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베이징 올림픽 대회 앞두고 북한 핵문제 조기 해결위해 골머리북은 여전히 뻣뻣…일부선 "최악 경우 김정일 체제 흔들 수도" 전망

‘황금돼지의 해’라는 2007년은 중국에게 승천의 막바지 준비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중국굴기(中國崛起)’를 세계에 과시할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한 해 앞둔 올해 말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공산당 17차 전당대회(17대)가 열린다. 17대를 통해 진정한 후진타오(胡錦濤) 체제가 출범할 게 확실하다.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上海) 서기의 숙청 이후 지방지도자에 대한 물갈이가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17대 이전에 31개 성, 시, 자치구 중 18 곳에서 후진타오의 세력기반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간부 출신의 단파(團派)가 서열 1위의 서기, 혹은 서열 2위인 성장, 시장, 주석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부대의 새 술’격인 ‘허시에(和諧 :조화)’라는 슬로건은 개혁·개방에 따른 부(負)의 유산 극복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후진타오는 내정에서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관계에 눈을 돌려 보자. 찬바람이 쌩쌩 불던 대일 관계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총리 취임 이래 일본 정부가 취한 관계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07년 봄 중국 정상의 일본 방문 재개 등 봄바람이 불 전망이다.

대미, 대일 관계 등은 순풍

미국과는 최대 갈등 요인인 경제문제를 논의할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호무역적이고 반중적이기까지 한 민주당 인사들에 의해 의회가 장악되기는 했지만 1년에 두 차례씩 열기로 한 양국 간 경제전략대화는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데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위성에서 바라본 한반도의 밤 풍경. 2007년 한반도 북부에도 불이 하나둘씩 켜지길 기대하는 바람이다.
인도와의 관계도 좋으면 좋았지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영토문제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탓이다. 러시아와도 에너지개발을 매개로 경제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06년 중국이 추구한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연형전략’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내정과 마찬가지도 2007년 중국의 외교전망은 ‘맑음’이다.

그러나 중국의 승천에 걸림돌이 없는 게 아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 문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북한 핵문제는 중국에게 ‘골디우스 매듭’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 매듭을 푼 사람이 아시아의 제왕이 된다”라는 신탁에 조금도 주저함 없이 칼로 그 매듭을 끊어버렸다. 비슷한 상황의 중국은 이 매듭을 풀어보려는 쪽이다. 하지만 핵 보유로 기고만장해진 북한이 6자회담의 물가까지는 왔지만 물을 먹으려는 시늉도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러시아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6자회담이 있기 전 북한의 핵 외교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은 모스크바를 장기간 다녀왔다. 그리고 러시아는 6자회담에 수석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강석주는 백내장 수술 때문이었다고 했고 러시아의 수석대표 알렉세예프 차관 역시 신병 때문이라고 구실을 댔다. 뻣뻣한 김계관과 러시아의 6자 홀대는 강석주와 러시아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소련과 북한이 주도한 한국전쟁에 말려드는 바람에 중국이 20여 년간 국제적 고립에 빠졌던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2005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와 산둥(山東) 반도에서 연합군사훈련을 실시, 북한 압박에 공동보조를 취했던 러시아의 이러한 심상치 않은 행보는 중국의 연해주 팽창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그간 중국은 무역과 경제개발이란 명목 아래 연해주를 포함한 시베리아로 적극 진출해 왔다. 일종의 인해전술이다. 19세기까지 중국의 영토였던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인의 집단 상륙에 러시아는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의 대륙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전쟁을 승인한 스탈린처럼 푸틴은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고립무원의 북한을 지원하는 카드를 구사하고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북한문제에 ‘러시아 변수’가 더해진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25일 백악관에서 중국의 북한 딜레마에 대한 해법풀이 논의가 있었다. 이날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지 16일 후였다. 참석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 보좌관,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과 칼 로브 부실장 그리고 기타 동북아 민간 전문가들 다수였다.

이들은 1시간 동안의 논의 끝에 중국의 가능한 선택 방안으로 3가지를 내놨다. 첫째는 북한과 동맹 유지와 북한 체제의 강화, 둘째는 현 북한 정권이 중국 이익에 유해한 정권이라는 인식 아래 공격적인 압박, 그리고 세 번째의 선택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2007년 중국은 북한 핵문제에 관해 어떠한 선택이든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베이징 올림픽 때문이다. 2007년 아무런 결론 없이 넘어 간다면 중국은 ‘북한핵 고삐에 매인 용’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핵 쾌도난마 해법 선택도 가능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 230주년 기념일에 맞추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고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 마지막 날에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러한 전력으로 볼 때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에 맞추어 핵실험을 다시 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만일 그럴 경우 중국은 파티를 망친 부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다. 수년 동안 국력을 기울여 공들인 올림픽 개막식이 CNN 뉴스의 보조화면 박스로 처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백악관 연설이 파룬궁 시위자 한 사람에 의해 낭패를 당했음을 상기해보면 된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김정일은 세계 언론의 스타가 되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2006년 세계의 중요인물 26인의 한 사람으로 그를 선정했다.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5인의 악한’ 가운데 맨 첫 번째로 김정일을 올려 놓았다. 도널드 럼즈펠드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선정된 것이기에 김정일은 크게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시사잡지 ‘환구인물(環球人物)’도 김정일을 세계 10대 인물 중 4위로 선정했다. “실질적 비극적 주인공”, “국제적 드라마 연출 재능” 등 시니컬한 선정 이유보다 사족같은 당부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핵 위기를 종식시키는 긍정적 성과로 10대 인물로 선정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2월 26일자 북한의 노동신문은 이러한 중국의 바람에 재를 뿌렸다. 핵실험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억제력을 갖춘 일”로 표현하고 “선군 영도 아래 조국 번영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러한 오만한 자세는 중국의 현 지도부가 ‘알렉산더의 유혹’에 굴복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덩샤오핑(鄧小平)도, 브레즈네프도, 조지 W 부시도 이 유혹에 넘어갔다. 브레즈네프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반년 앞두고였으며 덩샤오핑은 1978년 12월 11기 3중전회에서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베트남을 침공했다.

10월 25일 백악관 회의에서 중국이 북한 군부에 쿠데타를 부추길 시점으로 2007년 말이 지적됐다. 후진타오가 권력을 강화한 직후가 김정일 정권에게는 가장 위험한 때라는 이야기다. 2007년은 ‘대국굴기(大國崛起)’를 꿈꾸는 중국에게 북한 핵문제 때문에 위기의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이재준 객원기자 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