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배출한 국회 앞 대하빌딩에 정동영·이해찬 등 5명 북적이웃한 용산빌딩엔 이명박·노회찬_건너편 대산빌딩엔 추미애 둥지

대선정국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각 주자의 캠프도 진용을 갖추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캠프의 역량에 따라 대선 본선은 물론 예선의 성패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이 여의도에 속속 둥지를 틀면서 이른바 ‘명당 캠프’가 주목 받고 있다. 캠프의 터가 좋으면 대선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정가에서는 대표적인 명당 터로 국회 앞 대하(大河)빌딩이 꼽힌다. 과거 대통령을 배출한 캠프가 있던 곳인데다 풍수적으로도 명당이라는 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5년 정계 복귀와 97년 국민회의 후보로 대선에서 승리하는 과정이 대하빌딩에서 이뤄졌다. 또한 95년 조순 전 부총리, 98년 고건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당선될 때 베이스 캠프가 대하빌딩에 있었다.

풍수적으로도 대하빌딩은 여의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방향(남향)과 안정성이 매우 좋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큰 강(大河)을 따라가면 대권(大權)이 보인다”는 풍문도 있다.

현재 대하빌딩에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의원,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등 무려 5명의 대선 캠프가 모여 있다.

정 전 의장은 2003년 대하빌딩에 가장 먼저 입주, 6층에 위치한 ‘21세기 나라비전 연구소'가 캠프 사무실과 싱크탱크 역할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캠프 조직을 정책본부, 홍보ㆍ공보본부, 전략기획본부 등 3개 본부 체제로 개편한 가운데 15평 남짓한 두개의 사무실에서 정기남 공보실장이 일정과 공보를, ‘논객' 출신의 이재경 전략기획실장이 정책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하빌딩 10층에는 지난해 11월 입주한 김두관 전 장관의 캠프가 있다. 김 전 장관이 관여하고 있는 자치분권연구소, 민부정책연구원이 정책과 실무를 맡고 있다.

정동수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 이기동 분권연대 집행위원장 등이 캠프의 핵심이고, 실무적으로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정헌태 사무처장, 민부정책연구원 임근재 전략기획실장 등이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의 캠프는 9층에 있다. 1개월여 된 캠프는 91년부터 8년간 이 전 총리의 의원실 보좌관으로 활동해 온 정태호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기획을, 이 전 총리 시절 공보수석비서관을 맡았던 이강진 보좌관이 비서실장, 88년 이 전 총리 등 재야파가 결성한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김 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홍보를 맡아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경선후보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가 서울 여의도 캠프가 위치한 엔빅스 빌딩에서 `생계형 자영업자 고통 이명박 노회찬 경감 7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8일 대선레이스에 합류한 김혁규 의원은 11층에 캠프를 차렸다. 10년간 경남지사를 하며 구축해온 인맥과 원내 입성 후 친분을 쌓아온 친노, 영남권 의원들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화영ㆍ김종률ㆍ윤원호 의원 등이 김혁규 주자의 측근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150평 규모의 캠프에는 경남도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한 권욱 전 소방방재청장, 경남도에 근무했던 장인태 전 행자부 차관, 이덕영 전 경남 정무부지사 등이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의 캠프는 정동영 전 의장과 같은 6층에 있는데 일부 실무진이 드나들 뿐 본격적인 행보는 미뤄두고 있다.

대하빌딩에는 대선주자들의 캠프 뿐만 아니라 지원(외곽) 조직과 중견 정치인들의 사무실도 있다. 한나라당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후원회 사무실이 7층에 있고, 지난 6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를 선언한 박종웅 전 의원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계 인사들이 주축인 ‘민주연대21’사무실은 3층에 있다. 통합민주당 중진인 한광옥, 정균환 전 의원의 사무실은 각각 6층에 있다.

대하빌딩에 이웃한 용산빌딩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층과 10층을 캠프로 사용하고 있으며,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4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가운데 11층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전진코리아 사무실이 들어 있다.

이 전시장측은 본래 대하빌딩에 캠프사무실을 꾸릴 계획이었지만 다른 주자들과 지원 조직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400평 규모의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캠프를 신축 건물인 용산빌딩으로 변경했다는 후문이다.

용산빌딩에는 이전 캠프였던 종로의 안국포럼 인원과 조직이 대부분 옮겨 왔다. 3층 사무실은 실무 진용이 갖춰져 있고 기자실, 브리핑룸 등 대외적 성격이 강하고 10층 사무실은 중요회의가 열리는 등 주로 내부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용산빌딩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 임대계약은 이 전 시장 명의로 했고 3층과 10층 약 400평 규모의 사무실 평당 가격은 3만8,000원이라고 한다.

