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빼가기·줄서기 가열… 손학규·정동영·이해찬 3파전 양상예비경선서 일정기준 못 미치면 본 경선 못 나와'컷오프'제 도입따라 의원들 이합집산 가속화

“손 전 지사가 의원을 빼가는 것도 모자라 각 지역조직 책임자를 회유하는 등 도를 넘어서고 있다.”(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

“자발적으로 오겠다는 사람을 어떻게 막을 수 있나.”(손학규 전 경기지사측)

요즘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간에 벌어지고 있는 신경전의 단면이다.

정동영 전 의장계로 분류되는 전략통 C의원이 손학규 전 지사 쪽으로 방향을 틀은 것과 손 전 지사 측이 정 전 의장 측 ‘평화경제포럼’지역 책임자들에 대한 영입 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두 후보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범여권 후보 간 세(勢)확산을 둘러싼 신경전은 손ㆍ정 두 유력 대선 주자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범여권 ‘제3 지대 신당’이 지난 24일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대통합신당)’이라는 창당준비위를 구성, 출항에 나서면서 대선 주자들 사이에 세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내달 5일 대통합신당 창당을 앞두고 자파 세력을 확산, 대선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신당 창당 후 8월 중순께 치러지는 예비 경선에서 일정 기준에 못 미치는 후보를 본 경선에 나올 수 없도록 하는 ‘컷오프(cut off)’제 도입도 후보들 간에 사활을 건 세 대결의 배경이 되고 있다.

범여권 후보 중에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손 전 지사를 필두로 정 전 의장, 이해찬 전 총리 간 3파전이 치열하다. 여기에 유일한 여성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 영남권 경제통인 김혁규 의원, 개혁성향의 천정배ㆍ신기남ㆍ김원웅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유시민 의원이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들의 세몰이 경쟁이 확산되면서 의원들의 이합집산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선구도의 새 판을 짜는 의원들의 이합집산은 대체로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

친노계 의원들이 주로 친노측 대선 주자인 이해찬ㆍ김혁규ㆍ한명숙ㆍ김두관 후보에 포진돼 있는 반면, 비노(非盧)측 의원들은 손학규ㆍ정동영 후보 등에 속해 있는 양상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3지대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체인 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손을 잡고 대통합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김혁규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 정동영 전 의장. (연합뉴스)

친노그룹 중 노무현 대통령의 386측근인 이광재ㆍ이화영 의원은 김혁규 의원 선거대책위의 본부장과 비서실장을 각각 맡고 있고, 서갑원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 백원우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를 돕고 있다.

개혁당 출신인 유기홍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고 ‘참여정치연구회’대표를 지낸 김형주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이광철 의원은 유시민 의원이 대선출마를 할 경우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PK(부산ㆍ경남)지역에 기반을 둔 윤원호ㆍ최철국ㆍ강길부 의원은 각각 김혁규 의원 선거대책위의 부위원장, 정책위원장, 대외협력위원장을 담당하고 있다.

부산의 유일한 친노 현역인 조경태 의원은 손 전 지사를 지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의원은 손 전 지사의 개혁성과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장애인 정책에 관심이 많은 장향숙 의원은 한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친노 중진 중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이 경기고ㆍ서울대 동문에다 학생운동을 함께 한 손 전 지사를 지지, 개혁 성향의 다른 의원들을 끌어들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도 손 전 지사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5선의 김덕규 의원, 4선의 이용희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을 지지하고 있고 여성 중진인 3선의 이미경 의원과 2선의 김희선 의원은 각각 한명숙 전 총리와 천정배 의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여권 의원 중 개혁성이 강한 김근태계는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특히 손학규 전 지사 쪽으로 기운 의원이 많은데, 여기에는 김 의원과 손 전 지사의 ‘특별한 인연’(경기고ㆍ서울대 학연과 학생운동 경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손학규 지지의원들

