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통제에 경제제재가 효과적이지만 北체제 모순으로 한계李정부 한미관계 공고화하고 남북대화 주도하는 모습 보여줘야

미 재무부의 스튜어트 레비 차관보가 14일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자금 거래혐의를 받아온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향한 추가협상이 진행되면서 향후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에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견제하고, 경제적으로는 북한에 대해 다양한 경제제재 조치를 시행하여 왔다. 아울러 북한을 오랫동안 테러지원국의 명단에 포함시켜 왔다.

1990년대 북한의 핵개발 시도와 관련 미국은 북한에 대해 외교적 압력과 회유를 구사하여 제네바 합의를 도출했지만, 북한의 비밀 핵개발 시도로 합의는 파기되고 다시 북미 대결구도가 복원되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미국은 북한을 철저히 배격하는 외교정책을 구사하여 북한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였다. 이에 북한은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한 번의 핵실험을 실시하여 이에 맞서왔다.

북한은 또한 위폐의 인쇄 및 유통, 마약거래 등 경제적 불법행위를 자행하여 미국을 자극하였다. 북한은 이외에도 가짜 의약품(비아그라), 가짜 담배(말보로, 마일드세븐 등) 등을 제조하여 유통시켜왔으며, 심지어 국가차원에서 불법으로 보험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Nanto와 Chanlett-Avery(2005)의 연구에 의하면 북한의 불법 경제행위의 규모는 대략 연간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물론 북한의 불법행위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과장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Graham(2007)에 의하면 북한의 불법행위로 인한 이득을 약 5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직후 미국정부는 UN에 대북제재 결의안을 상정시켜 가결하는 등 단호한 의지를 보였으나 궁극적으로 군사적 해결 외에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에는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다시 북한과의 대화로 나서게 되었다.

이외에도 중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하여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의 제재도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도 미국 정책의 방향이 압박보다는 대화로 전환하게 된 점일 것이다. 또한 이라크 사태에 대한 여론악화와 중간선거에서의 패배도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방향선회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도모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대북 경제제재가 실제 북한의 인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흡한 반면 오히려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위해 미사일 기술 판매, 마약밀수, 위조지폐 거래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정보에 근거하여, 불법 자금의 세탁 방지를 위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의 북한 관련 계좌를 동결시켰다.

그런데 김정일 통치자금의 일부로 간주되는 BDA의 자금 동결이 의외로 북한에 큰 타격을 준 점이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유지의 요인으로 판단된다.

결국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 구도보다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의 5개국이 우선 합의하여 북한을 지원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정책을 택하게 되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인해 중국이 북한 핵실험 직후 UN의 대북 결의안을 지지한 것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정책변화의 결과로 2007년 2월 제5차 6자회담에서 극적으로 2.13 합의가 이루어진 후 10.3 합의가 도출되면서 북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북한이 핵 폐기를 신고하지 않으면서 다시 북한 핵 문제는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제3단계 핵 폐기단계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아직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문제와 시리아와의 핵 협력에 관련된 신고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최근 힐과 김계관이 제네바에서 회동에도 불구하고 양측을 만족시키는 합의는 도출되지 않고 있다.

북한도 미국과의 대결보다는 일정의 양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는 것이 최선의 생존전략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대화로 나서고 있다. 북한은 낙후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매년 미사일을 포함한 약 5억 달러 이상의 군수품을 수출하며 적어도 이중 10%인 매년 5천만 달러 정도의 무역이득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경우 북한은 무기수출 금지로 인한 손실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회담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북한은 무기거래, 불법경제행위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상당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고, 중국과의 무역 위축, 일본의 대북제재에 따른 대외 무역의 침체, 조총련의 약화로 인한 경제적 타격 등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도 자체 핵 프로그램의 포기와 외부의 경제 및 에너지 지원과 교환하는 것을 적극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택도 최고 권력자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라면 불가능하다.

만약 북한이 합의 사항을 성실히 수행한다면 북한으로서는 큰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실행되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지위해제, 북한에 대한 투자 증대, 그리고 북미수교 등이 예상된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는 의회의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정치적 결단만 따른다면 실무차원에서의 대북 경제제재해제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북한의 취약한 경제구조 때문에 경제제재 해제의 단기적 효과는 크지 않더라도 북미간의 경제협력은 북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북한에 대한 신용도를 높이게 되어, 외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치와 국제금융기관의 북한에 대한 지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환경의 호의적 변화에 따라 북한도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국제기구에 가입하는 등 정상국가로 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간의 화해는 평화협정을 비롯하여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질서를 생성할 것이다.

아울러 북중, 북일 관계도 전향적으로 전환되어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주어 한 차원 발전한 남북관계가 한반도에 형성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시행하고 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대북지원과 경제제재 완화를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단기적이며 효율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민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나 제재완화가 큰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고, 북한과의 교역 및 투자의 증대도 북한의 경제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크게 발전할 소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점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이 포기할 수 있는 군사적 양보가 무엇이 될지 궁금하다.

북한이 북미관계를 우선시 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한국은 대북 정치력 및 협상력을 증가시켜야만 한다. 아울러 한미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상호 신뢰하는 상태에서 미국보다 앞서 남북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얻는 첩경이며,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한경제 전공 ucyang@sej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