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세골렌 루아얄, 프랑수아 바이루 3파전 양상친기업의 우파정책 사르코지 우세 속 여성후보 루아얄이 변수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2일 1차 투표가 실시되는 대선은 프랑스 최초로 여성후보가 등장했다는 점, 좌우의 대결이라는 기존의 선거틀을 깨고 중도파의 제3 후보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 군소후보들의 난립으로 유력후보들의 지지판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 여기에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어느 때보다 많다는 점 등 여러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차 투표는 22일 치러지지만 한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5월 6일 상위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러 여기서 많은 득표를 올린 후보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다.

현재로서는 50% 이상 득표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어느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우파인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중도파인 프랑스민주동맹(UDF)의 프랑수아 바이루의 3파전 양상이다.

사르코지가 30%대 이상의 지지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루아얄과 바이루가 20%대 중ㆍ초반의 지지율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때 루아얄 후보가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사르코지 후보에 앞서기도 했으나 최근 잇따른 말 실수와 당 내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금은 사로코지와의 지지율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제3의 후보 바이루 역시 초반보다는 기세가 다소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남성이 주도해온 정치판에 대한 유권자의 정치 혐오증이 여전하고, 현재 3위이긴 하지만 바이루가 결선투표에만 오른다면 어느 후보와 맞붙어도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과반득표자 없어 결선투표로 갈것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노골적인 견제 등 당내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집권당 후보를 거머쥔 사르코지는 힘을 앞세운 전형적인 우파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함께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경제에서는 ▲노동시장 유연화 ▲감세 ▲주 35시간 근로제 개편 및 근로시간 연장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체제 적극 도입 등 친기업ㆍ친시장 색채가 강하다.

노숙자에 거처를 공급하고 최저임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역시 주된 포인트는 침체에 빠진 경제회복에 있다. 사회적으로는 2005년 말 파리를 시작으로 전역에 확산됐던 이민자 폭동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답게 강력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치안을 확보하고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막아 이민자에 대한 통제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자에 대한 그의 입장은 대외정책에서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반대, EU 확대 반대, 그리고 현재 EU의 최대 현안인 유럽헌법 부활 문제에서 헌법 대신 범위를 축소한 ‘미니 조약’ 체결을 주장하는 등 서유럽 중심의 EU 가치 보호를 강력히 주창하고 있다. 경제ㆍ정치면에서 그의 이 같은 신자유주의적 공약은 전통적인 드골주의파나 좌파들로부터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반면 루아얄 사회당 후보는 ‘더 공정하면 프랑스는 더 강해진다’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사회보장 강화 등 분배ㆍ복지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최저임금과 저소득층의 은퇴자 연금수령액을 올리고 주 35시간 근로제 권리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중앙정부의 재정 규모를 줄이고 지방자치단체에 더 많은 재량권을 부여한다든가, 모든 사회초년병들에게 1만 유로를 대출해주고, 25세 이하 여성에게 무료로 피임약을 제공하겠다는 등의 공약에서 사회공동체에 대한 그의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루아얄이 제1 야당의 후보로까지 오르게 된 데는 이런 대중적ㆍ온정적 이미지가 큰 몫을 했다.

엘리트 관료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그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가족장관과 환경장관 등을 거치면서 가족의 가치를 지키고 아동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뒀다.

또 네 자녀의 어머니이면서 정치적으로도 성공해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루아얄이 갖는 강점이다. 그는 ENA 동기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와 함께 정식 결혼이 아닌 파트너 형태로 동거하고 있다.

군소후보들의 반란 일어날까

이번 프랑스 대선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군소후보들이 ‘메이저 3인방’의 판세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후보가 모두 16명이었던 2002년 대선보다는 다소 줄어든 12명이 이번에 공식 후보등록을 마쳤는데, 마이너들의 반란으로 메이저 후보들이 무너진 사례가 적지 않은 프랑스 선거판을 감안하면 이들이 비록 당선권에는 들지 못한다 하더라도 유력주자의 당락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02년 대선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이 전혀 예상밖의 돌풍을 일으키면서 1차투표에서 사회당의 거물급 후보 리오넬 조스팽 후보를 격침시키고 결선투표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조스팽 후보에게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시라크 후보는 뜻밖에 르펜이 결선투표 맞상대로 올라오면서 손쉽게 승리를 낚아채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도 조스팽 같은 희생양이 나올지, 나온다면 누가 될지가 흥미롭다.

9명의 군소주자들의 경력도 다채롭다. 외국인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극우파와 공산혁명을 주창하는 트로츠키주의자, 반세계화 운동가, 우편집배원까지 이념과 경력, 성별, 나이 등 천차만별이다.

농민운동가에서 출발해 반세계화 운동가로 지금은 더 유명해진 조제 보베는 맥도널드 매장을 부수고 유전자조작(GM) 농산물 재배지를 훼손한 혐의로 세 차례 투옥, 기소된 전력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프랑스를 극우파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르펜은 “프랑스 축구대표팀에 흑인이 많아 안 된다”는 대표적인 인종차별론자이다.

혁명공산주의자연맹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해 기업들의 해고를 아예 법으로 금지시키겠다고 주장하는 올해 32세의 최연소 후보이자 현직 우편 집배원이다.

“전통적 삶의 방식”을 주장하는 프레데릭 니우는 사실상의 ‘1인 정당’인 ‘사냥ㆍ낚시ㆍ자연ㆍ전통당(CPNT)’ 후보로 시골방식의 생활을 지키자고 주장하는 변호사이다. 여성 후보자도 루아얄을 포함해 공산당의 마리 조르주 뷔페, 녹색당의 도미니크 부아네, 트로츠키파 노동자투쟁당의 아를레트 라기예 등 모두 4명이 범 좌파의 간판 아래 이름을 내걸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