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위 참여 문제로 막판까지 우여곡절교회서 20년 쌓은 MB와의 신뢰… 손병두 총장과 최후의 2파전서 낙점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에 참석, 이경숙 인수위원장 등 인수위원들과 함께 현판을 걸고 있다. / 손용석기자
‘이명박 정부’의 청사진을 마련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경숙(64) 숙명여대 총장이 임명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인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담당할 인물로 처음부터 이 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최종 낙점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명박 당선자의 신중함에다 여러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19일을 전후해 10여명의 인수위원장 후보들이 거론됐다. 정치인으로는 우선 이 당선자 대선 캠프의 원로회의격인 ‘6인회’ 멤버들이 부상했다.

경선 선대위원장을 한 박희태 의원, 5선의 중진으로 호남 좌장인 김덕룡 의원, 이 당선자의 당내 최측근 실세인 이재오 의원 등이다. 비정치인이지만 6인회 멤버로 경선 과정부터 이 당선자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함께 ,‘멘토’(조언자) 역할을 한 최시중 고문(전 한국갤럽 회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그밖에 박관용 선대위 상임고문(전 국회의장), 4선의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장), 안상수 원내댜표, 이방호 사무총장,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윤여준 전의원 등도 직간접으로 회자됐다.

비정치인 후보로는 주로 학계 인물이 급부상했다.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비롯해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등이다.

그밖에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인 박세일 서울대 교수, 윤진식 전 산자부장관, 한승주 전 외무장관, 이 당선자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 위원장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 GSI 이사로 BBK사건 해결에 공을 세운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 이석연 변호사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인수위원장을 정치권 인사가 맡는 것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 정치인들이 후보에서 대거 탈락했다. 한승주ㆍ유우익ㆍ송정호 등은 본인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진식 전 장관은 위원장보다 실무에서 청사진의 밑그림을 그리는 게 적합하다는 이 당선자의 의중에 따라 빠졌다는 후문이다. 윤 전 장관은 현재 인수위 ‘국가경쟁력 강화 특위’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석연 변호사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돌았다.

인수위원장 낙점이 임박하면서 후보는 박희태 의원, 최시중 상임고문, 이경숙 숙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박세일 교수 등으로 압축됐다. 이때부터 정치권과 비정치권, 이 당선자의 친소 관계자들의 입김과 파워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당선자의 오른팔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은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을 적극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 CEO총장으로 재임기간 동안 고려대를 국제적 대학으로 환골탈태 시킨 능력과 경영마인드를 높게 평가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자신과 같은‘고대 인맥’이라는데 부담을 갖고 어 전 총장을 배제했다는 후문이다.

정운찬 전 총장은 심사 위원들로부터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대선 과정에서 모호한 행보가 낙마의 이유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BBK건으로 이 당선자를 압박하며 ‘정운찬 전 총장의 지지’를 사실처럼 언급했을 때 정 전 총장이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은 것이 이 당선자와 정 후보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탈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풍문이다. 그러나 정 천 총장 측에 따르면 이 당선자가 상당한 호감을 보였으나 정 전 총장이 고사했다는 전언이다.

박희태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원해 고사했다는 얘기이고 최시중 고문은 인격과 안목에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고령(70)에다 본인이 다른 직책(국가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을 원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최종 후보에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일 교수는 이 당선자가 선호했으나 당내 인사들의 반대가 심했다는 후문이다. 당에서 요직을 지낸 인물이 문제를 일으켜 당을 떠난 전력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막판 인수위원장 후보로는 이경숙ㆍ손병두ㆍ안병만 총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이 당선자는 이경숙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발탁하겠다는 의사를 굳혔으나 일부 중진 의원들이 이 총장이 과거 국가보위 입법회의에 참여한 경력을 문제삼으며 반대, 손병두ㆍ안병만 총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안 총장은 이 당선자가 22일 당선 후 첫 주말을 맞아 청와대 안가(安家)에서 테니스를 칠 때 초청받은 11인에 포함돼 최종 후보로 낙점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 당선자 주변에서 안 총장이 이 당선자를 매료시킬만한 특별한 강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애기가 흘러나오면서 인수위원장 후보는 이경숙ㆍ손병두 총장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두 후보는 경제마인드를 갖춘 참신한 비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 당선자가 제시한 인선 기준에 가장 부합했다고 한다. 이경숙 총장은 재계 경험은 없지만 대학 CEO (최고경영자)로서의 개혁성과와 업무능력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전언이다.

손병두 총장은 재계와 학계를 두루 거쳤다는 점이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반면 이 총장은 국보위 경력이, 손 총장은 전경련 부회장 출신의 친재벌적 이미지가 강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다양한 검증을 거친 끝에 26일 이경숙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낙점했다. 이 위원장은 이 당선자의 국정운영 방향인 `CEO형 대통령', `실용정부'의 구상을 잘 구현할 적임자인데다 교육계, 여성계 인사로서 업무능력과 개혁성, 참신성 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뒷얘기다.

논란이 된 국보위 전력은 이 위원장이 14년간 숙대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대학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CEO형 총장'의 전형을 보였고, 지난해 제16대 총장으로 재선출됨으로써 직선제로 4번 연임되는 국내 첫 총장이자 최장수 여성총장의 기록을 갖춰 이미 검증은 끝났고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이 당선자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이 위원장을 중앙선대위 선대위원장에 영입하려고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했을 때부터 인수위원장직을 고려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엇보다 같은 소망교회 장로(이명박)와 권사(이경숙)로서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신뢰’가 인수위원장 선정에 가장 큰 배경이라고 지인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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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