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총선 공천' '7월 전대 당권' 놓고 얽히고 설킨 계파간 힘겨루기갈등 본류는 이명박 - 박근혜계 공천 경쟁친이 내에도 직계그룹·친이재오계 신경전정몽준·홍준표·소장개혁 그룹도 독자행보

한나라당 계파간 파워게임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박근혜계 간 해묵은 대립이 4ㆍ9 총선 공천 문제로 재연되는가 하면 이명박계 내부에서도 정치적 지향점을 달리하는 세력들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 여기에 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향배를 놓고 벌써부터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한나라당 내부는 복마전 그 자체다.

한나라당 계파갈등의 본류는 당내 이명박-박근혜계 간 대립이다. 지난해 경선 과정에서 정점을 이뤘던 양측의 갈등은 12월 대선에서 ‘집권’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타협점을 찾기도 했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수면위로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이틀 후인 12월 21일 “당권ㆍ대권 분리가 아닌 당ㆍ정ㆍ청 일체화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이날 이 대통령 경선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희태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 당권 대권 분리의 문제점을 제기한데 이어 당시 대변인인 박형준 의원이 당청 일체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지원사격이 잇따르자 박근혜 전 대표측은 당헌ㆍ당규 상의 당권ㆍ대권 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측의 당청 일체화 행군은 계속됐다. 공천 물갈이를 통해 ‘이명박당’을 만드는 한편, 총선에서 계파 구분없이 안정적 과반 확보를 이뤄야 한다는 ‘이심(李心,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한 ‘이심’은 이 대통령의 충직한 대리인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1월 4일 ‘40% 물갈이’발언으로 표면화되면서 박 전 대표측과 또다시 충돌했다. 박 전 대표측은 “‘40% 물갈이’의 핵심은 ‘영남 물갈이’”라며 “결국 친박계를 향한 표적 공천을 하겠다는 의도인 만큼 이 사무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던 李-朴 양측의 갈등은 같은달 1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전격 회동, ‘공정 공천’에 합의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당시 회동의 방점은 ‘공정 공천’보다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대선 후보로서의 예우와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동반자라는 부분에 두었기 때문에 공천 갈등의 불씨는 언제든 재점화될 여지를 남겨두었다.

정몽준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

이-박 회동 이후 정치권의 하중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과 새정부 출범으로 옮겨지면4ㆍ9 총선을 둘러싼 이-박측의 대립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4월 대전과 7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양측의 소리없는 전쟁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동시에 전쟁의 양상도 이명박-박근혜계의 대결에서 굴절돼 이명박계를 이루는 제세력 간의 힘겨루기도 병행됐다. 대선승리를 위해 이명박계라는 간판아래 모였던 세력들이 목표를 이룬 후 방향을 전환, 각 계파의 이해와 힘을 축적하는데 전력한 것.

그러한 계파 중엔 이명박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가장 큰 축을 형성한 가운데 새롭게 이명박 직계그룹이 형성됐다. 정두언ㆍ박형준ㆍ임태희 의원 등 소장파 그룹과 남경필ㆍ원희룡 의원 등 당 대혁파, 정몽준 최고위원, 홍준표 의원 등 독자그룹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에 따른 ‘승자독식’의 논리는 이들 세력들에게로 분화됐다.

특히 MB직계그룹이 세력을 넓히면서 이재오 전 최고측의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이심(李心)’을 등에 업은 MB직계그룹이 이재오 전 최고측을 견제하면서 당내 최대 세력으로 부상한 것. 이에 따라 친이명박계의 축이 MB직계그룹으로 기울면서 당내 역학관계도 변화했다. 직계그룹의 좌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나섰고 돌격대장 역할은 이방호 사무총장이 맡았다. 주요 인사로 정종복 공천심사위 간사,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의원, 대선 과정을 통해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주호영 의원 등이 꼽힌다.

