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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탄생 50년… 유럽합중국 큰 걸음
'하나'까지는 먼 길
단일통화로 세계 최대 경제블록 구축, 유럽헌법 부활·민족주의 해소 등 과제 많아



2007년 신년을 맞아 EU가입을 축하하는 루마니아인들이 EU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유럽연합 의원들, 유럽집행위, 각료회의와 함께 유럽을 움직이는 한 축 이다.

유럽연합(EU)이 탄생한 지 3월 25일로 50년을 맞았다. 1957년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발족한 유럽경제공동체(EEC)를 모태로 하는 EU는 반세기의 연륜을 쌓으면서 세계 최대 경제공동체로 거듭났다.

두 차례의 세계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유럽이 오늘날 미국에 버금가는 정치ㆍ경제적 리더십을 갖출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연 EU는 서유럽과 동유럽을 모두 아우르는 전 유럽의 구심점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까.

지난해 EU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14조2,000억 달러였다. 미국의 13조3,000억 달러보다 9,000억 달러가 더 많았다. 세계 총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인구도 4억9,000만 명으로 중국, 인도 다음이었다.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라는 명칭에 전혀 손색이 없는 외형이다. 이 같은 경제력을 반영하듯 5년 전 출범한 유로화도 달러화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2002년 1월 1일 1유로에 1.1달러로 시장에 첫선을 보였던 유로는 현재 1유로에 1.3달러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경기도 최근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EU의 경제성장률은 2.7%로 미국의 2.5%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에는 2.9%로 2000년 이래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인플레와 실업률은 최근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면 50세 생일을 맞는 EU가 유럽 국민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최근 영국 BBC 방송은 유럽통합이 가져온 10가지 혜택을 보도했다. 유럽국가 간 통행의 자유를 보장한 솅겐조약으로 역내 15개국 국경에서 검문, 통관 절차가 사라졌다. 그만큼 여행이 편리해졌다.

유로화 도입으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 57년 로마조약 때부터 남녀 간 평등급여 원칙이 명시된 덕분에 성차별은 느끼지 못한다. 항공기ㆍ전화 요금이 싸지고 상품의 규격이 통일되는 등 실생활에서 느끼는 복지와 편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대신할 수 있는 리더십 확보

역사적으로 보면 EU의 유럽통합으로 황폐해진 유럽대륙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고 독재와 공산주의를 청산했으며, 공동 번영의 초석을 다졌다.

한때 유럽의 후진국이었던 아일랜드와 스페인이 EU에 가입하면서 경제가 급성장한 것은 유럽통합의 힘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또 덩치가 커지면서 원조, 무역, 외교 등 비군사적인 면에서 입김이 세져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리더십을 확보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반세기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자 성과를 든다면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도입과 동서유럽의 재통합을 빼놓을 수 없다.

단일통화 논의가 한창이던 1999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유로화는 좋은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없지만, 절대 결실을 맺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가 후에 “나는 내 생각이 100% 옳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말로 궁색한 변명을 한 것은 지금까지 입에 오르내리는 일화이다.

그만큼 유로화가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당시는 팽배했다. 여기에는 여러 나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유럽이 결국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할 것이라는, 유럽을 바라보는 미국의 부정적 시각이 짙게 배어있었다. 그러나 유럽은 보란 듯이 단일통화를 만들어냈고, 이를 무기로 ‘유럽합중국’ 건설을 위한 거보를 내디뎠다.

지금 EU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는 유럽헌법의 부활이다. 유럽헌법은 ‘경제는 대국인데 정치는 난쟁이’라는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 EU 대통령과 외무장관직 등을 신설해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보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잇따라 비준이 부결되면서 유럽헌법 작업은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올 상반기 EU 의장국인 독일은 3월 25일 베를린에서 EU 50주년을 축하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으나 유럽헌법 문제를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등 헌법에 반대하는 국가와 이미 비준을 마친 18개 다른 회원국 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터키 문제 등 유럽분열 요인 상존

여기에다 최대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도 유럽을 분열시키는 한 요인이다. 또 하나는 아직도 뿌리깊은 유럽의 민족주의 정서이다.

이민과 난민흡수에 비교적 관대했던 프랑스마저 최근 이민을 규제하고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데서 엿볼 수 있듯 서유럽의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민족주의는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는 외국자본의 자국기업 인수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 가로막는 ‘경제민족주의’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EU 50년은 그야말로 파란의 역사이다. 불가능하다고 했던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그러나 회원국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협화음-서유럽과 동유럽의 경제적 격차, 이로 인한 정책집행 과정에서의 마찰, 고용시장 불안 등-은 EU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EU의 대실험은 여전히 길고 험난하다. .

EU 움직이는 집행위·각료이사회·의회

EU는 크게 봐서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각료이사회, 유럽의회라는 3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유럽집행위는 한 국가의 행정부와 기능이 비슷하다. 법안을 제안하는 독점적 권리를 갖고, EU의 정책을 집행한다. 집행위원은 유럽각료이사회 멤버들과 달리, 출신국가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지위와 임무를 갖는다.

출신국가로부터 임명되지만 개별국가가 아닌 EU 전체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집행위원은 한 국가당 한 명씩 모두 27명이고 임기는 5년이다. 2014년부터는 3분의 2인 18명으로 줄이기로 합의된 상태다.

유럽각료이사회는 회원국 각국 각료들로 구성된 유럽 제1의 입법기관이다. 유럽의회도 의회의 성격을 갖지만 제한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집행위가 발의한 법안을 유럽의회와 공동으로(co-decision procedure) 심의해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예산을 심의하고 EU 전체의 외교ㆍ안보ㆍ경제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위원을 임명한다.

유럽의회는 제한된 입법권만 행사하는 입법기관이다. 법안 발의권은 없고 제출된 법안에 대해 수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만 갖는다. 특정 정책에서는 아예 자문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기도 하다.

집행위원에 대한 승인, 예산심의 권한을 가지며 집행위원회에 대해 과반수 투표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불신임할 수 있다. 또 EU 신규가입에 대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1979년부터 회원국 국민의 직접ㆍ보통 선거를 통해 5년마다 의원을 선출한다. 한 국가가 최대 99명(독일)에서 최소 5명(몰타)까지 유럽의원을 둘 수 있다.




입력시간 : 2007/03/28 17:01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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