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뇌관' 불발되고… TV토론 시작되고…

대선정국 최대 뇌관이었던 BBK 문제가 중대 국면을 넘기고 6일 첫 대선후보 TV토론이 시작되면서 후보마다 ‘이미지 전쟁’에 전력하고 있다.

후보의 이미지가 메시지로 전달되는 대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미지가 1주일 남은 대선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유력 후보들은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줄이는 방식으로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대선후보 ‘빅3’(이명박ㆍ정동영ㆍ이회창)를 중심으로 슬로건, 포스터, CF와 TV 토론 등 이미지 전략을 분석해보았다.

# 경제부터 가족까지 다양한 슬로건

■ 슬로건
이명박-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 대세론 강조
이회창- "반듯한 대한민국" 대쪽 이미지 내세워
정동영- "가족행복시대" 서민적인·안정감 부각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줄곧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을 외친다. 경쟁 후보들의 공세에 대해서도 청계천 복원 사업 등 이력을 내세워 대세론을 굳힌다는 계산이다.

이명박 선거캠프의 방송전략실 이성완 팀장은 “남은 기간 이 슬로건으로 유권자에게 어필할 계획”이라며 “이 후보는 누구를 공격하고 수비하는 방식이 아니다. 다른 변수가 없는 한 슬로건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슬로건은 ‘가족행복 시대’다. 노후불안에 시달리는 노년층, 고용불안으로 어깨가 무거운 가장, 구직난에 빠진 청년 등 가족 구성원 각각에 어울리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이 슬로건은 애처가로 소문난 정 후보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다.

정 후보 측은 이밖에 ‘프레지던시(presidency)’를 이미지로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정동영 선거캠프의 전중경 TV토론 대책실장은 “정 후보의 ‘대통령다움’을 보여줄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정 후보를 서민적인 이미지, 안정감 있는 후보로 인식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며 “정 후보의 비전을 이미지화 해서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반듯한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정했다.

애초에 국가정체성을 내세워 이명박 후보의 불안함을 공격 포인트로 삼으려는 의도였으나, 현재 이 슬로건은 ‘소신을 지키는 신뢰 받는 지도자’라는 의도로 더 자주 인용된다. 대쪽이미지를 지켜 중장년층 유권자의 표를 굳히고 지도자로서 자질과 믿음을 심는데 주력한 것이다.

# 점퍼차림 정동영, 자유분방 이명박

포스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후보는 정동영 후보다. 정 후보는 본래 정장 차림의 포스터를 촬영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점퍼차림으로 2차 포스터 촬영을 강행했다. 선거홍보본부 서영철 부실장은 “현재 지지율이 2,3위로 1위를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 후보 스스로 신선하고 파격적인 이미지를 원했다.

점퍼차림도 정 후보가 직접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용되는 2차 포스터는 1차 포스터에 비해 표정도 한결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이명박 후보의 포스터는 흘림체로 쓴 이름에 눈이 간다.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 이미지를 최대한 줄이고 후보 개인에 초점을 맞췄다. 다른 후보들이 대선 구호를 큰 글씨로 사진 옆에 배치한 것과 달리 이 후보의 포스터는 ‘성공하세요’라는 문구를 왼쪽 상단에 조그마하게 넣었다. 결국 ‘이명박 브랜드’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선거 포스터만 보고 그가 ‘무소속’임을 알 수가 없다. 기호 12번 뒤에는 소속정당 대신 ‘듬직한 대통령’이란 구호를 넣었다. 점퍼차림의 소박한 모습을 연일 보이고 있지만, 포스터에서만큼은 이전의 ‘대쪽 이미지’를 고수했다.

# 포옹부터 욕쟁이 할머니까지

■ CF
이명박- 실천 키워드 '욕쟁이 할머니'
이회창- "알았습니다" 기획 시리즈
정동영- 네거티브 전략·인간미 병행

각 후보의 이미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광고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눈물’ CF는 유권자의 감성을 흔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노무현의 눈물’과 같은 메가톤급 광고를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후보의 광고는 ‘실천’을 키워드로 TV와 신문이 ‘한 세트’로 나간다. 첫 텔레비전 광고인 ‘욕쟁이 할머니’편에서 순댓국집 할머니는 이 후보에게 ‘경제는 꼭 살려라’라고 당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명박 선거캠프 측은 텔레비전 광고를 앞세워 일관된 메시지를 신문, 라디오 광고를 차례로 내보낼 계획이다. 정병국 의원이 이끄는 미디어홍보기획단은 제일기획출신 이우찬 씨가 광고, 홍보분야를 맡았다.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홍보전략을 지휘하는 사람은 윤흥렬 가족행복위원회 총괄기획본부장이다. 윤 본부장은 97년 김대중 후보의 ‘DJ와 함께 춤을’ 광고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그는 정 후보의 광고를 매체별로 차별화 하기로 했다. 신문광고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텔레비전광고는 정동영 후보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한다는 계산이다.

