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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진짜승자는 '슈퍼화요일'에 웃는다
갈수록 재미 더하는 '반전 드라마'… 오바마의 돌풍-힐러리의 눈물로 민주당 이변 연속
내달 5일 22개주서 한꺼번에 열리는 경선서 결판
공화당도 엎치락 뒤치락… 예측 불허 경선정국 흥미진진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누구도 알 수 없다.’

첫 뚜껑을 연 미국 민주 공화 양당의 경선에서 나타난 결론이다. 3일 아이오와를 시작으로 5일 와이오밍, 8일 뉴햄프셔까지 끝낸 경선은 말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연출했다. 과거에는 뉴햄프셔까지의 경선 결과를 놓고 어느 정도 각 당 후보들의 향배를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은 지지후보를 뽑을 대의원 수가 적은 작은 주에 불과하지만, 대선 판도를 가늠하게 하는 풍향계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반 경선을 통해 판도를 점치는 것이 어렵게 됐다.

어느 누구도 확실한 우세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선은 8월말, 9월초 열리는 각 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대의원을 각 주별로 뽑는 선거이다. 유권자들이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지지 후보를 뽑을 대의원을 경선을 통해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11월4일 대선까지 10개월간의 선거 대장정의 스타트를 끊은 아이오와주에서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먼저 웃었다. 전혀 예상 밖의 결과였다.

민주당의 경우 오바마 의원의 선전은 예상됐지만 그렇다고 전국 지지도에서 안정적인 1위를 달리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 공화당의 허커비 전 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인가가 이들에 대한 관심의 포인트였다. 그러나 오바마 의원이 힐러리 의원을 2위도 아닌 3위로 밀어내면서 낙승을 거두고, 허커비 전 지사도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유있게 승리하면서 경선 판도는 요동치기 시작했다.

비교적 약체로 평가 받던 후보들이 양당에서 선두로 나서자 힐러리 의원과 롬니 전 지사가 받은 충격은 패닉에 가까웠다. 특히 힐러리 의원은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에도 뒤지는 충격적인 3위를 기록, 당장 내일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아이오와를 삼킨 오바마의 기세는 등등했다. 선거자금이 속속 유입되기 시작했고, 뉴햄프셔 경선의 여론 추이도 급변하기 시작했다. 줄곧 4, 5% 포인트 정도 열세를 보이던 오바마 의원의 뉴햄프셔 지지도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힐러리 의원을 단숨에 추월했다.

뉴햄프셔 경선이 치러지기 전날까지 오바마 의원의 지지율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의원을 두자릿수 이상 앞서나가 힐러리의 중도 사퇴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아이오와 경선을 보고 여론이 급격히 쏠리는 ‘대세론’이 불어닥친 것이다.

그러나 반전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존 매케인, 미트 롬니, 마이크 허커비.



참모들조차 승산 없다고 했던 뉴햄프셔에서 힐러리 의원은 믿기지 않는 승리를 끌어내면서 기사회생했다. 아이오와 경선 이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10% 이상의 현격한 열세를 보인 힐러리 의원이 예상을 뒤집은 것을 놓고 여론조사의 신뢰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는 등 화제가 만발했다.

이변의 원인으로 힐러리 진영의 선거 전략 변화 등이 제시되지만 ‘힐러리의 눈물’이 아니고는 대다수 여론조사의 예측치를 정면으로 뒤엎은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힐러리 의원은 경선 전날인 7일 뉴햄프셔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부동층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쉽지 않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뿌렸다. 힐러리의 눈물은 방송 전파를 타고 곧바로 미국 전역으로 전해졌다.

몇몇 방송사들은 귀족적이고 차가운 인상의 ‘강한 여성상’을 상징하던 힐러리 의원이 연약한 모습을 보인 것에 주목해 이 장면을 끊임없이 반복, 보도했다.

하루 만에 승부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힐러리의 눈물을 본 유권자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대거 힐러리 의원 쪽으로 쏠리고, 여기에 흑인인 오바마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에 잠재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전통적인 민주당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 투표에 참여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뒤늦게 힐러리의 눈물이 철저히 계산된 ‘악어의 눈물’이었는지 논란이 일었지만, 힐러리 의원에게는 마냥 강하고 경륜을 강조하는 노련함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값진 교훈을 얻은 계기가 됐다.

진짜 승부는 다음달 5일 22개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는 ‘수퍼 화요일’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이다.

이날 캘리포니아 뉴욕 테네시 조지아 등 20여 개 주에서 결정되는 대의원은 무려 2,075명에 달해 어느 한 후보가 ‘주목할만한’ 승리를 거둘 경우 사실상 그 당의 대선 후보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경우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이 하나씩 승리를 나눠 가졌지만, 현재로서는 뉴햄프셔의 기세를 탄 힐러리 의원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우선 수퍼 화요일의 경선은 지금까지와 달리 20개 이상의 주에서 동시에 실시되기 때문에 유권자들과의 직접 접촉보다는 선거광고나 토론 등 간접적인 이미지 유세가 더 큰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인데, 이 점에서 힐러리 의원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이오와에서 오바마 의원에게 갔던 여성표가 뉴햄프셔 경선을 통해 되돌아 왔다는 점, 수퍼 화요일의 대부분의 주들이 등록된 당원들로 투표권을 제한하는 경선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등이 힐러리 의원을 고무시키는 요인이다.

‘흑인과 여성의 대결’이라는 민주당 경선의 상품성에 밀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공화당은 뉴햄프셔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승리해 허커비, 롬니와 함께 초반 3각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공화당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전국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를 포기하고 플로리다 뉴욕 등 덩치가 큰 주에서의 승부를 노리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과연 계획대로 앞서 나가는 여타 후보들을 한방에 제압할 수 있느냐이다.

아이오와에서 6위, 뉴햄프셔에서 4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낸 줄리아니는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논리로 앞선 경선 결과를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미국 역사상 초반에 이렇게 죽을 쑤고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당 내외에서 다른 세 후보에 비해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공화당 유권자들을 줄리아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이다.

힐러리와 오바마 의원 간 양자대결로 일찌감치 좁혀진 민주당과 줄리아니까지 가세한 다자간 대결의 공화당의 경선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판세가 말해주듯 당분간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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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8/01/16 11:48




황유석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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