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 출범식에 국내외 거물급 인사 대거 참석당내 높아진 위상 과시… 차기총리·당권 도전설도 솔솔

대통령 당선인 미국특사로 백악관을 방문한 정몽준의원이 부시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2월 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두 달여의 짧은 기간 그의 달라진 위상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 정 최고위원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출범식에는 국내외 비중 있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정 최고위원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정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당권이나 총리 입각, 더 나아가 차기 대권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002년 이후 무소속으로 지낸 정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3일 한나라당에 입당, 정치권의 한복판으로 들어오면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5선의 중진인데다 이명박 당선인과 현대가(家)의 인연, 그리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당내 역학관계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표와 관련해 당에서 견제 내지 경쟁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대선 후 정 최고위원은 미국 특사로 임명돼 당 안팎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더욱이 4강 외교 중 대미 관계를 중시한 이 당선인이 정 최고위원을 미국특사로 임명한 반면, 경쟁자인 박 전 대표에게는 중국특사 임무를 부여해 사실상 정 위원에게 힘을 실어주었다는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무렵부터 이 당선인의 진의 파악에 부심했고 정 최고위원의 세력화를 경계했다.

친박(親朴)계인 한 중진 의원은 “정 최고위원이 입당할 때만 해도 대선의 연장선에서, 그리고 그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개인문제로 이해했는데 이명박 당선인의 의도가 엿보이면서 당혹스럽고 불쾌하게 여겨졌다”고 말했다.

정몽준 특사단에 대해 미국이 이례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이 동시에 면담한 것은 정 최고위원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정몽준 ‘밀월설’로까지 비화됐다. 정 최고위원이 귀국 직후인 1월 29일 이 당선인에게 비공개 형식으로 방미 활동을 보고한 게 직접적인 계기였다.

비공개 보고에 대해 이 당선인과 정 최고위원 측은 한미동맹 강화, 북핵문제 해결 공조,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그 이상이거나 두 사람(이명박ㆍ정몽준)만이 공유해야 하는 모종의 사항이 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미 활동 보고 자리에 한승주 전 외교장관 등 미국특사단의 다른 일행이 완전히 배제된 것이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반도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정몽준 최고위원이 29일 이 당선인에게 비공개로 보고한 방미활동 내용은 북핵 문제에 대한 것으로 이 당선인과 박 전 대표가 23일 회동에서 25분간 독대해 나눈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즉 북핵 해법과 관련, 남한의 새 정부가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에 나서면 북한은 핵개발을 중단하고 미국은 남북한의 이행을 담보하기로 하는 내용의 3국간 북핵 로드맵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1월 9일 박 전 대표를 만난데 이어 이 당선인을 만난 것이나 부시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정몽준 특사를 대면한 것도 북핵 로드맵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당선인이 정 최고위원을 미국 특사로 보낸 것과 비공개로 방미활동을 보고받은 것은 정 최고위원에 대한 신뢰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위상을 박 전 대표에 버금가게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박 전 대표 측이 이 당선인과 정 최고위원과의 관계, 그에 따른 정 최고위원의 당내 위상 강화를 경계하는 배경이다.

정 최고위원이 29일 한나라당 전국위원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것은 향후 행보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당 관계자들은 “오는 4월 총선과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라며 다분히 박근혜-정몽준 측 간의 대결을 의식한 듯한 말을 공공연히 한다.

1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아산정책연구원 개원 축하연’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홍구 전 총리,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관, 한승주 전 외무장관, 한승수 총리후보자, 이경숙 인수위원장, 정몽준 의원.
1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아산정책연구원 개원 축하연'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홍구 전 총리,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관, 한승주 전 외무장관, 한승수 총리후보자, 이경숙 인수위원장, 정몽준 의원.

정 최고위원 입당 후 정치권에서 ‘박(근혜)ㆍ정(몽준)ㆍ이(재오) 삼국지’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이나 여기에 강재섭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를 차기 대권후보에 포함시켜 4국지, 5국지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최고위원이 11일 자신의 ‘정신적 멘토’인 한승주 전 외무장관을 이사장으로 하는 아산정책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를 설립하고, 2002년 대선 때 정 최고위원을 도운 측근들이 이번 총선에 대거 출사표를 던진 것도 향후 정 최고위원의 행보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가에서는 아산정책연구원을 이명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동아시아연구원의 후신)에 비유해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이곳 명예이사장인 정 최고위원의 큰 꿈을 향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정 최고위원의 거취와 위상에 분수령이 될 4월 총선과 7월 전대가 다가오면서 그의 행보 또한 빨라지고 보폭도 넓어지고 있다.

[주목! 이사람] 'MJ 맨' 홍윤오
2002 대선때공보특보 지낸 최측근… 4월총선서 장인 지역구 마포을 도전

4ㆍ9 총선에 나선 정몽준(MJ)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람들 중 가장 주목 받는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정 후보 공보특보와 ‘국민통합21’ 대변인을 지낸 홍윤오(45ㆍ 서울 마포을) 씨다. 홍씨는 현재 1차 공천심사를 통과해 최종 후보 3배수 안에 들어간 상태다.

홍씨의 총선 도전은 정 최고위원이 새롭게 한나라당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힘들었던 시절(2002년 대선) 한솥밥을 먹으며 호흡을 맞췄던 최측근 참모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홍씨가 총선 관문을 통과하게 되면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금배지를 단 장수’를 얻어 자신의 입지구축에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홍씨 개인적으로도 이번 출마는 의미가 깊다. 출마지역인 서울 마포에서 26년째 살아온 토박이인데다 그의 장인(강신옥 변호사) 역시 같은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사위가 장인의 지역구를 물려받는데 성공할지 흥미롭다.

홍씨는 “정권의 무능과 혼란으로 국민의 시름이 깊어졌고 그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 지난해 대선 결과로 나타났다”면서 “이제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선진화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홍씨는 “모든 것을 당의 뜻에 따르겠다”며 “공천을 앞두고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심정으로 지역구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사회부 국제부 정치부를 거쳤으며, 9ㆍ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한국기자로는 처음이자 단독으로 들어가 생생한 전쟁의 참상을 보도한 종군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또한 제조업체에서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도 경영해보는 등 실물경제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홍씨 외에는 2002년 대선 당시 ‘국민통합21’ 전략기획팀장이었던 길태근(경남 김해을)씨, 정책팀에서 일했던 조청래(경남 창원갑)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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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