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2포병, 인공위성 요격 발사실험 성공후진타오, 군부 내 입지강화 포석 분석도… 미국 "군사적 위협" 경악

중국 기상위성의 비극적 최후가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1999년 발사된, '펑윈(風雲)-1C (FY-1C)' 이란 이름의 이 기상위성은 지난 1월 12일 오전 (미국 동부시간 11일 오후 5시 28분)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인공위성 발사기지 상공 850~870 km를 선회하던 도중 지상에서 쏘아 올려진 미사일에 의해 피격됐다. 마지막으로 조난신호를 보낸 뒤 수만 개의 파편으로 ‘산화’한 위성을 맞춘 미사일은 중국의 위성요격용(Anti-satellite: ASAT) 중거리 탄도미사일 KT-2였다.

이로써 중국은 옛 소련, 미국에 이어 3번째로 ASAT 미사일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의 ‘ASAT' 클럽 진입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당황과 경악, 그리고 분노였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18일 중국의 실험성공을 확인한 뒤 이는 양국이 민간 우주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정신에 위배된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우방국인 일본, 호주, 캐나다도 중국 비난에 동참했다. 호주 경우 푸잉(傅瑩) 중국대사를 소환, 설명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네오콘, 스타워즈 박차 명분으로 활용

6자회담 재개 협의를 위해 중국에 온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의 협의에서 위성요격 문제를 거론했다. 우 부부장은 중국이 우주에서 군사경쟁을 벌일 의도가 없으며 외부세계는 이번 실험을 군사적 위협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극구 강조했다. 우 부부장의 ‘우문선답(愚問禪答)’에 힐 차관보는 중국 군사활동과 예산 투명도가 미국의 지속적인 관심사라는 사족을 덧붙였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국무부 정오 브리핑에서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23일 밤(중국 현지시간)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전화회담을 가졌다. 신화통신은 양국 외무장관이 중·미 간 건설적 협력관계와 북한 핵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전화회담에서 위성요격 실험 문제가 주이슈로 다루어졌을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미국의 최대 관심사가 어느 사이 6자회담 재개에서 위성요격 문제로 전환한 느낌마저 준다.

중국은 지난 12일 위성요격(ASAT) 탄도미사일을 발사, 자국의 기상 인공위성을 파괴했다. 중국의 'ASAT 클럽'진입은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사진은 중국의 미사일 발사 장면은 촬영한 자료사진.
미국의 네오콘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중국 군사문제 전문가로 ‘중국 위협론’의 전도사인 마이클 필즈베리는 중국의 이번 실험 성공은 사전 예고 없이 미국의 위성을 공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만일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필즈베리는 미국 초당파 의회 정책 자문기구 ‘미·중 경제안보 조사위’의 위촉을 받아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첩보, 항법, 통신을 담당한 위성 50기에 대해 공격을 감행하면 “미국 국민경제에 파멸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즈베리는 자신의 보고서가 중국의 대좌급 간부가 ASAT 개발과 운용과 관련해 내놓은 30개의 제언을 토대로 분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필즈베리는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의 직속부서 ‘넷 평가실(Net Assesment Office)'에서 아시아문제 담당 특별고문으로 일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의 미사일 전력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한 ‘2005 국방부의 중국 군사력에 관한 연례보고서’의 주집필자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할 경우 30년 뒤에는 미국이 월(越)나라의 구천(勾踐)에 패배한 오(吳)나라의 부차(夫差)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온 네오콘 핵심 이론가이다.

펑윈 기상위성.
네오콘은 중국이 이번 위성요격 발사실험 성공으로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쏘아 맞힐 수 있는 활솜씨를 갖추고 있음이 입증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초원을 불태울 수 있는 ‘한 점의 불꽃(星星之火)’인 만큼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머뭇거리다간 미국은 ‘눈먼 삼손’의 신세가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한 동력으로 삼았던 네오콘은 이젠 스타워즈 계획의 박차 명분으로 이번 사태를 활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핵심 동맹국들의 호들갑스런 반응과 달리 유럽을 비롯한 제3자의 시각은 상대적으로 냉정하다. 냉전 종식과 더불어 주춤해진 우주에서의 군사적 경쟁이 중국의 모험주의로 다시 불붙게 될 우려감을 나타내면서도 이번 사태는 미국이 자초했다는 비판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MD체제 추진에 맞서 우주에 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체결하자고 주장해 왔다. 2002년 6월에는 우주무기 배치 금지 조약 초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의 국익 침해와 검증 불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대해 왔다. 나아가 지난해 10월 우주에서 행동의 자유를 내세우는 새로운 우주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실시된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은 미국의 우주 패권화를 막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뜻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에 다분히 선의적인 해석이다.

중국의 관변학자들도 비슷한 논리로 미국의 비난에 반박하고 있다. 중국의 저명한 군사평론가 뤄위안(羅援) 소장은 미국이 이미 80년대에 유사한 위성요격 실험을 실시한 사실을 환기시키고 현 상황에서 진정으로 우려해야 할 것은 미국이 우주패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전 세계 811개 위성 중 413개를 미국이 보유하고 있고 이중 4분의 1이 군사용이라고 지적했다.

우주 둘러싼 춘추시대 열려

하지만 이러한 반박논리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도로 중국이 미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시점에 ASAT실험을 강행했는냐는 의문점이 남는다. 이와 관련, 후진타오 주석이 지난 연말부터 시작한 군 관련 행보가 눈길을 끈다.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하는 후 주석은 12월 27일 중국이 해양대국이라며 해군력 강화를 역설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해군력 확충을 이처럼 공개적으로 밝힌 일은 이례적이다. 이어 중국은 자체 설계한 젠(殲)-10 전투기를 공개했다. 젠-10기 성능이 미국의 주력 전투기 F-16기에 필적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중국 주변 미국 공군기지에 공군력이 증강 배치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와중에 위성요격 실험이 실시된 것이다.

후진타오는 군사위 주석으로서 입지 강화를 위해 이러한 일련의 조치를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군사령원, 공군사령원, 그리고 전략 미사일을 관장하는 제2포병의 사령원은 후진타오가 군사위 주석에 오른 2004년 9월 19일 16기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군사위에 진입했다. 올해 가을께 17차 전당대회(17대)를 앞두고 후 주석은 자신이 군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해군, 공군 그리고 미사일에 중점을 두는 미래 군사전략을 강조할 속셈으로 일련의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군 경험이 없던 장쩌민은 과거에 총장비부를 신설, 기존의 3대 총부를 4대 총부로 확대했고 총장비부장 출신인 차오강촨(曹剛川)을 국방부장에 임명했다. 또한 1996년 3월에 대만을 상대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또한 89년 이래 100명 이상에게 해방군 최고계급인 상장을 달아줬다.

군사위 주석직을 인계받았으나 후진타오가 군을 확고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인적 구조 때문이다. 후진타오로선 눈에 띄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것이 이번 위성요격 실험으로 나타났다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배경과 의도가 어떻든 간에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성공은 우주가 춘추시대에 진입했음을 알린다. 아직 살벌한 전국시대에 이르지는 안했지만 말이다.


이재준 객원기자 중국문제 전문가 webmaster@china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