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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파도 넘실대는 푹신푹신 모래언덕

  • 광난두 정자각에서 굽어본 모래울해변.
환상적 비경 널려 있는 ‘한국의 사하라'

대청도의 관문인 선진동 포구에서 내동으로 이어지는 고개를 넘은 뒤에 옥죽동 쪽으로 내려선다. 갈매기가 유난히 많이 모여 있는 옥죽동해변을 거닐다가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송림을 지나 난데없이 드넓은 모래언덕이 펼쳐진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사하라 사막의 일부분을 옮겨다 놓은 듯하다. 아프리카 북부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지만 ‘축소판 한국의 사하라’ 라고 해도 될 만큼 이색적인 풍광이다.

푹신푹신한 모래언덕을 오르다 보면 사막은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바람 불어 생긴 모래 표면의 무늬가 기하학적이다. 그 추상적인 무늬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쉴 새 없이 변신한다. 특히 맑은 날 햇살을 받으면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국 산둥반도로부터 몇 백 년에 걸쳐 날아온 모래가 쌓이면서 거대한 사구(砂丘)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유명한 우이도 모래언덕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넓다. 대청도 주민들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산 전체를 모래가 뒤덮을 만큼 그 규모가 엄청났다고 한다. 그러나 북쪽 인근 백령도에 방조제를 쌓고 간척지를 만들면서 눈에 띄게 사막 넓이가 줄었다는 것. 또한 1980년대 후반, 바람에 날려 온 모래가 마을을 뒤덮자 방풍림으로 소나무 숲을 조성하면서 사막은 옥죽동해변 쪽으로 더 이상 확장되지 않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대청도 모래언덕은 그림의 떡이었다. 사구 언저리 여기저기서 지뢰 경고판이 노려보고 있는 까닭에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모래언덕 꼭대기에만 지뢰 경고판이 서있을 뿐이어서 보드라운 모래를 밟고 올라설 수 있다. 저 아래 바다 건너편에서 아스라이 손짓하는 백령도는 또 하나의 보너스.

  • 갑죽도를 배경으로 지는 해넘이.
호젓하게 피서 즐기기 그만인 해수욕장

모래언덕 아래의 옥죽동해변도 해수욕장으로 손색없지만 이보다 한결 운치 있는 곳은 서남쪽 인근의 농여해변이다. 바닷가를 수놓은 갯바위들이 흡사 농처럼 보인다고 해서 농여라고 부르는 이곳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바위는 고목나무바위다. 용바위 또는 용여라고도 불리는 고목나무바위는 이름처럼 고목나무의 뿌리 부분을 빼어 닮아 기묘하기 그지없다.

초승달 모양의 농여해변은 백사장 길이 1.5㎞에 이르며 썰물 때는 수백 미터 너비로 곱고 단단한 모래밭이 드러난다. 맑은 물과 고운 모래, 갯바위들이 어우러진 정취가 일품이어서 DMZ 10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히는 농여해변은 고목나무바위를 경계로 하여 미아동해변과 이어져 있다. 밀물 때는 헤어져 있던 농여해변과 미아동해변은 썰물로 바닷물이 물러서면 하나로 이어져 만난다. 썰물이 오작교인 셈이다.

대청도는 옥죽동, 농여, 미아동 외에도 답동, 지두리, 모래울 등의 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한결같이 모래가 곱고 파도가 잔잔하여 가족 해수욕장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한여름에도 그다지 붐비지 않아 호젓하게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해안선 따라 솟구친 기암절벽 장관

  • 삼각김밥을 연상시키는 독바위.
해안선 곳곳에 솟구쳐 장관을 이루는 기암절벽도 대청도를 대표하는 비경이다. 그중 백미는 광난두 정자각과 해넘이 전망대에서 굽어보는 풍광이다. 예전에 강난도라고 불리던 광난두 정자각에 오르면 오른쪽 아래로 활처럼 굽은 모래울(사탄동)해변이 펼쳐진다. 왼쪽으로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준다는 서풍받이 절벽이 파도와 씨름하고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대갑죽도와 소갑죽도를 배경으로 지는 해넘이도 장관이다.

10여 년 전 어느 날, 대청도 일주도로 남쪽 숲 속으로 희미한 발자취가 드리워진 것을 발견했다. 1~2분 들어가자 해안 절벽 위에 전망대나 다름없는 평평한 바위가 놓여 있었다. 남쪽으로 펼쳐지는 망망대해와 소청도 풍광도 멋졌지만 오른쪽 아래로 굽어보이는 기름아가리 기암 일대는 대청도의 보배라고 할 만큼 기막힌 풍광이었다. 그러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불현듯 출출해졌다. 바위를 보고 배가 고파본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삼각김밥을 닮은 바위, 독바위가 해안에서 홀로 떨어져 바다 위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올해 다시 찾았을 때 그곳은 해넘이 전망대라는 이름을 달고 난간과 나무발판, 의자도 갖추고 있었다.

오래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버스도 끊겼으니 1시간 넘게 어두운 밤길을 걸어야 숙소에 다다를 것이다. 선진포구에 거의 다 이르렀을 때 바다 위로 보름달이 뜨고 있었다. 바다에서 솟는 보름달을 상상해 보았는가? 좀 어슴푸레하다뿐이지 해처럼 황금빛으로 수평선을 뚫고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삼각대를 챙겨오지 않다니. 후회막급이었지만 어쩌리.

여행메모


▲ 찾아가는 길

인천 연안여객선터미널(연안부두)에서 백령도로 가는 쾌속선을 타고 대청도에서 내린다. 날씨가 좋을 때는 3시간 30분, 파도가 좀 칠 때는 4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운항 시간 문의 1599-5985.

  • 농여해변의 명물인 고목나무바위.
대청도에는 공영버스와 택시가 다닌다.

▲ 맛있는 집

대청도 선진포구 앞 바다식당(032-836-2476)은 성게칼국수로 유명하다. 쫀득쫀득하면서 쫄깃쫄깃한 성게 살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성게 알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내고 성게로 우려낸 구수한 국물도 일품이다. 국수 대신 수제비를 넣은 성게수제비 및 밥과 각종 밑반찬이 따르는 성게비빔밥도 별미다, 이 밖에도 팔랭이(간재미, 노랑가오리) 회와 매운탕, 꽃게탕, 다양한 생선회와 매운탕 등 다양한 해물 요리가 모두 맛깔스럽다. 대청도 회는 모두 자연산, 양식은 찾지도 말 것.


  • 사막을 연상시키는 옥죽동 모래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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