정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계그룹을 앞세워 당을 ‘이명박당’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직계그룹을 통해 당의 또다른 축인 친박 세력을 제어하고 우군인 친이재오계는 상황에 따라 지원하거나 통제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월초 공천 문제로 강재섭 대표와 이방호 사무총장이 충돌했을 때 이 대통령이 이 사무총장의 손을 들어 준 것은 ‘이심’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최근 이상득 부의장을 둘러싼 공천 파동은 MB직계그룹을 향한 친이재오계와 대선 후 MB직계에 밀린 정두언 의원 등 소장 그룹이 손잡고 벌인 도발성 시위다.

이재오 전 최고는 지난달 28일 김경한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공직 제의가 오면 스스로 사양해야 한다”며 장관 인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표면상 장관 인선과 검증작업에 관여한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향했지만 박 비서관이 이 부의장을 11년간 보좌한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이상득 부의장에 대해 날을 세운 셈이었다. 공심위에서 이 부의장 공천반대에 앞장섰던 위원이 친이재오계 인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는 소장그룹의 대표 격인 정두언 의원도 지난달 25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 부의장과 박 비서관 측을 겨냥,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부 인선이나 공천은 총선에서 압승한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는 아슬아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MB직계에 대한 친이재오계와 정두언 의원 등 소장그룹의 대립각은 차이가 있다. 친이재오계가 자파 세력의 위축을 경계, MB직계그룹과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정 의원 등 소장그룹은 MB직계그룹을 인정하면서 이들의 ‘월권’과 당에 악영향을 주는 행태를 비판하는 태도다.

친이재오계가 이상득 부의장의 공천까지 반대한데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데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 부의장을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MB직계그룹의 견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공천에서 경쟁 상대인 박근혜 전 대표 지지세력의 중추를 이루는 영남 중진들을 물갈이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당내 친이명박계에 MB직계그룹과 친이재오계가 두 축을 이루고 이는 가운데 정몽준 최고위원과 홍준표 의원은 독자적인 행보로 지지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남경필ㆍ원희룡 의원 등 소장개혁그룹 역시 독자 논선을 걸으며 총선 후 당 체질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군소 세력은 친이명박 양대 세력과 친박근혜 세력에 밀려 당 헤게모니의 주변부에 있지만 세력간 이합집산에서 무시못할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각 계파는 지난해 경선과 대선, 집권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갈등과 공조, 분화를 거듭해왔다. 4ㆍ9 총선은 이들 세력들을 재편하는데 직접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의 당권 향배도 결정될 것이다.

■ 한나라당 당권 이재오가 일단 유리
4월 총선 결과에 당권향배 좌우돼

4ㆍ9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 각 계파 간 파워게임은 7월로 예정된 당권을 향한 전초전 성격을 띤다. 당권의 향배는 당내 양대 세력인 이명박-박근혜계의 힘겨루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당권에 근접한 후보로는 친이명박계의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몽준 최고위원, 친박근혜계의 박근혜 전 대표 등이 우선 거론된다.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당권의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일단 당내 최대 세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친이명박계의 이재오 전 최고가 유리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당을 만든 저력과 이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큰 장점이다. 반면 당의 또다른 축인 친박근혜측과의 갈등 가능성과 대외 부정적 이미지는 최대 약점이다.

그래서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상득 부의장 등 이명박 직계그룹이 이 전 최고 대신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정몽준 최고에게 당권을 맡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계그룹에서는 이 대통령의 영향권 아래서 이재오 전 최고와 박근혜 전 대표 세력을 제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본다. 반면 당내 기반이 없고 당 인사들과 친화력이 부족해 당 대표로 부적합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현대맨이란 점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당권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전대 출마여부가 관건이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출마가 유동적이라며 4월 총선 결과에 따라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친박근혜계에서는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당권을 잡아 2년 간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측과 현실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자칫 당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할 경우 큰 상처를 입게 되므로 불출마를 하거나 대리인을 내세워야 한다는 측으로 양분된 양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내 세력 간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외부인사 영입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인사가 당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이끌어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권과 관련한 또 하나의 변수는 전당대회 시기다. 현재는 7월 전대가 대세이지만 일부에서는 5월이나 6월 조기 전대론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총선에서 승리한 주도세력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이재오 전 최고측에세 조기전대론을 제기하는 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결국 한나라당 당권의 향배는 4월 총선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