김부겸ㆍ정봉주 의원은 지난 6월 가장 먼저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고 임종석ㆍ오영식ㆍ우원식 의원 등 학생운동 출신과 호남의 김태홍ㆍ유선호 의원 등이 손 전지사에 우호적이다. 반면 김근태 전 의장이 이끌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던 문학진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 지지를 선언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경력때문에, 이해찬 전 총리는 이른바 '친노' 성향때문에 지지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초선의 윤호중ㆍ선병렬ㆍ유승희ㆍ홍미영 의원은 이해찬 전 총리를, 이경숙ㆍ강혜숙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를 각각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대부분 정 전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강래ㆍ박명광ㆍ민병두ㆍ박영선ㆍ노웅래ㆍ정청래ㆍ채수천ㆍ최규식ㆍ김현미ㆍ강창일ㆍ김낙순 의원 등이다.

정 전 의장의 정치조직인 ‘바른정치실천연구회’멤버이기도했던 이종걸 의원은 천정배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내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희망21포럼’등 중도실용그룹에서 활동했던 의원 중에는 안영근ㆍ신학용 의원이 지난 6월 공개적으로 손 전 지사 지지를 선언했고 최근 오제세ㆍ심재덕 의원이 손 전 지사 지지의사를 밝혔다. 충청권의 홍재형ㆍ이시종 의원, 호남의 김성곤 의원 등도 손 전 지사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동영과 함께 하는 사람들

정의용ㆍ홍창선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을 돕고 있고 통합민주당 양형일 의원은 정책 총괄을 맡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정연구센터’ 출신인 김종률 의원은 김혁규 의원의 대변인을 맡고 있고 노영민ㆍ신명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를, 김우남 의원은 김혁규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각 캠프 관계자의 주장이다.

열린우리당내 초선 중심의 중도개혁그룹인 ‘처음처럼’‘국민의길’에서 활동했던 의원 중 조정식 의원은 가장 먼저 손학규 전 지사 지지를 선언한 친노 의원이고 한광원ㆍ김동철 의원도 공개적으로 손 전 지사 지지를 밝혔다. 우상호ㆍ김교홍ㆍ안민석 의원도 친 손 전 지사계로 분류되고 장복심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전 총리와 같은 충청권인 양승조 의원은 대변인을 맡기로 했고 이상민ㆍ한병도 의원도 이 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민생정치모임’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캠프를 꾸미고 있다. 정성호ㆍ제종길ㆍ이종걸 의원을 중심으로 이계안ㆍ최재천 의원 등이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은영ㆍ김재윤 의원은 김혁규 의원을 돕고 있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밖의 의원들은 대선 후보의 지지율과 내년 총선에서의 유불리 등을 고려해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해찬 캠프 지지의원

상대적으로 본선 경쟁력을 중시하는 호남과 손 전 지사의 흔적이 뚜렷한 경기ㆍ인천의 수도권 의원들은 손 전 지사를 지지한다.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손 전 지사는 우군을 넓히는데 유리한 상황이다.

손 전 지사 캠프에서는 “충청권도 사실상 손 전 지사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내달 5일 대통합신당 창당 때까지는 50명 가까운 의원들이 손 전 지사를 지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동영 전 의장은 범여권 주자의 적통을 강조하는 ‘적자론’을 내세워 지지를 이끌어내고, 이해찬 전 총리는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외연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당원 중심의 조직선거에서는 불리하다고 보고 ‘정책’으로 승부를 한다는 복안이고 김혁규 의원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를 부각, 경제대통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손 전 지사와 친노세력에 맞서는 개혁진영의 대표주자라는 점을, 김두관ㆍ신기남ㆍ김원웅 후보들도 차별화된 정책과 이미지를 앞세워 바닥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의원을 중심으로 한 대선구도가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본선에 출정할 후보도 달라진다.그만큼 의원들에 대한 세몰이와 이합집산도 한층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