합신당 추진을 관철시키자는 전략이고, 친노-비노를 망라한 당 사수파도 결속을 다지며 전대를 통한 일전을 벼르고 있다.

경우의 수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지도부와 중도파들이 나름의 구심력을 발휘해 정상적인 전대를 개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당파와 당 사수파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불완전 전대’가 열리는 경우다. 세 번째는 아예 전대 자체가 개최되지 못하고 당이 쪼개지는 경우다

신당파와 당 사수파 사이의 감정의 골이 워낙 깊어 ‘합의에 기초한 전대’를 전망하는 시각은 그야말로 희망사항 수준이다. 반면 일부 강경론자들 사이에선 ‘전대 무용론’이나 선도탈당설이 나돌고는 있으나 이것도 위험부담이 커 실현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결국 신당파와 당 사수파가 정계개편을 둘러싸고 동상이몽을 반복하며 전당대회까지 으르렁거리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 시점에선 가장 가능성이 높다.

‘광장’ 모임에 소속된 한 중진 의원은 “당을 깨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깨지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2003년 민주당 분당과정이 그랬다. 깨질 듯 깨질 듯 하면서도 풍찬노숙을 각오하고 탈당을 결행하려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반면 정대철 대표 등이 막판까지 중재를 시도했으나 결국은 실패하고 갈라섰다. 적어도 전당대회까지는 한 지붕 아래에서 세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통합신당파 쪽의 한 초선의원은 “전당대회라는 건 사실 (결별을 위한) 푸닥거리를 한번 하자는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2003년 당시 민주당 구주류측 인사에게 이미경 의원이 머리채를 잡힌 사건이 분당의 도화선이 됐던 점을 거론하며 “언제, 어떤 식으로건 그런 일은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근히 친노계 쪽에서 ‘사고’를 쳐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이런 돌출 변수가 아니더라도 비대위나 전당대회 준비위 등이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전대를 치러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청와대의 움직임이 가장 큰 관건이다. 일찌감치 통합신당을 지역주의로의 회귀로 규정한 노 대통령이 당적과 임기를 걸고 지속적으로 판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내에선 연말연초께 노 대통령이 모종의 메시지를 추가로 던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친노계와 일부 당원들이 호응하면 ‘홍위병’ 논란이 뒤따르는 수순이다.

연말연초로 예상되는 개각 요인도 무시 못할 변수다. 정세균 산자부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컴백하면 당내 정계개편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당 대표 1순위로 거론되는 정 장관의 복귀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에 반해 유시민 장관의 거취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당에 복귀할 경우 친노-반노 갈등의 도화선이 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이렇다 할 구심이 없는 친노계로선 통합신당 대세론으로 흐르는 정계개편 논의에 저항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당내 대권주자들 사이의 전략적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도 속단하기 힘들다. 우선 친노계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김근태 의장이 전당대회까지 의장직을 유지할지 여부가 미묘한 관심사다. 그가 의장 감투를 던지고 독자행보에 시동을 걸 경우 계파간 갈등의 파고를 높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정치현안에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정계개편과 대권경쟁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들 각각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도 우리당의 향후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입력시간 : 2006/12/26 12:57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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