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로드맵 변화 막아라" MB를 향한 경고 메시지?"이명박 정권은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대북정책 추진할것"언론에 흘린 북한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대화록에 내용 실려자신이 성사시킨 남북정상회담 틀 유지하려는'쇼' 분석도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노동당통일전선부장 간의 대화록 유출 사건과관련, 김원장이 15일 오후 내곡동 국정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김만복 국정원장 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김 원장이 대선 하루 전인 12월 18일 방북한 배경이나 북한 노동당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이 공개된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김 원장은 15일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대화록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보도경위에 대해“12월 18일 방북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소위 ‘북풍 공작’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주장대로라면 그의 방북은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의 표지석을 설치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방북 날짜를 대선 하루 전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대선을 며칠 남기고 방북할 경우 북풍 공작을 한다는 의구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대선 후에는 방북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김 원장의 파동을 ‘김만복의 원맨쇼’라고 판단한다. .김 원장이 해명한 방북 이유나, 대화록 공개 등이 북한에 정통한 프로들이 볼 때 아마추어 수준에도 못 미치는 유치한‘쇼(Show)’라는 것이다.

북한 소식통들은 ‘김만복 파동’의 본질이 ‘정상회담’내부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김 원장의 방북을 승인한 배경 역시 정상회담의 감춰진 비밀에 있다고 덧붙인다.

정부 관계자들은 김 원장이 대선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급박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방북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북한 소식통들은 그 이유 역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것이라고 언급한다.

정치권과 국정원 주변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5억 달러라는 거액의 뒷돈 거래 의혹이 있었던 것과 같은 유사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김 원장이 방북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그러나 ‘뒷돈’은 없었다는 게 청와대와 국정원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원장이 공개한 문서 이면에 그 해답이 있다고 추론한다. 문서 중 “내일 이명박 당선 확실시”“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대북정책 추진할 것”등의 대목은 중요한 의미라는 것.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대화록 내용이 있을 것이고 방북의 ‘진실’도 거기에 담겨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 원장은 “대화록 이상의 비공개 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선 한달 전 김양건 통전부장의 방남을 귀띔해준 베이징의 북한 소식통은 최근 기자에게 김 원장의 주장을 뒤집는 내용을 알려왔다. 김 원장의 방북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이 있고 북핵도 연계돼 있다는 것.

즉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남한이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고 그 대가로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 미국의 힘이 작용했는데,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핵 포기를 약속 받고 북한에게는 남한의 대북지원을 보장했으며, 남한은 정상회담의 성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즉 남북정상회담에 남ㆍ북ㆍ미 3국의 묵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한 연결고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김양건 통전부장이 대선을 한달 가량 앞두고 느닷없이 남한을 방문한 것은 남ㆍ북ㆍ미 3국이 ‘약속’한 것을 다짐받기 위해서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즉 북한은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대북 ‘햇볕정책’정권이 대선에서 패할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이를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김 부장이 방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베이징의 소식통은 김 부장의 방남에 즈음해 기자에게“김양건 부장이 누구를 만나는지 확인해보라. 특히 이명박 후보 쪽을 주시하라”고 말한 바 있다.

복수의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김 부장은 이명박 당선인(당시 대선 후보)측과 접촉했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노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합의한 사항에 대해 이 당선인측도 수긍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애기가 뒤따랐다. 북핵 해결은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이어서 이 당선인측도 미국의 북핵 로드맵에 동의를 했다는 전언이다.

김 통전부장의 방남에 대해 당시 정부 당국자는 “정상회담과 총리회담을 통해 남북한이 합의한 경협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고, 김 부장 역시 “남북간 경제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며 ‘경협’에 방점을 두었다.

그러나 김 부장이 경협 문제로 방남했다는 해석은 남북간에 총리급ㆍ장관급 회담ㆍ실무회담이 계속 이어진 데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년 9월 김용순 통일전선부장의 방문 때는 7개항의 합의서가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합의서 발표가 없는 점도 그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 부장 일행이 12월 1일 북한으로 돌아간 뒤 남-북-미 간에 묘한 동선이 이어졌다.

같은 달 3일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평양으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워싱턴으로 각각 떠났다. 힐 차관보는 “핵시설 불능화를 점검하고 핵 프로그램 신고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라고 했고, 백 실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그와는 다른 해석을 전했다. 백 실장의 워싱턴행은 유력 대선주자의 확고한 ‘약속’을 미국에 전하고 미국으로부터는 남북정상회담을 가능케 한 대북지원 프로젝트, 즉 ‘한반도 마셜플랜’의 이행을 뒷받침 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힐의 방북은 차기 정부의 대북지원 약속을 분명히 전달하고, 북으로부터는 핵프로그램의 이행을 담보 받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올 1월 서울 방문설은 북핵 로드맵의 순항과 대북지원을 전제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12월 대선 후 북핵 로드맵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북미간 핵협상까지 중단되면서 양측간에 가시 돋친 설전이 이어졌다. 이명박 당선인측도 노 대통령의 대북 로드맵을 수정하고 새로운 대북관계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복 원장이 공개한 문서 중 “내일 이명박 당선 확실시 … 현 정부보다 더 과감한 대북정책 추진할 것”등은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대북 로드맵을 이명박 당선인 측이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대못질’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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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대화록을 보도한 뉴스 문건.
김만복 국정원장이 평양시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공식환영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 를 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