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지율 상승기류, 10%대 진입 땐 확실한 여권주자로 각인이-친노 대선주자로 급부상, 서부벨트 한 축으로 새롭게 부각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출판기념회는 3,000여 명의 지지자들과 범여권 대선주자,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대거 참석해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날 관심의 초점은 정동영 전 의장에게 모아졌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였다.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손 전 지사는 범여권 내빈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데만 10여 분이 걸렸고 우리당 의원 몇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 전 지사의 손을 움켜잡기도 했다. 행사장 곳곳에서는 ‘손학규’를 연호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정동영 전 의장의 대권 출정식이 역설적으로 정 전 의장의 클라이막스를 보는 것 같다”며 정 전 의장의 정치적 현주소를 ‘유리천장’에 비유했다.

출판기념회의 열기가 정 전 의장을 범여권 대선주자로 각인시켰지만 그러한 열기(지지)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반면 그는 “바닥권에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손 전 지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5% 지지율이 10%대에 진입하면 명실상부한 여권의 주자로 우뚝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저녁, 친노그룹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 386 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총리는 “한반도 평화와 국가경쟁력 강화, 민주주의 성숙, 사회적 대통합을 위해 앞으로 역할을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상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손학규 전 지사가 정 전의장, 김근태 전 의장(왼쪽)등과 나란히 앉아 얘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친노의 좌장 역할을 해온 이 전 총리가 대선 경쟁에 나설 경우 손학규 전 지사와 정동영ㆍ김근태 전 의장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범여권의 대선후보 경쟁구도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처럼 최근 범여권의 대선 구도에 손 전 경기지사와 이 전 총리가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1위에다 여러 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 범여권 비노(非盧)그룹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고, 이 전 총리는 지난 8일 노 대통령과의 독대 후 친노그룹의 대표 주자를 자처하며 대권행보를 본격화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손학규ㆍ이해찬 카드가 주목받는 것은 이들이 범여권을 하나로 묶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는 데 적임자이고 대선 후보로서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에서다.

손, 범여권 비노그룹 중심으로 부상 그동안 범여권은 비노, 친노 세력으로 나뉘어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동영 그룹과 김근태 의원이 중심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연)’이 당 사수파인 친노그룹과 대립하고 당 밖에는 박상천 대표체제의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통합신당,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생정치모임’이 마주하고 있다.

원외에는 ‘창조한국미래구상(미래구상)’,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세력화를 꾀하고 있고. 손 전 지사는 ‘전진코리아’등과 함께 독자신당을 추진 중이다.

정가에서는 범여권의 비노그룹, 친노그룹이 손을 잡고 통합후보를 낼 경우 12월 대선이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아가 이명박ㆍ박근혜 간 대립이 심화되거나 범여권이 결합(연대),‘호남-충청-경기’의 서부벨트가 복원될 경우 영남당ㆍ영남후보인 한나라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전 지사는 6월 17일 독자세력화를 위한 ‘선진평화연대’를 발족한다.

이를 위해 ‘인물대장정’에 나서는 한편 세부적인 대권 행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수도권을 발판으로 호남, 충청을 잇는 범여권 주자로 자리매김한다는 복안이다. 손 전 지사가 탈당 후 가장 먼저 호남을 찾고 꾸준히 충청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이해찬 전 총리가 22일 밤 서울 가회동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우리당 친노 286의원 등과 4시간 여 동안 만찬 희동을 가진 후 백원우(왼쪽), 김종률(오른쪽)의원 등과 함께 음식점을 나서고 있다. 손용석 기자

손 전 지사는 5·18 광주기념행사 직전인 15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범여권 통합 및 비한나라당 연대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16일엔 대전에서 국민중심당에 입당한 권선택 의원을 만나 충청민심 잡기에도 나섰다. 5·18 행사 때는 열린우리당 의원 30여 명,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두드러진 행보를 보였다.

손 전 지사는 햇볕정책 계승론과 남북정쇠담 개최 등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전도사로 나서는 한편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기에 앞서 DJ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임동원 씨를 만나 ‘DJ-손학규 연대설’의 빌미가 됐다.

DJ 측도 손 전 지사에 우호적이다.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손 전 지사가 집권하면 자신의 햇볕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동교동계 핵심 인사는 “김 전 대통령은 비한나라당 세력의 통합을 주문할 뿐 구체적으로 특정 후보를 거론하지는 않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손 전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친노그룹 구심점으로 활동폭 넓혀 한편 이해찬 전 총리는 당 해체 위기에 따른 친노그룹의 자구책에다 ‘노심(盧心)’이 작용, 친노 그룹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3ㆍ1절 골프파문으로 물러난 이 전 총리를 정무특보로 복귀시킨 뒤 중책을 맡기며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었다. 최근엔 방북단을 이끌게 하고 미국을 방문하게 하는 등 이 전 총리를 대선주자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 전 총리는 올 초부터 열린우리당 비노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동영ㆍ김근태 진영이 탈당 카드로 압박하자 “친노 진영의 일부만 남기고 가는 일은 없다. 다 안고 신당으로 갈 테니 맡겨달라”며 노 대통령을 설득, 친노그룹의 구심점을 맡으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는 전언이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범여권 통합추진 방향에 대해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이 전 총리와 조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총리와 호흡을 맞추었던 정태호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이 전 총리 측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고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의 당 복귀가 이 전 총리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보태지면서 이 전 총리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대권 경쟁력에 대해서는 추진력 있고 개혁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교육정책 실패와 3·1절 골프 파문 등 여론의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의 예처럼 12월 대선에 임박해 비노그룹 후보와 친노그룹 후보 간에 대통합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간에 최종 승부가 예정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럴 경우 ‘호남(DJ)-충청(이해찬)-손학규(경기)’라는 서부벨트가 복원돼 한나라당 후보를 압박하는 ‘영남포위론’이 가능해진다. DJ의 통합론을 지역주의 회귀라고 비판하던 노 대통령이 ‘대세’를 따르겠다고 한 점은 그러한 가능성을 높여준다.

범여권의 대선 밑그림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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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