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연루의혹 S해운 감세 로비정비서관 전 사위가 밝힌 로비 내역S해운 관계자 금품로비 부인…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상문(62)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S해운업체 감세 로비의혹 사건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 비서관의 전 사돈인 이모(62) 씨가 1년 동안 10여 차례나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3년 말~2004년 말 청와대를 10여 차례 출입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S해운이 국세청 세무조사와 경찰 수사 등을 무마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시기다.

이씨의 진술은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가 수사의 근거로 삼고 있는 S해운 ‘로비 리스트’ 의 신뢰성을 높여주는데다 일부 내용이 사실과 부합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S해운 로비의혹 사건은 2004년 S해운 대주주였던 서모 씨가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영진과 마찰을 빚다 국세청과 검찰에 4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국세청은 S해운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2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을 확인했지만 77억 원만 법인세로 추징하고 추가 고발조치도 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같은 해 4월 사건을 방배경찰서에 배당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2005년 재수사에서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및 일부 횡령 혐의로 이 회사 대표와 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마무리된 듯했던 S해운 사건은 지난해 11월 로비에 관여한 임원 이씨가 회사를 상대로 검찰에 다시 고소ㆍ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이 S해운 사건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는 부분은 정상문 비서관의 전 사위인 이모(35) 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로비 리스트의 실체다. 로비 당시 이씨는 S해운의 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가 작성한 로비 리스트의 진위 여부에 따라 후폭풍의 크기도 달라지게 된다.

본지가 단독입수한 로비 리스트에 따르면 S해운이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대상은 청와대ㆍ국세청ㆍ검찰ㆍ경찰 관계자 등 전방위적이다.

로비 리스트에는 이씨와 S해운 임원 김모 씨가 정상문 비서관과 국세청ㆍ검찰ㆍ경찰 관계자와 이들의 친인척 등 10명에게 수천만원~억대 금품을 건넨 내역이 적혀 있다.

이는 검찰이 13일 S해운과 임원 김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S해운 측이 2004년 2~7월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해 업무추진비로 10억여 원을 지출한 내역을 확보한 것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정 비서관의 전 사위인 이씨는 지난해 11월 S해운의 로비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10억여 원을 금품로비에 사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비 리스트에는 정상문 비서관의 경우 전 사위인 이씨가 2004년 4월 국세청과 검찰의 S해운에 대한 조사 및 수사 무마를 청탁하기 위해 S해운 임원 김씨에게서 현금 1억 원을 받아 정 비서관의 집에서 직접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대해 청와대는 “정 비서관은 당시 사위가 딸과 함께 찾아와 ‘집을 사느라 빚진 9,000민원을 갚으시라’고 돈가방을 들고 왔지만 그냥 즉시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검찰에서 “2004년 돈을 전한 날에는 처가에서 자고 왔다”며 “돈은 돌려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리스트에는 이씨가 2004년 8~9월 경 S해운 임원인 김씨로부터 수표 5,000만 원을 받아 이를 현금으로 바꿔 정 비서관의 부인에게 전달한 내용과 S해운 임원 김씨가 정 비서관의 딸에게 매월 500만 원씩 송금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정 비서관 측은 그 같은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로비 리스트에는 국세청 직원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S해운의 로비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감행됐다는 배경에서다. 당시 S해운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사국 H씨를 정점으로 K과장과 W사무관 지휘아래 C조사관이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리스트에는 S해운 임원 김모 씨가 H씨에게 5,000만 원, W과장과 C조사관에 각각 2,0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국세청 고위간부 L씨에게는 당시 총리실 사정팀에 파견돼 있던 경찰 간부 K씨를 통해 1~2회에 걸쳐 3,000만~5,000만원을 건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씨의 주장이 일방적인 진술이고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리스트에 등장하는 W씨는 “당시 법에 따라 세무조사를 했을 뿐”이라며 금품 수수 운운하는 것을 반박했다.

S해운 임원으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돼있는 인사도 차용증서를 쓰고 빌린 것이고 매월 이자지급을 했다며 로비 사실을 부인했다.검찰은 로비리스트에 등장하는 국세청 관계자들 불러 사실관계 여부를 조사해 사실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리스트에 가장 많은 금품 로비를 받은 인물로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찰 고위간부 K씨가 등장한다.

S해운 박모 대표와 대주주인 서모씨 간의 고발사건으로 박 대표가 불구속 기소되고 서씨가 구속 기소된 후 집행유예 선처를 위해 K씨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S해운 임원 김씨가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동 모 술집에서 검찰 간부 K씨를 만나 억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씨 측은 그러한 내용에 대해 부인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검찰 주변에선 특히 K씨 부분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강도 높은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 리스트에는 당시 총리실 사정팀에 파견돼 있던 경찰 간부 K씨와 서울 방배경찰서 형사의 금품 수수 내역이 나타나 있다. S해운 임원 김씨는 경찰 간부 K에게는 3,000만 원, 방배경찰서 형사에게는 2,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돼 있다.

앞서 S해운이 세무조사를 받을 무렵인 2004년 청와대 출입 사실을 진술한 이씨는 검찰조사에서 “청와대 방문 중 일부는 경찰 간부 K씨를 만나러 간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씨가 정상문 총무비서관에게 “K씨를 청와대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K씨는 총리실 사정팀 근무 당시 국세청 고위간부 L씨에게 “S해운의 세무조사를 적당히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S해운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씨는 이씨의 청탁이 있은 지 몇 개월 뒤 청와대 근무 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씨는 “(자신은)세무조사 로비와 무관하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근 특수부 검사 2 명을 추가 투입해 S해운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우선 로비 리스트의 진위 파악에 전력하고 있다.

검찰은 리스트에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난 S해운 임원 김씨가 “로비 리스트 내용은 모두 허위”라며 금품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고 압수수색 자료 중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나타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리스트의 실체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S해운 사건이 태풍이 될지, 아니면 찻잔 속의 미풍이 될지 로비 리스트의 최종 확인 여부에 그 파장의 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