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40%넘자 당내 구도도 변화 조짐… 고건 고전, 정운찬 아직 미풍

2007년 대통령선거의 해를 맞아 실시한 언론사들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평균 20% 내외, 고건 전 총리는 10% 중·후반 대의 지지율을 보여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지지율 격차를 벌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 전 시장은 또 호남ㆍ충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다른 주자들을 큰 차이로 따돌렸고 전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나라당 취약지역인 호남에서 20%대의 지지율을 얻은 것은 고무적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한나라당 당헌당규와 똑같은 방식으로 모의 경선을 실시한 결과 이명박 전 시장이 57.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37.5%로 2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4.3%로 3위였고, 원희룡 전 최고위원, 고진화 의원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이 전 시장이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에서도 승리가 유력하다는 것을 전망케 한다. 반면 대선까지 1년 가량 남은 데다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돌발 변수도 가늠할 수 없어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이 대선 때까지 계속될 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고공행진 계속될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전 시장의 ‘독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이 전 시장의 높은 지지율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나타나는 ‘경제’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라는 이미지에다 중도ㆍ실용적 인물이라는 평가로 지지층이 넓고 서울시장 때부터 쌓아온 지지율 등이 상승 효과를 일으킨 결과로 구조적으로 탄탄해 큰 이슈가 없는 한 고공행진은 6월 당내 경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연구실장도 “이 전 시장의 고공행진은 이미지가 아닌 청계천ㆍ교통개혁 등 눈에 보이는 업적과 성과에 입각한 지지도이고 여기에 수도권ㆍ40대 중산층 흡수, 출신지인 대구ㆍ경북표 확보 등 탄탄한 기반과 참여정부의 F학점 국정수행과 비교되면서 지지율이 단계적으로 상승해 개인적 약점(병역비리, 부정축재 등)이 제기된다 할지라도 쉽게 무너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지지도가 40%를 넘어선 현 상황에서 대중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해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치컨설팅회사 ‘민(MIN)’박성민 대표는 “현재 상황을 ‘이명박 대세론’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은 25%정도 되는 견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런 정치인은 없고 10% 내외 정도밖에 견고한 지지층이 없기 때문에 돌발상황이 발생한다면 얼마든지 지지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이 전 시장의 주요 지지층이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여론선도층인 40대 수도권 유권자라는 점도 지적했다.

코리아리서치센터 김정혜 이사는 “현 시점의 지지도 조사는 인물에 대한 막연한 선호일 뿐”이라며 “정계개편을 통해 정당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고 후보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박-박근혜, 동행이냐 결별이냐

종래 ‘민심(民心)=이명박, 당심(黨心)=박근혜’라는 한나라당 구조는 언론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당심이 이명박 전 시장 쪽으로 급격히 기운 양상을 띤 것이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이 당내 경선에 참여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 대선을 함께 뛸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기반은 당이기 때문에 당을 떠나지 못하고 경선 참여 문제는 이명박 전 시장에게만 해당한다”면서 “현재 민심은 물론 당심도 이 전 시장이 장악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길’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KSOI 한귀영 실장은 “한나라당 지지도가 40%, 한나라당 소속 대선후보지지도는 60%인 상황에서 이 전 시장이든, 박 전 대표이든 먼저 당을 박차고 나가진 않을 것 ”이라면서 “끝까지 당에 남아 있되 도저히 후보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에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MIN의 박성민 대표는“통합신당이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를 만들어낸다면, 한나라당은 후보경선 성사와 관계없이 두 개 정당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있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논쟁이 역사·정치·미래관의 차이로 벌어지면서 극우 성향과 중도 성향의 보수신당으로 갈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건, 재부상 가능한가

이번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는 대선주자‘빅3’에서 크게 뒤졌다. 그럼에도 범여권의 유력한 후보이고 정계개편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어 지지율 상승 여부가 주목거리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앞날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많다. MIN의 박성민 대표는 “고 전 총리가 화려한 경력에 ‘행정의 달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국민에게 각인될 만한 처방전을 내놓은 게 없고 현재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등 ‘내공’이 부족해 지지율이 예전처럼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SOI 한귀영 실장은 “고 전 총리의 지지도는 현재 호남 중심으로 왜소화된 데다 세대, 계층기반도 거의 없는 상황이고 호남 지지도도 범여권후보로서의 고건에 대한 기대감이기 때문에 향후 지지도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결 구도인데 지금은 구도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여권의 정계개편에 따라 고 전 총리의 위상도 달라질 것이고 이명박 전 시장의 호남표 20%가 끝까지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단일대오를 유지할 것인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구도에 따라 고 전 총리의 비상과 추락이 갈린다는 전망이다.

정운찬, 제3 후보로 뜨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여권의 ‘외부 선장’, ‘제3 후보’로 각광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해 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정치 분야 오피니언 리더 100인 조사' 결과 범여권 대선후보로 26%의 지지율을 얻어 23% 지지율로 2위를 한 고건 전 총리를 제쳐 더욱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언론의 대선 관련 신년 여론조사에서 1% 안팎의 지지율에 그쳐 그의 대선 경쟁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KSOI 한귀영 실장은 “그동안 대선에 돌풍을 일으켰던 제3후보들(이인제, 노무현)은 매우 돌파력이 있고 대중적 기반도 갖춘 주자들이었는데 반해 정운찬 전 총장은 너무 점잖은 이미지로 돌풍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고 전망했다. 한 실장은 “다만 노무현 학습효과로 인해 검증된 경력과 능력을 갖춘 후보에 대한 욕구들이 존재하고 정 전 총장이 이에 일정부분 부합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반향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정 전 총장의 스승인 조순 전 서울시장의 예에서처럼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은 전혀 다르다”면서 “대선 구도상 한나라당 후보와 맞서기 위해서는 반한나라당 세력을 결집해야 하는데 정 전 총장이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MIN의 박성민 대표는 “교수 출신으로 경쟁력이 약하고 현재의 여권보다는 기존 대선지형을 일거에 바꾸는 ‘보수신당’후보로 나서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고 말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