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게서 이 배지를 떼어내 주세요, 더 이상 이것을 사용할 수는 없어요, 점점 어두워져요, 너무 어두워 볼 수 없어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어머니, 이 총을 제게서 가져가 주세요, 더 이상 쏠 수 없어요, 길고 검은 구름이 날 따라오고 있어요,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넌 지금 어디 있는 거니? 내가 하는 얘기는 듣고 있는 거야? 너무 보고 싶어서 화가 나잖아. 하지만 나 잘해낼게, 네가 늘 내 곁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명우야, 우리 다시 만나는 거지?”

곽재용 감독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2004)

직업 경찰인 명우(장혁)는 어느 날 용의자를 추격하다 오발 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는다.

이승에 남아 있는 연인 경진(전지현). 그녀가 명우를 잊지 못해 빌딩 옥상에 올라 자살을 시도하는 긴박한 장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팝송이 밥 딜런의 ‘Knocking On Heaven's Door’이다.

1973년 7월 13일 발매된 앨범 ‘Pat Garrett & Billy the Kid’에 수록된 이 곡은 애초 샘 페킨파 감독의 <관계의 종말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 사운드트랙에 수록되면서 팝 명곡으로 환대를 받게 된다.

16살의 나이에 서부의 전설적인 무법자가 된 빌리 더 키드(크리스 크리스토퍼슨).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 보안관 친구 팻 가렛(제임스 코번)의 충고를 무시하다 급기야 공권력 집행자인 친구의 추격을 받는다.

한때 신출귀몰하는 활약을 펼친 빌리 더 키드는 친구의 총격을 받고 죽음을 맞는다.

이러한 비장감 어린 장면에서 배경곡으로 쓰인 노래가 바로 ‘Knockin' on Heaven's Door’이다.

빌보드 12위까지 진입했던 이 노래는 ‘죽음’ ‘종말론’ ‘악행을 저지른 자가 종교적 절대자에게 귀환을 선언하는 노래’로 해석되면서 시대를 초월한 명곡으로 자리 잡는다. 1997년 이태리 로마를 방문했던 밥 딜런이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한 뒤 이 노래를 불러 주어 팝계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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