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진 경제강국·사회 대통합·남북 경제공동체 3대 비전제시미국서 민주적인 정치 리더십 배워… 본선·예선 경쟁력 충분범여권 이해관계 타파 못하면 공멸… 대통합 적극 나서야

임재범 기자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요즘 대선 출정식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한 인기 가수의 노랫말이 대선정국에 회자되고 있다. 함량 미달의 인사들까지 대선풍에 편승해 몸값을 올리려는 씁쓸한 세태를 빗댄 조소다.

야당의 독주에 범여권의 혼란으로 대선전선이 불투명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마침내 대선의 깃발을 올렸다.

김 의원의 출정이 여느 대선 주자들과 달리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영남후보 잠룡’이라는 특성에다 독특한 이력으로 무시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갖추었다는 평가에서다.

9급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단 1,000달러를 갖고 미국에서 이룬 성공신화, 3기 경남지사 동안 ‘CEO 지사’로서의 업적, 그리고 정치권에서의 활동 등은 자연스럽게 여타 대선 주자들과 차별화된다.

김 의원은 대선 출정식에서 명실상부한‘경제 대통령’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선진 경제강국ㆍ사회 대통합ㆍ남북경제공동체라는 3대 비전을 제시했다.

과연 국민들은 김 의원에게서 또 다른 성공신화를 기대할 것인가. 그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김 의원을 6일 서울 여의도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대선출마를 선언했거나 앞으로 선언할 범여권 인사들이 20명 가까이 된다. 그들과 다른 '대선 예비후보 김혁규'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범여권 후보 중 실물경제 경험이 있고 읍ㆍ면에서부터 군청, 도청, 행정자치부, 청와대 등 전 부서에 걸친 16년의 행정 경험과 실적, 포용력 등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 대선출정식에서 '주식회사 대한민국 CEO'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21세기에 들어와 선진국을 비롯해 중진국, 후진국 모두 국익 우선의 경제 중심적 국가를 경영한다. 대한민국 주식회사 사장이 되겠다는 것은 국익을 우선시하는 실용주의 노선, 즉 경제를 살리는 경영마인드로 국가를 경영,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국가경영을 경제에 방점을 두고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점, 개인이력 등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비교된다.

“이명박 후보는 재능이 뛰어나지만 70~80년대 개발시대에 대기업 회장의 관리형 사장인 데 반해 나는 세계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단돈 1,000달러를 갖고 자수성가한 오너이다. 또 내가 선진화된 외국사회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경험한 실물경제형이라면 이 후보는 토목건설 공사의 마인드를 가진 개발경제형이다. 21세기 업그레이드 된 대한민국의 경제에는 글로벌 경제마인드가 필요하다.”

- 이명박 전 시장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한반도(경부)대운하를 평가한다면.

“대운하 정책은 공약으로 가치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반도여서 물류 유통을 바다로 가는 길이 있는데 왜 구불구불한 강을 통해 하나. 또 대운하로 교량 수십 개가 철거된다. 무엇보다 대운하 건설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 내지 서민경제 활성화에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결론적으로 이 전 시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판단력이라고 생각한다.”

- 일부 영남지역 언론은 김 의원이 경남지사 재직시 "경부운하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안 된다면 한강과 낙동강이 지나가는 광역 지자체가 힘을 합쳐서라도 경부운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는데.

“그러한 보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낙동강 강둑을 넓혀서 교통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강을 이용하는 문제가 논의돼 건설국장에게 가능성을 알아보라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건설국장은 영남대 토목학과 교수의 분석을 근거로 ‘경제성이 없다’는 보고를 해 그만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경제 CEO라는 점이 인정 받는 반면 정치 경륜이 짧아 갈등을 조정할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나는 1980년부터 뉴욕 민추협에서 활동하는 등 정치를 했고 도지사 10년 동안 행정가이면서 선거를 통해 도지사가 되는 등 정치력을 검증 받았다.

또 미국에서 합리적인 사고로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정치력도 배웠다.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나는 정치의 경륜이 짧은 게 아니라 정치꾼이 아니다는 말을 하고 싶다.”

- 북한을 다녀왔고, 대선출마를 하면서 '남북한경제동동체'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있나.

