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나면 책한권 '뚝딱'… 중요부분 다시 정독최고의 애독서는 '성경'… 철학·정치사상서보다 읽기 쉬운 실용서·에세이 선호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당선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면서 그의 애독서 등 독서 경향과 문화적 취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 이 당선자가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을 꺼내 보는 모습이 보도되자마자 이 책이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다. 이 책이 이 당선자의 비전과 향후 정책방향을 알리는 일종의 나침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의 독서 목록과 스타일, 그리고 문화생활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명박 당선자는 ‘워커 홀릭’ CEO 출신답게 밥도 빨리 먹고 걸음도 빨리 걷는다. 책을 읽을 때도 이런 면모가 드러난다. 그는 주로 새벽과 주말에 시간을 내어 속독하는 편이다.

빠르게 훑어 읽은 후 중요한 부분만 다시 읽는다. 천천히 밑 줄 그어가며 정독을 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좋아하는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번 읽는 노무현 대통령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물론 여느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이동하는 차 안이나 비행기에서 시간을 쪼개 책 한 권을 뚝딱 읽어치울 때도 있다.

그의 독서 목록은 크게 정치 / 경제ㆍ경영 / 문학으로 나뉜다. 실용서나 읽기 쉬운 에세이를 위주로 선택하는 편이다. 그가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추천한 서적 중 철학서나 정치사상서는 찾아 볼 수 없다.

대선 후보가 된 후 그는 언론에 줄곧 <쉽게 읽는 백범일지>(도진순 엮음/돌베개)를 추천해왔다. 이 책은 창원대 사학과 도진순 교수가 수년간의 수정 집필과 역사적 검증, 학술적 보완을 거쳐 만든 ‘대중용 백범일지’다.

원본의 핵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복된 기록과 배열 상태를 정리해 백범의 생애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했고, 읽기 쉽게 현대어로 교열했다.

이 당선자는 “이 책을 통해 나라를 위한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고 몸소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김구 선생의 삶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좋은 리더십 하에 힘을 하나로 모으면 오늘 우리가 겪는 어려움 쯤은 넉넉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독후감을 전했다.

이 당선자는 정치분야에서는 자서전을 주로 읽는 편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자서전 <위대한 영혼의 스승이 보낸 63통의 편지>는 서울시장 시절 지인들에게 자주 추천한 책이었다.

그는 “간디의 깊은 사상이 쉬운 언어로 쓰여져 읽기 쉽다. 결혼, 가정과 같은 개인 문제에서 민주주의와 인류애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대한 간디의 생각을 그의 육성으로 듣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실시한 모 일간지의 조사에서도 그는 이 책을 추천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그의 독서목록에 있다. 그는 2년 전 “로마제국의 흥망사로 천 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 현대를 살아갈 지혜가 담겨있다”고 이 책을 추천했다. 로마인 이야기는 현재 15권 완결편이 출간됐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주로 경제, 경영서적을 추천했다. 스펜서 존슨의 <선물>(중앙M&B), 켄 블랜차드의 <겅호>(21세기북스), 잭 웰치의 <끝없는 용기와 도전>(청림출판) 등은 그가 즐겨 읽은 경영서적이다.

<겅호>는 조직에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혁명적인 노하우와 테크닉을 다람쥐, 비버, 기러기가 갖고 있는 특별한 생존 방식에 비유해 설명한 경영서다. 이 당선자는 2년 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를 믿고 북돋워주는 신뢰의 회복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고 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대선 후보가 된 후 그가 읽은 경제 실용서는 론다의 <스크릿>(살림비즈)이다. 이 당선자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성공 비결을 묻곤한다. 역경과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던 힘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 때문이다. 감사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이 꿈을 현실로 바꾸는 위대한 비밀이라고 알려주는 책이다”고 이 책을 극찬했다.

이 당선자는 숨가쁜 CEO 이미지와는 달리 시와 에세이 등 문학 관련 서적도 즐겨 읽는다. 문학 서적을 읽을 때만큼은 통독과 속독도 피한다. 여러 번 읽으며 의미를 곱씹기 위해서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조화로운 삶>은 그의 추천도서 1호다.

지난 해 12월 온라인서점업체 ‘예스24’의 대선주자 책 추천 조사에서 그는 “<무소유>를 좋아해서 여러 번 읽었다. 법정 스님께서 산중에 생활하는 중 느끼는 소소한 감정과 깊은 사색이 편안한 언어로 쓰여 있어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조화로운 삶>을 추천했다.

그는 이 조사에서 류시화의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도 추천해 눈길을 끌었다.

경영서만큼이나 시와 에세이를 가까이 하는 이 당선자는 김남조 시인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김남조의 <영혼과 가슴>(새미)을 자주 추천했다. 그는 평소 지인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등단한 지 반 세기를 넘긴 김남조 시인의 생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세상을 향한 여유를 배운다”고 말해왔다.

이 당선자의 최고의 애독서는 성경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의 가슴과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성경의 말씀이며, 평소 대중연설 등에서 “감사합니다”를 자주 되내이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MB, 미술에도 수준 높은 안목
회사서 보너스 받으면 인사동 골목 뒤져 그림 구입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안국포럼에서 제임스 맥거리스 번스의 '역사를 바꾸는 리더십'을 보며 환하게 웃고있다.

이명박 당선자는 미술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달 24일 한국사립미술관협회e-매거진에 기고한 ‘삶과 미술, 삶과 예술’ 글에서 이 당선자는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으면 인사동 골목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다.

그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샀던 그림 가운데 지금은 꽤 비싼 값을 호가하는 그림도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이 당선자는 이 글에서 대기업(현대그룹)에서 근무하던 시절 프랑스 파리 출장 때마다 한 화랑에 들어가 그림을 둘러보았다고 밝혔다.

당시 마음에 드는 한 그림이 꽤 고가여서 여러 번 둘러보기만 했는데 화랑 주인이 ‘동양에서 온 눈 작은 사람’이 인상에 남아 그 그림을 팔지 않고 이 당선자를 기다렸다고. 세월이 흘러 결국 이 당선자는 그 그림을 사게 됐고 지금 그의 거실에 걸려 있다.

원로화가 석당(石堂) 우희춘 화백과의 인연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당선자는 서울시장 시절 우희춘 화백의 개인 초대전에 직접 참석해 축하했다. 우희춘 화백은 동양화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킨 화가로 평가 받고 있는 화단의 거목이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미로 미술관에서 ‘한국 빛깔의 신비전’을 열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의 자연전’, ‘한국미술 초대작가전’ 등에 초대됐다.

김범훈 포털아트 대표는 당시 사진을 공개하며 “이명박 당선자의 경우 화가의 개인전을 직접 찾아갈 정도로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반 고흐 전을 비롯해 피카소 전, 백남준 전시회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이 당선자는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하면 일만 아는 사람으로 오해하곤 한다. 그래서 내가 클래식 음악이나 그림감상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어려서부터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해서 일까. 나는 이상하게도 오히려 끌렸던 것 같다”고 말한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청사 내 그림을 걸게 한 일화나 서울시립미술관을 평일 밤 10시까지 개관하도록 한 것, 식사를 못하고 감상하러 온 직장인을 위해 미술관에서 간단한 음식을 팔도록 한 아이디어 모두 이 당선자의 미술 애호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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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