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낸 486… 野 위기 불지피나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카드 파행… '기-허 맞짱' 계파분열 신호탄?486의 또 다른 이름은 '강경파'… 당내 현안마다 현지도부와 충돌"차기 당권 노린 행보" 분석도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동작을 후보로 전략공천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오른쪽)이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회견 하던 중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의 거친 항의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아수라장이 됐다. 7·30 재보선 동작을 전략공천 파행을 비롯한 공천 후유증으로 또다시 계파갈등이 민낯을 드러냈다. 살벌한 전쟁의 이면에는 486 운동권 출신들의 당내 지분 다툼이 얽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이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486의 꼬리표 '강경파'

486은 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을 일컫는 사회문화적 용어다. 본래 386에서 시작했지만, 세월이 흘러 30대가 40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486'이라는 명칭이 굳어졌다.

정치권에서 486이라는 단어는 조금 더 특별하게 사용된다. 1987년 6월 항쟁을 경험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간부들이 주축이 된 운동권 출신들을 일컫는다.

전대협 출신을 주축으로 한 486 운동권들은 '민주화운동'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똘똘 뭉쳐진 세대다. 앞선 1970년대 '민청학련'세대나 1970년대 중반 '서울의 봄'세대가 실패와 좌절을 맛봤다면, 486은 달콤한 열매를 맛보았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뤘고, 이후 두 번의 정권 창출에 공을 세웠다. 현재 국회의원뿐 아니라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다.

486에게는 '강경파'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전대협 진군가'를 부른 경험 탓인지 당 내에서 유독 목소리가 크다. 결속력도 좋다. 여의도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2000년대 이후 각기 다른 이름의'혁신모임'을 만들었다가 해체한 게 열 번이 넘는다.

"野 최대계파는 486"

486은 공통된 정치노선이나 정책적 목표를 추구하는 '가치공유' 세력이 아니어서 한 가지 색으로 특정할 수 없다. 486은 학생운동시절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냈던 만큼, 서로의 생각과 지향점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공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특정 사안이 있을 때에는 막강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때문에 야권 내에서는 "가장 무서운 계파가 486"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새정치연합 486의 선두그룹에는 이인영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고려대·연세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전대협 1기 의장·부의장을 지냈다.

'형님' 의원들이 구심점이지만, 개인별로 보면 각기 다른 계파에 속해있다. 일단 범친노계에는 우상호 의원을 중심으로 김경협·김기식·김태년·김현·김현미·서영교·우상호·은수미·윤호중·임수경·전해철 의원이 있다. 김근태계로 불리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에는 이인영 의원을 중심으로 김승남·박완주·박홍근·유은혜·진성준 의원이 있다.

친노계에는 강기정·김성주·오영식·이상직·이원욱·최재성 의원이 있다. 안희정계로는 박수현 의원, 손학규계로는 조정식·최원식 의원, 이밖에 정청래 의원 등이 대표적인 원내 486 인사들이다.

원외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동작을 공천파동의 주인공인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을 비롯해 대전 대덕구 공천을 받은 박영순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등도 모두 486이다.

이 외에 지방선거에 나섰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대협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다가 여의도에 진출했던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이철우 전 의원 등도 있다.

'486 형제의 난'계파분열 촉발?

새정치연합의 7·30 재보선 동작을 전략공천 파동은 486의 민낯을 드러냄과 동시에 야권 내부 분열을 촉발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의원 31명 중 대다수는 전대협 출신의 486 의원들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기동민 전 서울시정무부시장을 공천하는 무리수를 뒀고, 결국 20년 지기 동지인 기 전 부시장과 허 전 위원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파국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486의 지분 다툼을 차기 당권이나 대권을 겨냥한 계산된 행보로 보고 있다. 이인영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내년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임종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출마를 계획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특히 486이 차기 대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대권 플랜'을 위해 결속력을 다지고 있는 분위기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기동민 카드'는 최악의 한 수였지만, 486의 이기주의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다. 486은 표면적으로는 집단행동을 통해 개혁과 진보적 인사의 공천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486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단체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당 지도부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당을 위기로 몰아세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486은 언제나 당의 중심에서 당권파와 결탁하면서 당의 위기 때마다 자신들의 이익만 대변했다"며 "486이 중심이 돼 치른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한 만큼 반성하고 자중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486 측 관계자는 "당내 계파 문제나 대선 패배 책임은 야권 전체의 책임이지 486만의 책임이라고 볼 순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