“남북한경제공동체는 어제 오늘 구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데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월남전 특수, 중동건설 붐 등이 그런 예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돌파구는 남북경제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 현황을 파악했는데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 북한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더 굳혔다. 제조업을 북한과 공동으로 하고 개성공단 외에 해주에 경제특구를 조성,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결합하면 남북한이 윈(win)-윈(win)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것은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북미간 분위기가 좋아지고 2ㆍ13 6자회담 이행사항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남북한경제공동체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북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가능성은.

“북측 인사들과 대화를 하면서 적당한 시기에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겠나 하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참여정부 임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반드시 할 것 같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 대선주자 연석회의에서 대통합신당과 국민참여경선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통합민주당은 대통합에 소극적이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합류 문제도 있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나는 정권재창출이 안되면 정말 ‘잃어버린 10년’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국가의 큰 두 가지 과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과 통일로 나아가 강소국의 위치에 서는 것이다.

정권재창출이 되어야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 평화무드가 지속되고 참여정부가 이뤄놓은 투명한 사회, 정경유착 근절 등 정치개혁이 안착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지난 10년의 업적은 송두리째 사라진다.

대통합을 통해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의 1 대 1 대선구도가 되어야 승리할 수 있다.조그만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타파하지 못하면 공멸할 수 있다. 이를 넘어 범여권의 제 세력이 대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

- 통합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개별 입당을 요구하고 있고 대통합을 위해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통합민주당이 열린우리당 의원을 개별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고 대통합 취지에도 반한다. 열린우리당 해체가 대통합에 도움이 된다면 실무 차원에서 논의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 대통합의 대상에 노무현 대통령도 포함되나. 비노(非盧) 세력은 노 대통령대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대선후보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반발한다.

“대통합에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열린우리당을 창당에 동참한 당사자들이 변화된 정치환경 때문에 등 돌리는 것은 기회주의적인 행태다. 노 대통령을 포함한 이른바 친노그룹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 노무현 대통령이나 측근들은 12월 대선과 관련, 전략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선 '영남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직ㆍ간접으로 나타내곤 했다.그래서 김 의원의 대선 출마에 '노심(盧心)'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8일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은 경선에 특정 후보를 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자신이 개입하면 경선이 잘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점지하는 후보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도 인간이기 때문에 누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겠지만 경선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영남후보'에 대한 생각은.

“대선출마를 선언할 때 많은 고민과 정치상황을 분석하고 결심을 했다. 자신이 있어서 출마했고 그‘자신’속에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계산한 것이다.

- 손 전 지사는 현재 범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음에도 '탈당'전력이 경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김 의원도 2003년 12월 한나라당을 탈당, 여권 신당에 합류했는데.

“손 전 지사와 내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나는 상황이 어렵거나 어떤 목적을 갖고 탈당한 것이 아니다. 3기 경남지사로서 도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지만 도 차원을 넘어 국가 영역에서 경제를 잘 되게 해 국가 발전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보기 위해 탈당한 것이다.

손 전 지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이 있었겠지만 실질적인 한나라당 대선주자로 경쟁을 하다 불리한 국면에서 당을 떠났다.”

- 김 의원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본선은커녕 예선 통과도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지난 달 말에 대선출마를 선언했고 최근 사무실을 열었다. 국민에게 제대로 알릴 기회가 없었다.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합쳐도 10% 이하다. 여론조사가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이 매우 중요한 자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후보들의 면모를 제대로 파악하면 지지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지 정당 후보를 무조건 뽑거나 감성적인 투표를 하지 않고 후보의 능력과 경륜, 업적,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하시리라고 본다.

미국의 카터, 레이건, 클린턴, 부시 대통령 등이 모두 주지사 출신이다. 대통령은 하면서 배우는 자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감히 예선 및 본선에서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 김혁규 의원은 누구

경남 합천 출생. 부산대 행정학과 졸업. 경남 합천군ㆍ창녕군(9급), 경남 내무국(7급), 미국 혁무역㈜ 사장,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 대통령민정비서관, 경남도지사(3선),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ㆍ최고위원, 대통령 경제특별보좌관, 한국배구연맹 초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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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