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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민족갈등 '시한폭탄' 터지나
자국내 1,500만 쿠르드족 분리독립 움직임에 강력 대처, 유혈충돌 비화 조짐
국내 정세 반전 위해 쿠르드족 문제 이용… 터키군, 쿠르드족 반군 공격설도

터키와 쿠르드족 간 해묵은 갈등이 다시 유혈충돌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르드족이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가 대규모 화력을 접경지대에 집중 배치하는가 하면 이미 터키군이 이라크 영내로 침범해 쿠르드족 반군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터키 정부는 터키 남동부에 집중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과거에도 여러 차례 쿠르드 반군들에 대한 군사작전을 벌여왔지만, 최근 쿠르드족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이전과는 다르게 미묘하게 흘러가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철권통치에 막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쿠르드족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후세인 정권 붕괴를 계기로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대한 따른 것이다.



지난 2005년 2월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시위. 이날 시위는 쿠르드족 지도자 체포 6주년을 맞아 전국에서 벌어졌다.


터키 정부는 미국이 용인하다시피 하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의 자치권이 확대되고 이것이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욕구로 분출될 경우 터키 내에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으로까지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일 AP통신은 터키 보안군 관리들을 인용해 “터키군 수천명이 쿠르드족 반군 기지가 있는 이라크 북부 국경지대를 넘어 기습공격을 감행했으며 이에 맞서 쿠르드 반군도 터키군을 상대로 총격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터키 외무부와 이라크 외무부는 모두 이 보도를 부인했지만, 이라크 북부와 접한 터키 국경지대에 수십대의 탱크와 중화기, 트럭 등이 집중 배치되고 있어 터키군이 이미 이라크 영내에서 쿠르드 반군에 대한 소탕작전을 비밀리에 전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3일에는 터키 포병부대가 국경을 넘지는 않았지만 쿠르드 반군 기지가 있는 이라크 북부 하르쿠크를 폭격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터키 정부가 군사작전의 고삐를 강력하게 죄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최근 쿠르드족의 잇단 도발이 심상치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로 추정되는 반군 3명이 터키 동부 툰젤리 지역의 헌병대에 총격과 함께 수류탄을 던져 터키 헌병대 요원 8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22일에는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터키 정부는 테러의 수법으로 보아 PKK가 배후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PKK는 쿠르드족의 독립투쟁을 이끄는 무장 분리운동 세력이다.

■ 이라크 북부지역 '독립국가' 거점 부상에 긴장

그러나 터키의 군사대응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국내외 정세가 얽혀 있다.

이라크 내부를 보면, 이라크의 새 헌법에 따라 올해 말 북부 최대 유전도시인 키르쿠크와 모술 등을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편입시킬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가 예정돼 있다.

쿠르족은 이 두 도시가 후세인 정권 하에서 자행된 아랍인 강제이주 이전 쿠르드족의 집단 거주지역이었다는 점을 들어 반드시 자치지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 문제를 어수선한 국내 정세 타개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터키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모습.


종파 간 정파 간 내전상태에 들어가 있는 이라크를 안정시키기 위해 쿠르드족의 협조가 절대적인 미국으로서는 이들의 요구를 내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라크 내 최대 유전지대인 두 도시가 쿠르드족의 손에 넘어간다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이 중동과 유럽을 떠도는 쿠르드족 전체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터키 정부가 400만 명에 달하는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와의 전면전까지 각오하고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쿠르드족의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고 미국에도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터키 국내정치 측면에서도 7월 22일 치러지는 총선 때까지는 적어도 쿠르드족에 강력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슬람정당인 집권당과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야권 사이에 극심한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쿠르드족 문제는 어지러운 국내정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호재이기 때문이다.

여론도 쿠르드족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다수가 강력한 대처를 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터키가 이슬람 국가 중 ‘테러와의 전쟁’의 가장 강력한 우방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에서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병력을 지원하는 동맹국이란 점에서 터키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곤혹스러운 처지이다.

■ 세계 최대 떠돌이 민족, 중동의 또다른 '화약'

쿠르드족은 1차 대전 뒤 오스만제국이 멸망해 여러 나라로 조각났을 때 건국에 실패하고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떠돌이’ 민족이다.

전체 3,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터키 남동부에 터키 인구의 30%에 달하는 1,500만 명이 살고 있고, 이란에 700만 명, 이라크에 4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쿠르디스탄’이라는 민족국가 건국을 목표로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터키, 이라크, 이란 등지에서 이런 독립운동이 활발하다. 이란 정부 역시 서북부에 밀집해 있는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을 철저히 탄압해 왔다.

2차 대전 후 이란에서 쿠르드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적이 있으나 이란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군이 떠나자 불과 1년 만에 무너졌다.

1970년대까지 소강상태를 보이던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운동은 84년 PKK가 무장투쟁을 벌이면서 다시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했다.

PKK는 ‘독립운동의 전설’로 불리는 압둘라 오잘란의 지휘 아래 터키와 이라크 국경의 보단바디난 지방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외 거주 쿠르드족과의 연계투쟁에 나섰다.

터키 정부가 이라크 국경을 넘어서면서까지 PKK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PKK 역시 게릴라전과 테러로 맞서면서 지금까지 4만여 명의 쿠르드인들이 희생됐다.

이라크 역시 쿠르드족의 분리 움직임을 무자비하게 저지했다. 후세인 정권 하인 87년부터 1년여 간 화학물질을 이용한 쿠르드족 인종청소 작전이 벌어져 5,0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후세인 정부가 쿠르드족에 대한 대대적인 인종말살 정책에 나선 것은 80년부터 시작된 이란-이라크 8년 전쟁 때 쿠르드 반군들이 이란 정부의 배후 지원 아래 이라크군을 공격했다고 의심한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8년 전쟁이 끝나자마자 병력을 쿠르드족 집단거주지역인 북부로 이동시켜 쿠르드 반군에 대한 소탕작전을 벌이고 이 와중에 민간인 마을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 화학전을 벌였다.

PKK는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자 ‘쿠르드족 인민회의’로 이름을 바꿔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2004년부터 PKK를 테러조직으로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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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11 14:08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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