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 '1인미디어 사주 50여 명'과 열띤 간담회곰TV·오마이TV 통해 인터넷 생중계도 웹 2.0 바람타고 쑥쑥 큰 풀뿌리 미디어15일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초청

“블로거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와서 분위기를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습니다.”

“후보께서는 지금 50여명의 언론사 사주들과 함께 간담회를 갖고 있는 겁니다. 다른 언론사 간담회보다 더 긴장하셔야 될 겁니다.”

지난 1일 오후 8시 서울 강남 대치동 그래텍 빌딩 지하에서 뜻 깊은 만남이 이뤄졌다. 블로거 50여명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대선후보 초청 블로거 간담회’자리였다.

이날 행사는 블로그 기반 인터넷언론사 블로터닷넷(www.bloter.net)과 파워 블로거 네트워크 ‘태터앤미디어(www.tatternmedia.com)’가 공동주최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자리에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은 특정 후보 때문이 아니다.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한 주체가 바로 블로거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각 후보진영은 물론, 언론사들도 분주해지는 시기다. 언론사들은 후보들을 초청해 그들의 정책과 비전을 물어보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언론의 의무이자, 또 언론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1인미디어의 주역인 블로거들이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웹2.0 바람과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블로거들이 이제 대통령 후보들마저 간담회에 초청하고, 후보들 역시 참여를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블로거 파워의 현장이자, 풀뿌리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블로거를 흔히 ‘1인미디어’라고 부른다. 거대한 편집국 조직에 수십, 수백명의 기자들이 포진해 있는 거대 언론사들과 달리, 혼자서 미디어를 만들어 혼자서 취재하고 혼자서 편집한다. 1인미디어지만, 그 파워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스나 정보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이 기존 언론사들과는 다른 참신함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50여명의 언론사 사주들이 자리를 했다”는 이날 사회자의 발언은 이같은 1인미디어의 정체성과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었다.

“50명의 언론사 사장님들과 자리를 함께하게 돼서...” 문국현 후보도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 동안 수차례 이같은 표현을 강조하며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비정규직 850만명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200만 청년 실업자에게 일자리 찾아주기 위해, 사실상 무급종사자 200만이 넘는 650만 자영업자에게 활로를 열기 위해 2.0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꿈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창조하는 개방과 공유, 참여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문국현 후보는 블로거 간담회라는 것을 의식한 듯, ‘2.0’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블로거들의 이해를 구하는 강도 높은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경험이 있지만, 70년대 경제입니다. 현대건설은 80년대 이미 부실에 들어서 있었고 90년대엔 망해 지금도 나라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업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부도 낸 경제인이 한국경제를 끌어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 이상 환경재앙을 가져올 수도 없고 건설업계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도 방치할 수 없습니다.”

‘깨끗한 경제인’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내세워 이명박 후보와의 차이를 부각하려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자신이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로 대표되는 취업난을 정공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이명박 후보가 추진하려는 경부운하가 무엇입니까. 결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 아닙니까. 운하 건설이 끝나면 이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는 경부운하를 두고 “맑은 물을 기름 둥둥 떠다니는 썩은 물로 바꾸는 환경재앙”이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건설사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하지만 블로거들은 예리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비전은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서 부족해 보인다.”

“정치는 비전만 같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득권의 반발을 어떻게 뚫고 가겠는가. 그 구체적인 해법이 무엇인가.”

문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인 500만 일자리 창출, 8% 경제성장, 반의 반값 아파트 공급 등에 대해서도 블로거들의 질문은 계속됐다. 대부분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집요한 공격이었다. 무엇보다 정책과 비전에 대한 평가는 높았으나, 기득권의 반발을 헤쳐갈 해법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블로거들은 열성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것만 빼고는 직장인이거나 주부, 학생들이다. 그래서인지, 간담회에서는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대학생과 내년 봄 출산을 앞둔 예비 엄마, 30년 장기 대출을 받아 최근에 아파트를 구입한 주부 등이 현실적인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다음달이면 아이 엄마가 되는 주부인데, 직장 동료들은 축하보다는 걱정스러운 말을 더 한다. 두 사람이 벌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지만, 젊은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정보화 시대의 개발자로 나서길 꺼려한다. IT 산업의 개발자들은 이미 3D 직종으로 기피한다. 있는 사람들도 떠나려 한다. 전산실장 출신이라는 데 이같은 첨단산업 기피현상을 어떻게 풀 생각인가.”

질문과 답변이 예정된 2시간을 30분이나 넘기면서까지 오갔지만, 블로거들의 궁금증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을 만큼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또 곰TV, 오마이TV, 프리챌 QTV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됐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블로거와 네티즌들은 댓글참여 방식으로 2시간여를 함께 했다. 이들의 댓글 참여는 간담회 말미에 직접 후보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쌍방향 미디어 간담회를 구현한 셈이다. ‘역사적’인 블로거 간담회 첫 행사는 이렇게 뜨거운 열기와 관심 속에 밤 10시30분을 넘어서야 아쉬움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간담회를 주최한 블로터닷넷과 태터앤미디어는 오는 15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초청해 두 번째 블로거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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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