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각개약진·한나라 분열조짐 놓고 각각 희망섞인 분석, 후보간 구도가 최대 변수

대통령 선거를 7개월 가량 앞두고 아직도 대선에 나설 주자들에 대해 안개 속이다. 최근 정치권의 키워드는 ‘분열’과 ‘통합’이다.

범여권은 올해 초 분당파가 탈당한 이후 열린우리당 최대 주주인 정동영ㆍ김근태계의 5월 말~6월 초 탈당이 예상돼 헤쳐모여의‘빅뱅’을 예고한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ㆍ박근혜 전 대표 측의 난타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어 언제든 분당할 가능성이 잠복돼 있다. .

여야의 예측불허 상황은 12월 대선이 ‘다당제 구도’로 재편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열린우리당은 친노그룹과 반(비)노 세력의 대립이 봉합하기 어려울 만큼 벌어져 분화의 시기만 남아 있고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그리고 손학규 신당 등과의 동상이몽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명박ㆍ박근혜 후보의 결별 여부는 12월 대선 구도를 판가름할 핵심 변수이다.

현재 대선 구도의 흐름은 범여권이 친노(親盧)그룹과 비노(非盧)그룹으로 갈리고 한나라당은 이명박ㆍ박근혜 세력으로 양립, ‘친노 후보, 비노 후보, 손학규, 이명박ㆍ박근혜’후보 간 다자 구도가 유력하다. 여기에 비노-손학규, 이명박-박근혜 후보의 관계에 따라 다양한 구도가 가능해진다.

경선 룰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 극적 봉합은 이뤄졌지만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친노그룹, 여야 분열양상에 '희망'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상대방의 분열보다 더 큰 승리요인은 없다. 한나라당이 또다시 분열될 수 있고, 얼마든지 맞춤형 후보를 통해 지난 두 번과 같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대통령은 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이 다자구도로 짜여지면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즉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의 양자 구도가 아니라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비노 후보와 친노 후보가 격돌하는 다자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렇게 대선이 다자 대결로 진행되면 이명박-박근혜 진영의 싸움으로 영남권이 이완되고 그만큼 친노 후보의 동진(東進) 폭이 넓어진다고 계산한다. 이 전략이 일정하게 성과를 내면 호남의 ‘전략투표’를 기대할 수 있고 여기에 수도권의 개혁 성향표를 더하면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의원은 “(대선이) 다자 구도가 되면 35~40%의 득표율로도 당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동영, 한명숙, 손학규(왼쪽부터). 손용석 기자

12월 대선 구도의 키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도 살얼음판이다. 4ㆍ25 재ㆍ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 공방으로 불붙은 이ㆍ박 전쟁은 경선 룰을 놓고 파국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봉합, 위기를 넘겼지만 분화와 결별의 뇌관은 도처에 깔려 있다. 8월 경선까지 경선 룰 여론조사(기관), 경선 참여 대의원ㆍ당원 결정, 후보검증위 구성 및 검증 범위 등을 놓고 또다시 충돌이 예상된다. 경선을 통해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상대 후보의 공세로 지지율이 급락, 회복 가능성이 없을 경우 후보 교체론이 대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ㆍ박 진영 일각에선 주자가 각각 출마해 대선이 다자 구도로 치러지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이른바 ‘4자 필승론’이 제기돼 분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4자 필승론’은 1987년 대선 때 여권의 노태우 후보가 김영삼ㆍ김대중ㆍ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당선(36.6% 득표율)될 때 제기된 논리로 이번 대선이 당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즉 범여권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낮다는 광범위한 인식, 여전히 강한 지역 기반, 대선 직후 총선이 이어지는 일정 등이다. 따라서 대선이 ‘박근혜-이명박-손학규-범여권 후보’구도가 되면 자신은 반드시 이긴다는 게 이ㆍ박 양측의 속내이다.

박 전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고 이 전 시장은 탈당해 독자 후보로 나선다는 전제아래 “박 전 대표에게는 충성심 높은 지지층이 20% 안팎으로 존재한다”며“이 지지표를 30% 정도로만 올리면 승리는 무난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40%를 넘지만 그 속에 호남 등 실제로는 표가 되지 않을 10%를 빼면 30%이고 그나마도 확고한 지역표가 없어서 승산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왼쪽)와 우리당 정세균 의장. 통합논의를 위해 만났지만 의견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4자 필승론' 제기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신4자 필승론’이 흘러나온다. 박 전 대표의 권력 의지가 워낙 강해 독자출마가 가능하다고 보고 그에 대비하는 논리다. 캠프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출마하고 친노파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으면 이 전 시장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말한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이 탈당해 독자 출마해도 박근혜ㆍ손학규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 1위가 나오는 것도 ‘신4자 필승론’에 힘을 보탠다.