지난 11월 28일 자 주요일간지에 실려 한나라당과 공방전까지 갔던 ‘위장’편은 이명박 후보의 선거 유세 중 연탄을 얼굴에 바르는 장면을 넣어 군대문제와 자녀 위장취입 등을 거론했다. 반면 텔레비전광고는 ‘서민’ ‘가족행복’을 키워드로 정 후보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안아주는 장면을 모티브로 했다.

이회창 후보는 유세현장에서 보이는 모습을 광고에 그대로 녹일 생각이다. 27일 선보인 텔레비전 광고 ‘알았습니다’에서는 두 번의 실패 후 겸손해진 이 후보의 모습을 강조한다.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소녀 가장의 마음을 알았습니다’로 이어지는 텔레비전 광고는 석철진 경희대 겸임교수가 구상한 것이다.

석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도 이 후보의 홍보전략을 도왔던 인물로 이번 대선에서는 정보통신 업계 출신의 김관중 씨를 합류시켰다. 이회창 후보의 텔레비전 광고는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노무현의 눈물’편과 구성이 비슷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TV토론은 창과 방패 전략으로

■ TV토론
이명박- 네거티브 무시한 정책 홍보
이회창- MB와다른 보수 정체성 확보
정동영- BBK 남은 의혹등공세 강화

남은 대선기간 각 대선진영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텔레비전 토론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선거 막판까지 이합집산으로 후보단일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매체를 통해 후보들의 정책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표적이 되는 사람은 단연 이명박 후보다. 이 후보 측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 캠프 방송전략실 이성완 팀장은 “선관위가 주관한 TV 토론회는 3차례가 전부다. 정책만 홍보해도 모자라는 시간”이라며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무시전략으로 일관할 것임을 밝혔다.

이 팀장은 “이명박 후보는 화술 등 전문적인 테크닉을 신경 쓰기 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정책을 간결하게 알리는 것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 캠프는 교수들로 이뤄진 선거정책팀의 검증을 거쳐 토론팀에서 텔레비전 토론에 대한 전체 계획을 짰다. 이밖에 박경화, 태윤정 등 이미지 컨설턴트들의 조언을 받는 형식으로 토론회를 대비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토론회에서 수비전략을 선택했다면,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공격전략을 택했다. 정 후보 선거캠프의 전중경 TV토론 대책실장은 “토론회에서 근거없는 흑색선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위장취입, 군대문제 등 이미 밝혀진 사실은 토론회에서 언급할 것임을 밝혔다.

전 실장은 “BBK 사건의 경우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남은 의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 공동책임론’에 대한 각 후보의 공세에 대비해 연설을 준비중이다.

전준경 실장은 “정 후보의 경우 연설은 강하지만, 토론에서 미괄식 화법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토론에서 두괄식, 단문위주로 주제를 말하도록 트레이닝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6일 1차 토론 당일, 가상 질문을 미리 만들어 리허설을 진행 한 후 토론회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후보는 앞선 두 번의 대선 경험을 살려 텔레비전 토론에 임한다는 각오다. 딱딱한 이미지로 인해 미디어 선거에서 밀렸던 그는 이번 대선에서는 텔레비전 토론회를 통해 소탈하고 겸손한 이미지를 최대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텔레비전 토론에서 선전하는 후보가 부동층을 적잖이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정동영 후보의 경우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과정에 있어 텔레비전 토론이 절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 대학생이 본 후보이미지, 합성인간 후보를 만든다면?
외모 정동영, 머리 이명박, 가슴 문국현

후보들이 주력하는 이미지는 유권자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얼마나 일치할까. 대학생 연합동아리 ‘생존경쟁’은 전국주요 25개 대학의 학생 2,007명(남 1,002명, 여 1,005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이미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더 알아보고 싶은 대선주자’는 이명박 후보가 2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문국현(25.4%), 이회창(20.0%), 정동영(11.7%), 권영길(7.0%) 순이었다.

‘임기 중 가정에 충실해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갈 것 같은 대선주자’로는 정동영 후보가 27.6%로 1위를 차지해 ‘가족행복시대’라는 슬로건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입증됐다. 이어 이명박 후보(18.4%)가 근소한 차이로 문국현 후보(17.8%)를 앞섰고 이회창 후보는 12.1%로 4위를 차지했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는 소녀그룹 ‘원더걸스 노래를 컬러링으로 사용할 만큼 센스있는 후보’로는 예상을 깨고 이명박 후보가 39.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정동영(23.8%), 문국현(12.8%) 후보는 각각 2위와 3위에 머물렀고 이회창 후보는 5.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각 후보의 외모와 머리, 가슴을 합성한다면?’이란 재미있는 질문도 눈에 띈다. 대학생들은 외모부분에서 정동영 후보를 1위(48.8%)로 꼽은 반면 머리는 이명박 후보(39.0%), 가슴은 문국현(24.8%)를 최고로 쳤다.

이번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은 각 문항 당 ±1.92~2.1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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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