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승부에 사활 건 여야… '권은희 카드' 득실에 관심

여야 모두 공천갈등으로 몸살
與, 김문수 등 거물영입 실패… 野, 전략공천으로 '만신창이'

동작을, 야권연대가 큰 변수… 수원병, 손학규 귀환에 관심
전남곡성, 이정현 파란에 촉각

7·30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약속했지만, 막상 공천 작업에 들어가니 여야 할 것 없이 돌려 막기 공천과 낙하산 공천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망신 투성이가 된 여의도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벌써부터 ‘신물’이 날 지경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곳곳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빅매치가 벌어지고 있어서 주목된다.

나경원 vs 기동민 vs 노회찬

이번 재보선의 가장 상징적인 곳은 서울 동작을이다. 동작을은 서울에서 선거를 치르는 유일한 곳인데다가 역대 선거에서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 ‘스윙보터’지역이다.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어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표가 갈리곤 한다.

동작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상처도 크다. 여야 모두 공천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새누리당은 스토킹을 방불케 하는 ‘십고초려’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실패했고, 새정치연합은 공천 갈등으로 20년 지기 친구의 우정이 무너져 내리며 486 내부 갈등이 표면 위로 떠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의당의 노회찬 전 대표 등 3명의 후보가 맞붙게 됐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빅매치가 열리게 된 셈이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변수는 ‘야권연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후보는 새누리당이 손에 꼽는 ‘흥행카드’다. 이에 반해 정치 신인인 기 후보는 ‘박원순의 남자’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뒤처진다. 노 후보는 진보 진영의 스타 정치인으로 이미 19대 총선에서 노원병에 출마해 압도적 승리를 거둔 저력이 있어 만만찮은 상대다. 결국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야권 표가 분산될 수도, 결집될 수도 있다.

손학규는 재보선의 남자?

서울 동작을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끄는 곳은 수원을(권선), 수원병(팔달), 수원정(영통) 등 수원 3곳이다.

수원을에서는 검사 출신 여성들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새누리당에서는 정미경 전 의원, 새정치연합에서는 백혜련 변호사가 후보로 나선다.

정 후보와 백 후보는 공통점이 많다. 나란히 고려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로 일했다. 정 후보는 수원을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바 있어 지역 현안에 밝은 만큼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백 후보도 남편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시민단체 활동을 해온 데다가 수원지역과 인연이 깊어 원내 입성을 기대하고 있다.

수원병 지역의 가장 큰 관심사는 손학규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의 여의도 귀환 여부다. 손 후보는 ‘재보선의 남자’로 불린다. 2011년 4·27 재보선에서 여권 강세지역인 성남 분당을 지역에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의 간판 스타인 강재섭 후보를 꺾은 저력이 있다. 특히 손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바 있어 수원과 인연도 깊다.

하지만 팔달은 만만치 않은 곳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리 5선에 성공할 정도로 여권색이 강하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수원지역에서 부장검사를 지낸 김용남 후보가 나서서 ‘지역일꾼’론을 내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반대로 수원정은 김진표 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역구로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영통에는 첨단산업단지 등이 위치해 있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해 있어 삼성계열사들이 입주해 소득수준은 높지만 20~40대가 많아 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영통은 경제전문가가 필요한 경제선거구”라면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나서서 금태섭 전 대변인을 공천하려다가 카드를 접고 박광온 대변인이 출격한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출사표를 던졌다.

수원정의 승부를 가를 변수도 ‘야권연대’다. 정의당은 개별 지역구별 연대가 아니라 ‘당 대 당 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새정치연합의 선택에 따라 야권연대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의 남자, 파란 일으킬까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서는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전 청와대수석과 ‘노무현의 남자’ 서갑원 전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전·현직 대통령 측근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본선 막이 오르기 전부터 여론의 관심이 높다.

이 후보는 사실상 불구덩이에 뛰어든 것과 다름없다. 1995년 광주 광산구 시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2004년과 2012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에 출마했지만 번번이 낙선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39.7%의 득표율로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고향인 곡성에 돌아와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며 지역민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이 후보는 ‘집권 여당의 힘 있는 후보’를 강조하며 ‘지역발전론’을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서 후보를 내세웠다. 서 후보는 당내에서 치열한 경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했다. 서 후보는 2004년 ‘탄핵열풍’이 불었던 17대 총선 순천지역에서 당선됐고,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서 의원으로선 이번이 명예회복의 기회이자 복귀전인 만큼 결과가 주목된다.

여야 치열한 수싸움 통할까

경기 김포에서는 새누리당의 홍철호 김포시당원협의회장과 새정치연합의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가 후보로 맞붙었다. 홍 후보는 김포 출신의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지역일꾼'이다. 김 후보는 남해 이장으로 시작해 경남지사를 거쳐 야당의 대선후보 경선까지 나온 정치인이다.

김포는 새누리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곳이다. 여당은 지켜야 하고, 야당은 빼앗아야 하는 곳이다. 유 시장이 내리 3선을 하는 등 전통적으로는 여권 성향이 강한 곳이지만 김 후보의 ‘인물론’이 통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일꾼을 뽑는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새누리당과 ‘미니총선’으로 판을 키우겠다는 새정치연합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 관심이다.

‘뜨거운 감자’ 권은희 주목

바로 광주 광산을이다. 새정치연합의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지방선거가 끝난 뒤 상징적인 인물을 광주에 공천하기를 원했고, 권 후보 영입을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두 대표에게 ‘권은희 카드’는 절실했다. 일단, 지난 지방선거에서 ‘윤장현 공천 파동’으로 내홍을 겪은 광주 민심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또한 권 후보가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폭로 과정에서 ‘광주의 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지역에서 기대를 받는 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야권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무당파를 끌어 모으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은 ‘권은희 카드’ 총공세에 나섰다. 이완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1일 “권 후보 공천이 정말 걱정”이라고 운을 뗀 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큰 명제가 흔들리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해진 비대위원도 “권 후보 전략공천을 고집하는 건 공무원들 자신의 본분과 양심을 버리고 사욕을 위해 타락의 길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카드’에 대한 반발은 야권에서도 나온다.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도부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조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서 권 후보가 양심선언을 한 부분이 공천을 통해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한 뒤 “(지도부가) 천정배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기가 싫어서 권 후보를 선택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권은희 카드’가 수도권 표심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수도권 중도층 결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2012년 대선의 국정원 댓글 논란이 다시 부각되는 게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어서 이번 재보선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