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추락ㆍ安 후퇴…박원순ㆍ문재인 유리손학규 정계 은퇴·김두관 치명상… 안철수 직격탄 맞고 대표직 사퇴486 안희정 등 '차기 주자' 부상

재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이 7ㆍ30 재보선 참패에 따른 후폭풍으로 당내 권력구도는 물론 차기 대권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패해 치명상을 입었고, 안철수 공동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갔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은 반사 효과로 향후 역할론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특히 불모지인 수원병(팔달)에 ‘구원등판’했다 패배한 손 고문이 지난달 31일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난립 양상을 보여온 야권의 차기 대권경쟁 구도가 급격히 요동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손 고문의 은퇴선언이 야권내 차기주자군의 세대교체를 촉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07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야권으로 넘어간 손 고문은 “정치에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은 물러나는 게 순리”라는 말을 남기고 21년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예를 들어 손 고문이 다시 잠룡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의 나이(67)와 정치지형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2012년 경남지사직을 내던지고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쓴 잔을 마신 후 절치부심하다 ‘전국적 인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고가 없는 경기 김포로 지역을 옮겨 정계 복귀를 노렸지만 무명의 신인 후보에게 완패해 가혹한 시련기를 맞게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정계은퇴 기자회견을 한 뒤 손흔들며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안 대표는 지난 3월 이후 수차례 리더십의 시험대에 올랐던 상황에서 재보선 완패라는 결과로 인해 대권가도에 급제동이 걸렸다. 6ㆍ4 지방선거에서 ‘어중간한’ 성적으로 대선주자 순위에서 밀린 안 대표는 재보선 참패로 취약한 당내 기반은 더욱 위축됐고, 그가 내세웠던 ‘새정치’에 대한 당 안팎의 실망은 다시 유력한 대선주자로 서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의원 등 재보선 참패의 후폭풍에서 한발짝 비켜선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잠룡의 행보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6ㆍ4 지방선거 때 재선에 성공해 ‘주가’를 높였던 박 시장은 당분간 ‘장외’에서 유력주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가며 존재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지적 관계’인 안 대표가 리더십 추락으로 위상이 축소된데 반해 박 시장은 그 대안 카드로서 야권 지지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이 차기 대선주자 1위에 등극한 것은 그러한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김한길ㆍ안철수 대표가 공동퇴진함에 따라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당내 기반을 다져나갈 것으로 인다. 일단 김ㆍ안 공동대표 공백에 따른 전당대회와 관련 차기 대권 도전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당권 경쟁에 직접 뛰어들며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차세대 대권주자 반열에 뛰어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의 행보도관심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론’을 내세운 안 지사가 차기 대권에 뛰어들 경우 문 의원과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밖에 차기 대선까지 3년여의 적잖은 시간이 남은 만큼 정치권 변화와 함께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의 등장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야권의 대선구도는 또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