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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냉전시대, 우주로 간 군비경쟁
美 MD체제 겨냥 러·中 미사일 발사
러시아 신형 ICBM 시험발사 성공, 中도 위성요격용 미사일로 우주무기 개발경쟁 본격화



러시아가 시험발사에 성공한 신형 대륙간 탄토 미사일 RS-24 발사 모습.

신냉전인가. 러시아가 지난달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성공리에 시험발사한 것을 계기로 냉전시대 치열하게 전개됐던 미국과 러시아 간 군비경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최근의 군비경쟁은 미국과 소련 두 양대 진영이 주도했던 과거와는 달리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우주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핵ㆍ우주 전력뿐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도 개발이 가능한 전술ㆍ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이미 10여 개 국가가 위협적인 전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미국과 소련이 과거 맺었던 군축조약들이 유명무실화하거나 잇따라 폐기되는 등 지구촌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이번에 실험에 성공한 ICBM은 사거리가 최대 9,600km인 토폴(Topol)-M 다탄두 미사일의 개량형인 RS-24. 사거리가 1만km를 넘고 핵탄두를 6~10개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 차세대 전략핵무기의 대표주자다.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고 레이다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성능이 개선돼 발사나 비행단계에서의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가 실험 성공 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어떤 미사일방어(MD) 체제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고 한 것은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다.

■ 러시아 "미국 MD체제 극복" 자신감

러시아 정부에 따르면 RS-24 미사일은 모스크바 북서쪽 플레세츠크 공군기지에서 발사돼 동쪽으로 5,500km 떨어진 캄차카 반도의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이날 초음속 이스칸데르(Iskander) 공대지 미사일로 알려진 전술 크루즈(순항) 미사일도 사거리를 종전 300km에서 500km로 늘려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이 알래스카주 코디악에서 발사된 표적미사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한창 실험 중인 MD 시스템은 아직 북한이나 이란의 중ㆍ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정도의 수준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다탄두로 무장한 전략핵무기는 그만큼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함께 발사실험을 한 이스칸데르 중거리 미사일도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비행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ICBM은 고사하고 중거리 미사일마저도 미국의 MD 체제로 요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의 MD 체제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건 경제력에서의 자신감에서다. 냉전 당시 미국과의 핵군비 경쟁이 양적 팽창 위주였다면 막대한 오일달러의 유입으로 국내총생산(GDP)이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완전히 뒤바뀐 경제환경이 최근의 질적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이번 RS-24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전략 핵잠수함을 차세대 핵전력의 3각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은 2008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는 RS-24 미사일보다 2년 빠른 올해 이미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 올해 초 진수식을 마친 전략핵 잠수함 ‘유리 돌고루키’호는 수심 450m까지 내려가 수중에서 100일 동안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1990년 소련 붕괴 후 17년 만에 처음 만들어지는 이 핵잠수함은 이바노프 제1부총리가 “사실상 러시아의 최초 핵잠수함”이라고 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탑재되는 사거리 8,000km의 불라바(Bulavaㆍ‘철퇴’라는 뜻) 미사일은 초음속 비행은 물론 발사 뒤에도 고도,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올 1월에는 중국이 쓰촨(四川)성 시창(西昌) 우주센터에서 위성요격용(anti-satelliteㆍASAT)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려 850~870km 상공에 떠 있던 극궤도 기상위성 ‘펑윈(風雲)1C(FY-1C)’를 정확히 맞춰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ASAT 탄도미사일 기술은 80년대 위성파괴 실험을 벌였던 미국과 소련만이 보유했던 것으로, 미국도 85년 이후 ASAT 실험을 중단해 왔다. 중국의 ASAT 실험 성공은 우주무기의 핵심이랄 수 있는 위성을 직접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예민한 반응을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우주 군비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민간 우주분야의 협력정신에 어긋난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은 지난 1월 12일 위성요격(ASAT)탄도미사일을 발사. 자국의 기상 인공위성을 파괴했다. 중국의 'ASAT 클럽' 진입은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우주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든 것은 미국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군축회의(UNCD)는 우주의 군사화를 제한하는 조약에 대한 강대국들의 이견으로 10년 가까이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러시아와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의 MD 체제 등 우주공간의 무기배치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을 체결하자고 요구해 왔다. 2002년 6월에는 ‘우주 무기배치 금지 조약’ 초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국익을 해칠 수 있고,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에 반대했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우주에서의 행동의 자유’를 내세우는 새로운 우주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우주공간에 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은 미국의 이 같은 일방주의 우주무기 개발에 맞서기 위한 ‘자위적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이 자초한 지구촌 안보 불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월 1, 2일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국이 폴란드, 체코에 MD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에서부터 이란ㆍ북한 핵문제, 코소보 분리독립 문제 등이 다뤄질 예정이지만 어느 것 하나 해결이 쉽지 않다.

특히 핵심 의제인 MD 문제는 푸틴 대통령이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수차에 걸쳐 강력한 경고를 쏟아낸 터여서 서로의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MD 배치 계획에 반발해 4월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RE) 이행 중단을 선언했고, 지난달에는 1987년 미국과 소련 간 체결된 중거리핵무기협정(INF)에 대해서도 양국이 이 협정에 묶여 있는 동안 중국 등 10여 개 국가들이 이런 미사일을 이미 획득해 협정이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탈퇴를 경고하기도 했다.

INF는 사정거리 1,000~1,500km의 탄도 또는 지상발사 크루즈 중거리 미사일과 사정거리 500~1,000km의 단거리 미사일을 생산, 시험, 배치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이에 따라 미국과 소련은 각각 퍼싱 미사일과 SS-20 미사일을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방이 상대방에 이 같은 조치가 필요없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협정을 파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협정 파기의 사유가 된다고 할 만큼 미국의 MD 계획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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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04 14:38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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