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논란 전세계로 퍼져… 미국, 애완동물 사료·독성치약 등 수입금지베이징선 가짜 생수·폐지 만두 파동… 몇몇 제품은 생명까지 앗아가

‘중국위협론’이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기 위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정치적으로 과도하게 쟁점화하는 것이 중국위협론의 내용이지만, 최근 회자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은 우스꽝스럽게도 전방위에 걸쳐 터져나오는 중국산 저질, 유해 제품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 중에는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식품, 의약품, 어린이 완구 등이 포함돼 있어 중국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중국위협론 이상이다.

1980년대 이후 경제가 급팽창해 ‘세계의 공장’이라는 애칭을 얻을 만큼 세계 구석구석에 ‘메이드 인 차이나’를 수출해 온 중국은 그만큼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변해버렸다.

전세계가 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최근 일련의 저질 중국산 제품 소동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중국산 불량품 파동은 지난 3월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산 애완동물 사료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애완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밀단백에 인체에 유해한 멜라닌이 함유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산 치약에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치약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수입을 금지한데 맞서 중국 정부가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펫푸트 사태'에 이어 이번 치약 사건은 미·중 간 무역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커?병?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은 3일 성명에서 "중국산 치약에 함유된 화학물질은 함량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미국의 권고는 비과학적이고 무책임하며 모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산 치약에 독성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치약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수입을 금지한데 맞서 중국 정부가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에 따라 '펫푸트 사태'에 이어 이번 치약 사건은 미·중 간 무역갈등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커?병? 중국 국가질량감독검사검역총국은 3일 성명에서 "중국산 치약에 함유된 화학물질은 함량이 낮기 때문에 안전하다"며 "미국의 권고는 비과학적이고 무책임하며 모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후 독성치약 문제가 불거졌고, 수산물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항균제 성분이 발견됐다. 미국 정부는 독성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치약 수입을 전면 보류한 데 이어 메기 황어 장어 새우 등 중국산 양식 수산물에 대해 광범위한 수입 제한조치를 내렸다.

둑이 한군데 금이 가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듯 한번 터진 중국산 파동은 제품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지난달에는 중국산 장난감 기차 ‘토머스와 친구들’에 납 성분이 검출돼 150만개 이상이 미국의 소비제품안전위원회(CPSC)로부터 리콜 조치를 받았고, 중국산 타이어 역시 45만여개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리콜 명령을 받았다.

이달 들어서는 장신구와 자석블록, 장난감 성(城) 등 중국산 장난감 3종류가 추가로 리콜 조치됐다.

수출품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중국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유해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한 생수회사 직원이 “베이징(北京)에서 유통되는 생수의 절반이 가짜”라고 양심선언을 한 것이 중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직원은 “생수통에 수돗물 등을 부은 뒤 위조한 품질보증 마크를 찍는 수법으로 가짜 생수를 유통시킨다”며 “2002년부터 이런 가짜 생수가 유통되기 시작해 지금은 연간 유통되는 물량의 절반인 1억통 정도가 가짜”라고 폭로했다.

한 중국인이 자전거를 타고 베이징 거리에 쌓인 생수통 옆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 식품 안전국은 베이징에서 가짜생수가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에 따라 생수 위생 긴급 조사에 나섰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불량 제품의 결정판은 12일 베이징에서 터져나왔다. 한 만두가게가 폐지로 만두를 만들어 오다 적발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만두가게 주인은 변두리의 셋집에 공장을 차려놓고 폐 종이상자를 물에 담가 오랜 시간 불린 뒤 가성소다로 표백해 만두 소를 만들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주인은 정상적인 만두로 위장하기 위해 돼지고기향까지 첨가해 겉으로 보아서는 전혀 정상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 WHO "3억명이 불량식품 때문에 고생"

사실 수출품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국제적으로 파문이 일었던 것이지 중국 내부에서 불량 제품으로 인한 각종 사건은 지금처럼 이목을 끌지는 못했을 망정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해산물 식품에서 남성의 정자수를 줄어들게 하는 첨가물이 적발되는가 하면 콩 요리 소스에서 비소에 오염된 머리카락이 다량 발견되기도 했다. 패스트푸드를 먹은 6살짜리 남자아이가 얼굴에 수염이 나고 7세 여자아이는 비정상적으로 가슴이 커지는 사례도 보고됐다.

인명피해도 적지 않아서 지난해에는 가짜 항생제를 먹고 6명이 숨지고 80여명이 응급치료를 받았으며, 2004년에는 불량 이유식을 먹어 50여명의 아이가 숨지고 200여명은 영양실조에 걸리는 등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서 매년 미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3억여명이 불량음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량 중국산’에 대한 위협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자 미국 언론들은 다양한 각도에서 원인을 분석한 분석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정경분리를 점진적으로 추진해가는 과정에서 경제우선주의를 주창한 최고지도자들이 지방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덩달아 단속권한도 분산시킨 것이 오늘의 ‘불량 중국’의 씨앗이 됐다고 분석했다.

생산에만 관심을 집중시켰을 뿐 노동이나 환경 같은 안전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밀렸고, 이는 필연적으로 품질 및 안전 미비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식품안전을 감독하는 식품의약국(FDA)이 창설된 것은 테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인 1906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식품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권한을 확보한 것은 55년이 지난 존 F 케네디 행정부때 였다는 점을 들어 식품에 대한 중국의 안전망이 확보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뉴스위크는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어떤 물건이든 신속하고 값싸게 만들어내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이제는 그런 성장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경제개혁을 급격히 추진하면서 정부의 공권력이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 '차이나 프리' 신종 마케팅도 등장

미국 정부가 자국 수산물에 대해 수입제한 조치를 내릴 때만 해도 한편으로 “비관세 장벽”이라며 강경하게 맞서던 중국 정부도 정신차릴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오자 시스템의 문제를 시인하며 뒤늦게 단속을 강화하는 조치를 내놓고 있다.

생산에서부터 가동, 유통, 수출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관리와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는 일종의 ‘인민재판’으로 불량 제조업체가 설 땅을 없애버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저질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굳게 박혀 있는 마당에 이번 불량 파동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략한 중국산 제품이 얼마나 명예회복을 할 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유럽연합(EU)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홍콩 등 각국은 이미 중국산에 대해 특별히 수입검사를 강화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했다. 미국에서 식용 및 애완동물용 건강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푸드 포 헬스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는 중국산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차이나 프리’라는 라벨을 붙여 소비자에게 광고하는 신종 마케팅 기법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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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