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중식·일식 등 가리는 음식 없어…어릴 적 경험한 가난 때문에 흰쌀밥 선호

맨밥에 날계란·간장넣어 비벼먹고 라면도 즐겨, 안동국수·소고기국밥·만두전골·설렁탕·자장면…
인사동·안국동·강남 등에 자주 찾는 음식점 많아… "손 안 댄 반찬은 다른 손님에게 줘라" 검약 정신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칼국수, 노무현 대통령의 삼계탕….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 식성, 즐겨 찾던 ‘맛 집’이 화제에 오르곤 한다. 이명박 당선인의 ‘맛 취향’도 역시 관심거리다. 그가 즐겨 찾던 서울 인사동과 안국동, 강남의 식당들은 벌써부터 당선 축하 현수막을 내걸며 저마다 ‘대통령 추천 맛 집’을 자처하고 있다.

■ 잡식성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무난한 식성’이다. 본지가 이 당선자의 측근과 지인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그는 한마디로 ‘잡식성’이다. 안동국수와 만두, 설렁탕 등 토속음식에서부터 중국요리, 일식, 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다니는 식당도 그만큼 다양하다.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음식 가리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과자, 스파게티, 어묵, 빈대떡, 베이글 등 안 가리고 다 드신다. 한 달 내내 빵만 드셔도 뭐라 안 하실 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음식을 주문할 때 특별히 까다롭게 추가사항을 요구한 적이 없다. 대신 밥은 꼭 흰 쌀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이지만, 어릴 적 경험한 가난 때문에 보리밥이나 잡곡밥은 싫어한다. 포항 출신이지만, 과메기와 같은 포항 전통음식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입맛 없을 때면 맨밥에 날달걀을 풀고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먹는 ‘간장 비빔밥’을 즐긴다. 보릿고개를 경험한 사람들은 의례 ‘밀가루 음식’을 즐기지 않지만 이 당선인은 라면이나 국수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명박 당선인이 사골우거지탕과 곱창전골을 즐겨 먹었다는 '황우촌'

■ 인사동 근처에 단골 많아

이 당선자가 자주 찾던 단골식당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안국동 일대에 몰려있다. 그가 수십년간 봉직했던 현대그룹의 사옥이 근처에 있고 대선레이스에서도 베이스캠프(안국포럼)를 이 동네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가 최근까지도 즐겨 찾던 식당 중 하나는 인사동에 있는 <소람>이다. 소람은 안동국수 전문점으로 과거 정권 때 ‘청와대 칼국수’로 알려진 강남 <소호정>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 받아 재작년 인사동에 문을 연 곳이다.

소호정은 김영삼 대통령 취임 첫날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만들어 유명해진 김남숙 여사가 운영하는 음식점. 소람의 이관영 사장은 “인사동에는 같은 이름의 음식점이 들어올 수 없어 <소람>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이 당선인은 대선 전까지 점심에는 국수를, 저녁에는 소고기 국밥을 즐겨 먹었다. 서울시장 퇴임 직후인 2006년 7월 대선 베이스캠프인 안국포럼을 열면서 내부 관계자들과 식사를 할 때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주말 식사를 할 때 들렀다고 한다.

이 당선인이 이 집에서 특히 좋아하는 메뉴는 메밀묵 무침. 소람의 박승미 부장은 “모든 음식을 잘 드시지만, 특히 메밀묵 무침은 한 번도 남긴 적이 없었다. 특별한 주문은 없고 고루 다 잘 드시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윤옥 여사는 대선 사흘 전까지도 들러 식사를 할 정도로 이곳 음식을 좋아했다. 김윤옥 여사가 즐겨 먹은 음식은 소고기 국밥. <소람> 직원은“김 여사는 가끔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 오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인사동 <사동면옥>은 20명 이상 모임이 있을 때 들렀다. 이곳은 개성음식 전문점으로 만두전골과 만둣국이 유명하다. 이 당선인은 경선과 대선, 두 차례 선거를 준비하며 선거관계자들과 식사를 할 때 이곳을 찾았다. 주인 전수미 씨는 “보통 20명 내지 30명이 왔고 만두전골과 파전을 드셨다. 대선이 있기 며칠 전에는 경호원을 포함해 50명 가량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식사시간을 길게 잡지 않는다. 전 씨는 “점심 시간에는 간단히 식사만 하고 가고, 저녁을 먹는 경우에도 1시간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사동 중국집 <용봉채관>도 이 당선자가 자주 들르던 곳이다.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은 청와대 앞에서 50년간 운영하다 2005년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굴 등 각종 해산물에 진한 사골국물로 끓여낸 용봉면이 유명하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좋아했던 메뉴는 소박한 자장면이다.

안국포럼 건물 근처 <야호>는 전복죽 전문점이다. 이 당선인은 텔레비전 토론을 비롯해 밤 샘 선거운동을 할 때 주로 이 집의 전복죽을 찾았다. 직접 찾아가기보다는 전화로 주문을 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설렁탕 전문점 '이남장'

■ 고향맛집 일주일에 두세 번 들러

서울시역사박물관 근처 신문로에 있는 <어부가>는 지금 사라지고 없지만 이 당선자가 가장 애용하던 ‘맛 집’이다. 주인인 이만천(작고) 씨는 포항출신으로 이 당선인과 고향이 같다.

고향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이 당선인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일주일에 두세 번 이곳에 들러 식사를 했다. 이만천 사장의 부인 최우성 씨는 “이 당선인은 워낙 식성이 좋아 가리는 음식이 없었다.

특히 뚝배기에 지은 흰 쌀밥을 좋아했다. 흰 쌀밥에 생태탕이나 대구탕을 즐겨 드셨고, 포항에서 공수한 멸치로 만든 밑반찬도 잘 드셨다”고 말했다. 식성이 좋았지만 과식은 하지 않았다. 차려진 음식이 많으면 몇 개 음식은 손대지 않고 두었다가 “다른 분 드시라”고 꼭 말하고 계산을 했다고.

어부가 주인이 운영하는 인근의 한우전문점 <황우촌> 역시 이 당선인이 자주 찾던 곳. 지난해 이만천 씨가 사망하면서 더욱 손길이 바빠진 부인 최우성 씨는 “이 당선인이 이곳에도 자주 들러 식사했다”고 전한다.

종업원 이미리 씨는 “사골우거지 탕이나 곱창전골을 자주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경선이 끝날 때까지 애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남대문 삼성 본관 뒤쪽에 있는 <진주회관> 역시 이 당선인이 좋아하는 음식점이다. 이곳의 냉콩국수는 이 일대 직장인뿐만 아니라 멀리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줄을 이룰 정도로 유명해서 평일 점심 때는 10~20분전에 가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이 당선자는 이곳의 콩국수를 너무 좋아해 여름이면 국물만 따로 주문해서 먹을 정도였다.

강남지역에서 이 당선인이 이용한 맛 집으로 설렁탕 전문점 <이남장>을 들 수 있다. 구수한 설렁탕을 좋아하는 이 당선인은 <이남장> 서초점을 애용했다. 서초동 영포빌딩 근처에 위치해 있어 이 당선인이 빌딩 내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현 국제전략연구원) 멤버들과 스터디모임을 한 후 단체로 자주 찾았다. 강남에는 현재 둘째 딸 승연 씨와 아들 시형 씨가 살고 있다.

이 당선인은 손님을 대접할 경우에는 한정식 집을 주로 이용했다. 인사동, 수송동 일대의 <한성>, <선천>, <사천>, <유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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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임재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