하지만 이ㆍ박 진영의 4자 필승론에는 함정이 있다. 두 주자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개인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하는데 한나라당 후보가 나눠질 경우 지지기반이 양분되는 데다 소극적 지지층까지 이탈할 수 있다.

또한 친노 세력이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이 크지만 언제든 반한나라당 후보들이 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ㆍ박근혜 후보가 독자 출마할 경우 지지표가 분산돼 승리하기 어렵다. 4자 필승론이 아닌 ‘필패론’으로 돌변할 수 있는 배경이다. 그래서 이ㆍ박 진영은 정권교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당내 역할을 분담해 공존의 길을 선택할 여지가 더 많다.

반면 범여권의 분열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넌 양상이다. 대선이 다자 구도 쪽으로 일단 기울고 있는 셈이다.범여권은 크게 친노그룹과 비노그룹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가운데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이 손잡는 중도개혁통합신당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생정치모임’과 김근태 의원이 중심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 원외의 ‘창조한국미래구상(미래구상)’과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이 결합하는 흐름 △손학규 전 지사를 중심으로 한 전진코리아의 독자신당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주장하는 후보 중심 3지대 신당론 △참정연 등 친노계열 의원들과 노사모, 김혁규ㆍ이해찬ㆍ한명숙 의원, 유시민 장관 등이 만드는 흐름 등 각개로 나아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영남을 기반으로 친노그룹을 세력화하고 이해찬ㆍ김혁규ㆍ한명숙ㆍ유시민 등의 후보를 앞세워 대선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손을 잡으려는 탈당파를 지역주의자로 몰아 DJ 측을 견제하고 정동영ㆍ김근태를 공격, 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DJ와 민주당은 통합신당과 결합해 호남 주도권을 되찾고 ‘호남+충청’연대, 나아가 경기 출신의 손학규 전 지사와 손잡고 서부벨트를 복원, 대선 파이를 챙기고 집권까지 넘보겠다는 계산이다.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독자신당을 모색하면서 여러 세력을 끌어안거나 추대를 받아 명실상부한 대선후보로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정동영ㆍ김근태 세력은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자파 현역 의원이 각각 10여 명에 불과하고 비례대표 의원은 당에 묶여 있어 대선 행보에 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대선정국은 5월 말~6월 초 추가 탈당하는 범여권발 1차 빅뱅과 한나라당 이명박ㆍ박근혜 후보 경선이 있는 8월의 2차 빅뱅에 따라 큰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1차 빅뱅 이후 정동영ㆍ김근태 세력은 자파 세력을 중심으로 손학규, 통합신당, 시민단체의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 등 여러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친노그룹은 열린우리당을 확실한 노무현당으로 만들어 대선 체제로 전환하고 내년 총선까지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당에 복귀하고 친노그룹의 핵심조직인 ‘참여정치 평가포럼’도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여의도 정가에 대선과 관련한 ‘노심(盧心)’이 회자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을 다자 구도로 재편, 친노 후보를 부상시켜 재집권을 타진하는 한편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한나라당 후보와 ‘빅딜’을 시도할 것이라는 이른바‘밀약설’이다.

밀약설은 지난해 9월 중순 서울 C호텔에서 이 전 시장과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 노 대통령 측근 안희정 씨가 만나는 장면이 한 중견 언론인에 의해 목격 됐다는 소문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이나 안 씨 측은 모두 밀약설뿐 아니라 접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친노파 내부갈등 조짐

한편 친노그룹의 분화 가능성도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친노그룹 내에 영남파와 비영남파의 갈등이 그것으로 친노직계 영남파는 대선후보로 김혁규 의원을 밀면서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제 세력과의 연대에 소극적이다. 반면 이해찬ㆍ한명숙 등은 친노이면서 범DJ이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친노 영남당’으로 바뀌는 것을 반대하면서 범여권 대통합에 적극적이다.

정가에서는 잠재적 대선 주자인 이해찬ㆍ한명숙의 역할에 따라 범여권 통합, 나아가 노무현-DJ 연대까지 이룰 수 있다면 대선지형이 ‘한나라당 대 반한나라당’구도로 재편될 수 있지만 오히려 이해찬ㆍ한명숙 세력이 친노그룹과 충돌,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정치전문가들은 12월 대선의 변곡점을 8월로 점친다. 한나라당 경선으로 이명박ㆍ박근혜의 위상이 결정되고 그에 따른 후폭풍이 범여권의 역학관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변수도 잠복해 있어 대선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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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