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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검증공방 '李빠지고 朴깨지면 어쩌려고'
'X파일' 이후 생존게임으로 비화, 이명박·박근혜 독자행보 결행 땐 당 깨질 수도

악수는 하고 있지만… 박근혜(왼쪽)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이 지난 1월 24일 한나라당 상임고문 주최 오찬에 참석. 인사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검증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의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SIBC 대표가 2월 16일, 21일 두 차례에 걸쳐 폭로성 기자회견을 한 후엔 양 진영의 공방 수위도 높아져 자칫 ‘두 주자가 갈라설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지난해 말 당 안팎에서 대선후보 검증론이 제기될 때만 해도 2002년 대선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윈(win)-윈’ 논리로 받아들여졌으나 최근의 검증 공방은 ‘상대편이 죽어야 내가 산다’는 서바이벌게임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명박ㆍ박근혜 검증 공방은 1월 12일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이 “박 전 대표는 재임 기간 정책적, 도덕적 검증을 받았지만 이 전 시장은 검증을 받지 않은 만큼 당연히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시위가 당겨졌다.

그후 말 펀치만 교환하던 양 진영의 대립은 2월 15일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가 이른바 ‘이명박 X파일’을 공개하면서 확전됐다. 이 전 시장 측에서 ‘박근혜 배후설’을 제기하자 박 전 대표 측에서 “물타기용” “책임회피”라며 되받아치면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김유찬 씨의 이명박 X파일 기자회견은 이ㆍ박 진영을 더 이상 화해가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갔다. 박 전 대표는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2월 19일 “한나라당이 또 실패할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 검증은 누구나 받아야 하며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면서 “억지로 지어내서 하는 것도 네거티브"라며 이 전 시장 측의 책임론을 강하게 반박, 공세에 가세하면서 양측은 물러설 수 없는 형국에 이르렀다.

유승민 의원은 2월 21일 “사건을 제일 잘 아는 이 전 시장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명하는 게 본인과 당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이 전 시장을 압박한 데 이어 다음날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문제의 본질은 돈으로 위증교사를 했느냐 여부이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행위이고 대통령 후보로서 결격사유가 된다”며 이 전 시장을 정면 공격했다.

집권 낙관 속 내부서 위기감 증폭

이날 이 전 시장의 캠프인 안국포럼 관계자들은 유 의원의 발언에 격앙, “유 의원이 이 전 시장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며 김대업에 빗대 “유대업의 행태”라고까지 비난했다. 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의 사생활이나 정수장학회 관련 의혹들을 제기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해 상황에 따라 이ㆍ박 양 진영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나라당은 대선주자 ‘빅3’의 고공행진에 따라 집권을 낙관하면서도 공멸의 위기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ㆍ박 진영 간 갈등이 점차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최고위원은 “두 후보의 공방을 방치할 경우 당이 깨질 수 있다”면서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당 행위를 막고 공정한 검증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ㆍ박 두 주자 간의 지지율 격차도 ‘결별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결과 이 전 시장에 20% 포인트 이상 뒤져 있는 박 전 대표 측에서 검증 공방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고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전 대표 캠프 주변에서는 이 전 시장의 재산 형성 과정이나, 정치 입문 배경, 각종 사생활 관련 의혹 등이 ‘위증교사’의 후속타로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지금까지 당의 화합과 높은 지지율에 근거해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해왔지만 김유찬 씨의 기자회견 이후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언제든 박 전 대표에 대한 공격도 감행하겠다는 분위기다. 이ㆍ박 진영 간 공방이 수습 단계를 넘어설 경우 대선에서 독자 행보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ㆍ박 진영의 갈라서기를 추동하는 요인은 또 있다. 우선 두 주자의 지지율이 70%를 넘나들고 있고, 국민들의 여권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해 있다는 것이다. 대선 때까지 그 같은 기조가 유지된다면 ‘한나라당 후보=대통령’이라는 인식이 팽배, 이ㆍ박 진영의 생존게임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상대 진영에 대한 공세는 예리해질 것이고 그에 따라 불신은 더욱 깊어져 정권창출을 향해 동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미 양 진영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해 “부도덕한 인물” “물귀신 공주”라는 험담이 오가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ㆍ박 두 주자 중 누가 탈당하더라도 그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경우 분화의 유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가 2월 20일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분열에 따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독자 출마, 범여권 단일 후보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 이 전 시장(56.1%)이 박 전 대표(27.5%)와 범여권 후보(9.7%)를 큰 차이로 누르고 승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ㆍ박 두 주자 중 한 쪽이 탈당, 독자 출마하더라도 이 전 시장 지지층의 69.6%, 박 전 대표 지지층의 68.4%가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혀 분화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여론조사도 '한나라당 분열' 점쳐

국민들도 이명박ㆍ박근혜 두 주자의 분열을 점쳤다. 앞서 한국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0.0%가 한나라당이 분열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단일 후보를 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32.1%에 불과했다.

문화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월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특정 후보가 탈당해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43.8%,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41.7%로 나타났다.

정치 컨설턴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이 민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 발생, 양자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을 경우 이 전 시장의 보수신당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네거티브 공세를 받았다는 명분만으로 이 전 시장이 움직일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같은 역사논쟁 등이 촉발될 경우 그동안의 공방으로 쌓인 양 진영의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X파일과 같은 돌발 요소는 대선 지형을 바꿀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공세로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이 전 시장이 당을 나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명박ㆍ박근혜의 분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은 한나라당 지지층과 유사해 탈당이 어렵고, 이 전 시장도 ‘이인제 학습효과’ 때문에 모험(탈당)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X파일' 이 그 내용에 따라 대선 지형을 바꿀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거나 ‘박근혜 X파일’과 맞물려 갈등을 증폭시킬 경우 분열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입력시간 : 2007/02/26 19:58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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