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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의견도 무시한 '독불장군' 부시
여론·민주당·군부 등 반대 불구하고 이라크 미군증파 강행
소말리아 내분에도 군사 개입… 대외정책 더 깊은 수렁 속으로

11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서 군부대 사찰 방문 한 뒤 떠나기에 앞서 장병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있다. <포트 베닝=AP연합>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정부의 새 이라크 전략이 발표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0일 밤 TV 생중계를 통해 발표한 새 전략은 미군 증파와 대규모 경제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라크 전략을 고수하는 차원을 넘어 더 깊숙이 이라크 사태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공식 천명한 것이어서 이라크 철군을 요구하는 민주당과의 일대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여론도 이라크 철군을 지지하는 쪽이 압도적이어서 부시 정부가 이라크와 국내 정치상황 등 안팎으로 처한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갈지 주목된다.

새 이라크 전략은 우선 미군 2만1,500명을 추가로 수도 바그다드와 안바르 두 곳에 3단계로 나눠 파병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바그다드의 경우 1만7,500명을 증파하되 1진 5개 여단은 15일까지, 2진은 다음달 15일까지, 나머지는 그로부터 1개월 내 각각 투입키로 했다. 사형이 집행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수니파 저항세력과 알 카에다 소속 외국 용병들의 근거지인 이라크 서부 안바르에는 해병대 4,000명을 급파키로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 같은 추가 파병을 통해 올 여름까지 바그다드의 안전을 확보해 미군을 수도 밖으로 철수시킬 수 있고, 11월까지는 이라크인들이 18개주 전역의 치안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군 증파 다음으로는 1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해 이라크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지목됐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경제를 회생하겠다는 이라크판 ‘마샬플랜’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같은 병력 증파와 경제지원은 석유수익금의 범 종파적 공평분배, 그리고 수니파의 정부요직 진출 제한 완화 등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이행여부에 연계시킨다는 단서를 달아 이라크 정부에 대한 압박을 구체화했다. 반면 초당적으로 구성된 ‘이라크연구그룹(ISG)’이 권고했던 내년 초까지 미군 철수, 이란ㆍ시리아와의 직접 대화는 모두 거부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이라크 전략은 이라크전에 관한 한 ‘어떤 반대도 나의 뜻을 꺾지 못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ISG는 물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싱크탱크, 심지어 군부의 의견까지 무시한 ‘독불장군식’ 해법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새 전략을 “계산된 도박”이라고 평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이라크 전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계산’은 했으나 그 계산은 도처에 널린 함정과 장애물을 극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새 전략을 “어리석음의 행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당연히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청문회 개최, 입법안 발의는 물론, 의회의 고유권한인 예산심의권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미군 증파를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중간선거 승리 직후 의회 개원 100시간 내 개혁이슈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이라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 등 정부 수뇌진을 의회로 불러 이라크 정책을 추궁한 것은 물론, 예산심의권을 앞세워 이라크 전쟁 예산을 철저히 따지고 이를 삭감해 새 전략의 수족을 묶겠다는 계산이다.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이 뻔히 예견됐는데도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전략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2001년 대통령 취임 이후 최대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2년 임기동안 정국 주도권을 계속 행사할 수 있느냐, 또 퇴임 후 ‘성공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느냐 여부를 이라크 사태를 통해 결정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이다.

바그다드 중심가에서 벌어진 9일 교량 위에서 이라크 군인들이 경계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일간지 USA투데이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를 린든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에 비유했다. 존슨 전 대통령이 1969년 임기 중 마지막 국정연설에서 월남의 평화 전망이 밝으며, 월맹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그후 사이공을 포기할 때까지 6년간 2만1,000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적을 과소평가하고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두 대통령이 닮았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의 새 이라크 전략이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전쟁처럼 결국 미군의 추가 희생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2만여 명의 미군 증파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이라크 안정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치안 확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라크 저항세력을 제압할 만큼의 병력을 파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또 미군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미군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0억 달러 마샬 플랜도 기존의 지원책에서 입증됐듯 치안확보가 선행되지 않으면 집행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독자 프로그램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새 이라크 전략은 자칫 미군을 더 큰 수렁 속으로 빠뜨리는 역효과만 부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럴 경우 이라크 내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갈등만 악화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초래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외에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도 대대적인 공습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동에서 쫓겨간 알 카에다가 이곳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는 명분이지만 이면에는 대 테러전을 중동에서 아프리카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으로 확보한 중동지역의 거점을 아프리카로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자원과 정치ㆍ군사적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는 곳이어서 미국 정부가 군사 개입을 내심 저울질하고 있던 곳이었다. 7일부터 시작된 공습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100여 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다. 미군은 그럼에도 테러리스트를 무력화할 수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고, 또 일부에서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거침없이 확대, 전개되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이라크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 증파, 소말리아로의 전선 확대는 현실적으로 무리한 전략일 수밖에 없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다면 출구전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값비싼 희생을 요구하는 법이다.



입력시간 : 2007/01/18 15:52




황유석 국제부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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