노회찬 의원 사무실은 소수 인원이 상주하고 있으나 최근 민노당 후보 경쟁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대하빌딩 근처의 대산빌딩에는 최근 정치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추미애 통합민주당 전 의원의 사무실이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대권 꿈을 키우던 사무실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대하빌딩과 대각선상에 있는 국회 앞 엔빅스 빌딩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캠프가 있다. 2개 층에 걸쳐 입주해 있는 이 사무실은 최근 이명박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윤식 전 전문가네트워크 위원장의 처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홍준표ㆍ원희룡ㆍ고진화 의원의 대선 캠프는 각각 여의도의 한서빌딩과 산정빌딩, 진미파라곤빌딩에 있다.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는 여의도 삼보호정빌딩에 있다. 서대문 캠프에는 비서실, 정책실, 조직단 등 3개 파트가 상주하고 여의도 캠프는 공보팀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의 조용택 언론특보가 사령탑을, 경기도 공관으로 활약했던 이수원 공보실장이 대언론 접촉 창구 역할을 하고 있고, KBS 뉴욕특파원을 지낸 배종호씨가 대변인을 맡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전 총리는 6월 18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 황창화 전 총리실 정무수석과 김형욱 전 민정수석 등 총리실 참모 출신을 주축으로 캠프를 차렸고 김형주ㆍ백원우 의원 등 일부 친노 의원과 이미경ㆍ이경숙 의원 등 여성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캠프 규모가 커지면서 국회앞 금산빌딩에서 여의도 정원빌딩으로 확장 이전했다.

올 초 우리당을 탈당하며 일찌감치 대선 채비에 나선 천정배 의원은 여의도 잠사빌딩에 위치한 싱크탱크 ‘동북아전략연구원'을 사실상의 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금산빌딩에 있는 신진보연대 사무실을 캠프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통합민주당 이인제 의원은 여의도 기계회관빌딩에 캠프를 마련했고 김영환 전 과기부 장관은 산정빌딩에 사무실을 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마포의 근신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 대선 캠프 알짜 빌딩 소유주 김영도 하남산업 회장
"국민위해 봉사하는 겸손한 대통령 기대"
국회의원 땐 수서비리 척결 선봉

여의도 대선캠프의 명당 터로 꼽히는 대하빌딩의 주인은 김영도(79) ㈜하남산업 회장이다. 김 회장은 대하빌딩에 이웃한 용산빌딩과 대각선상에 위치한 대산빌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일부에선 세 건물의 이름과 위치를 두고 ‘두 개의 산(용산, 대산) 사이로 큰 강(대하)이 흐르는 명당’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현재 대하빌딩에는 정동영ㆍ이해찬ㆍ김혁규ㆍ김두관ㆍ권영길 등의 대선주자 캠프가 있고, 용산빌딩에는 이명박ㆍ노회찬 주자, 대산빌딩에는 추미애 전 의원의 캠프가 들어서 있다.

김 회장이 한때 관여한 바 있는 여의도 산정빌딩에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통합민주당 김영환 전 의원의 캠프가 차려져 있다.

김 회장이 이 건물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시 개발 바람이 불던 1970년대 초다. 지방 경찰공무원이던 김 회장은 1964년 큰 뜻을 품고 서울로 상경, 막노동에서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경험하면서 기업가로 성공하였다.

1970년대 초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매립하면서 건설사들에게 강권하다시피 해서 마지못해 사 둔 땅이 오늘날 여의도 정가의 산증인이 되었다.

김 회장이 처음 여의도에 건물을 지은 것은 1982년 KBS별관 근처의 하남(河南)빌딩이다.

대하(大河)빌딩과 대산(大山)빌딩은 각각 84년과 86년에 세워졌다. 건물 이름은 김 회장의 고향인 광주시 광산구 하남면의 ‘하남’에서 따왔고 이후 세워진 건물에‘대하’‘대산’이란 이름을 올려 애향심을 나타냈다. 용산(龍山)빌딩 명칭은 서울 용산에서 손자가 태어 날 무렵 건물이 준공돼 붙인 것이다.

대하빌딩은 87년 민헌연ㆍ민권회(민주당 김대중계)가 헌정민권회로 통합(회장 이중재)하면서 사무실이 마련돼 첫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민권회가 제1 야당인 평민당으로 발전하고, 95년 조순 서울시장, 97년 김대중 대통령, 98년 고건 서울시장이 탄생하는 전 과정에 선거 캠프가 대하빌딩에 있게 되면서 ‘명당 빌딩(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김 회장은 13대 총선 때 다양한 국내외 경력과 건설 전문성을 인정받아 전국구 의원(평민당)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김 회장은 의정활동에 전문성을 발휘해 주목을 끌었는데, 특히 6공 최대 비리사건으로 꼽히는 한보 수서비리 사건(특혜분양)의 진상을 바로 잡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 회장은 “건물이 정치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 입주자들과의 관계에서 달갑지는 않다”면서 “대선에 나선 분들은 국민 앞에 겸손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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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