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민주당 10월 후보 선출 후 여론조사 통한 통합타이틀 매치 거론큰 틀은 '친노 대 비노' 대결 구도… 반 한나라당 전선 마련될지 주목민주당 독자 생존 등 변수 많아… 남북정상회담도 파장 미칠 듯

범여권 대선후보 각축전은 크게 2개 리그로 나뉜다.

범여권의 모함(母艦) 격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빅 리그’에는 손학규, 정동영 등 유력 주자들을 포함해 10여 명의 주자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조순형 의원이 중심이 된 민주당의 ‘스몰 리그’도 10월 초 후보 선출을 목표로 독자적인 경선 준비에 들어갔다.

이 외에 ‘빅 리그’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고 독자 출마를 검토 중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민주신당 합류를 거부한 김혁규, 김원웅, 강운태 의원 등 군소주자들이 각개약진 할 경우 범여권의 후보 난립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일차적인 관심은 ‘빅 리그’의 생존경쟁이다.

내달 3~5일 치러질 컷오프(예비경선)부터 치열한 각축이 불가피하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사이의 1위 경쟁, 친노 주자들의 전략적 담합, 커트라인인 5~8명 내에 진입하기 위한 군소후보들과 상위 후보들의 짝짓기 등 각종 선거 전략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위 주자들의 조직력 대결, 1인2표제 도입에 따른 ‘배제투표(2순위 표를 특정 후보에게 주지 말도록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독려하는 행위)’가 가능해 예비경선부터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범여권 대선 경쟁의 큰 틀은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의 대결구도다. 손학규, 정동영 등 비노 주자들이 현재까지는 앞선 양상이나,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친노 주자들의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에 따라선 3자 혼전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이 속에서 범여권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한 샌드위치 공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이 최소화된 이상, 올해 대선의 실질적인 포인트는 범여권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완성해 1대1 구도를 창출하느냐에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건 범여권이 분열하는 한 선거는 해보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1대1 구도 창출에는 두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첫째는 범여권 대통합에 실패한 민주신당과 민주당이 지난한 과정을 거쳐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느냐다. 민주신당이 10월 14일, 민주당도 이를 전후해 후보를 선출한 뒤 11월 경 통합 타이틀매치를 벌이는 수순이 범여권 다수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다.

민주당 끌어들이기를 포기한 범여권에선 공공연하게 11월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대선전략을 위해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는 필요하고 한 번 거쳐야 한다”며 “후보단일화의 가장 우선이 되는 기준은 국민 지지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얼핏 보면 양측의 공감대가 높아 어렵지 않게 단일후보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내막은 그렇지 않다. 단일화는 후보를 결정하는 문제와 더불어 선거연대에 대한 ‘협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분 협상을 전제로 이뤄진 후보단일화의 불안정성은 지난 2002년 대선 막판에 발생한 노무현-정몽준 연대의 파기가 웅변한다. 또한 양측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현저할 경우 단일화 자체가 무위에 그칠 수도 있다.

두번째 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에 합심할 것인지 여부다. 이는 범여권 대통합이 힘을 갖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DJ 총감독’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민주신당 출범의 멍석은 DJ가 깔았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에서 친노계로 분류되던 유인태, 서갑원 의원이 민주신당에 합류한 데 이어,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김두관 등 친노 주자 대부분이 ‘빅 리그’ 참여로 기울면서 DJ와 노 대통령의 갈등설은 급속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민주신당 내에서 ‘친노 배제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요체는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다. 반노진영은 참여정부 실패를 인정하고 친노색을 탈피하지 못하면 신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된다는 논리가 강견하다. 반면 친노 진영과 주자들의 반발 강도도 이와 정비례하고 있다.

‘컷 오프’에 대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해도 김혁규, 김원웅, 강운태 의원 등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사수론이 재등장하는 이유다.

지난 1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도쿄(東京)피랍 생환 34주년 미사’에 손학규, 정동영 범여권 대선후보가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지난 1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도쿄(東京)피랍 생환 34주년 미사'에 손학규, 정동영 범여권 대선후보가 참석해 건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또한 열린우리당을 흡수합당해도 신당이 궁극적으로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DJ-盧 연대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은 지지율 30%선을 회복했다.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경우 노 대통령의 대선 개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 성사 발표 직후 일부 비노 후보 진영에서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재검토에 착수한 것도 노 대통령이 여전한 대선 ‘상수’임을 드러낸 단면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아직까지 민주신당에 대한 직접적 평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DJ와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고리로 한 배를 탈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졌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남북정상회담의 부담이 돼선 안 된다”며 노 대통령의 짐을 덜어준 대목에서 확연해진다.

특히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던 범여권에 남북정상회담 소식은 친노, 비노를 막론하고 가뭄의 단비였다.

한나라당 경선 뒤 일주일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은 ‘경선 효과’를 차단할만한 메가톤급 이슈인데다, 평화 이슈로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한나라당과의 외부 대립전선을 그을 수 있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풍(北風)’ 변수가 과거만큼 효력을 발휘할지를 장담키 어렵고,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북핵 문제의 의제화를 요구하며 북방한계선 재획정과 일방적 대북지원 반대 방침을 일찌감치 밝힌 한나라당의 대규모 역공이 불가피하다.

결국 대선 포기가 아니라면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무조건 정리해 내야 할 후보와 구도, 이슈 등 모든 측면에서 범여권의 진로는 여전히 시계제로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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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