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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주년 기획특집] 풀뿌리 단체장에게 듣는다 - 이근규 제천시장

"시민이 주인이고 시장인 시정 펼치겠다"
시민이 시정 주체로 적극 참여하는 주민자치 활성화
여야, 계층, 이념 통합한‘100% 함께하는 시민의 시대’
‘for the people’에서 ‘we go together’ 함께하는 시정
경제활성화 최우선, 다양한 네트워크 통해 제천 발전 앞장
“‘의병의 도시’로 市 정체성 높이고 자부심 갖게 하겠다”



지방자치 민선 6기가 시작됐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문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하고 민주정치를 실현해 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은 지역주민과 호흡하며 그들의 삶의 문제와 지역 현안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중요한 자리이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행복, 지역 발전이라는 중책이 기초단체장의 어깨에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주간한국>은 창간 50주년을 맞아 전국 각 지역의 기초단체장을 만나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전하고 중앙정치와는 다른 민주주의와 지방 분권의 모습을 심도 있게 조명해 지방자치가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충북 제천은 여당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도의원, 시의원에 이르기까지 여당 일색이다. 역대 시장들도 새누리당(전신)에 뿌리를 둬왔다. 그런 제천에 6ㆍ4 지방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야당 출신 이근규 시장이 당선된 것이다. 시대정신이 담긴 달라진 민심이 표출된 셈이다. 그런 민심에 부응해 이근규 시장은 시정의 패러다임을 시민이 주체인 구조로 바꿔가며 ‘시민이 주인, 시민이 시장’인 시민시정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제천 시정의 신선한 변화는 시민들에게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며 타 시, 군에도 모범적인전례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제천시청을 찾았다. 시장실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민이 시장입니다’란 글이 다가온다. 이근규 시장에게 ‘시민이 주인’인 시정 철학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야당출신 첫 시장으로 당선됐고 표차도 컸는데 시민들이 ‘선택’한 이유를 든다면.

“나를 선택해준 시민들의 가장 근본적인 바람은 경제를 살리고,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하고, 문화와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들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장’이란 기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시민으로 시장이나 공무원 조직에 소외돼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대접받고, 인정받고 이 지역 주인으로 당당함이 있는 시민으로 존재하는 시대를 만들어갈 사람, 인간을 존중하고 우선할 사람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제일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민심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공약이나 희망찬 비전에 대한 반응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사람의 가치를 충분히 존중받는, 정말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 같은 믿음이 민심으로 표출된 것으로 본다. ”

- 야당 시장으로 시정에 어려움도 예상되는데.

“그래서 100% 함께하는 시민의 시대를 표방하고 정파와 관계없이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손잡고 간다고 ‘통합’을 선언했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상대방 핵심 당직자를 중용했고, 취임 후 여야 시의원과 조찬간담회를 하며 현안을 설명하고, 제안받고, 토론도 하고 있다. 여야가 시정의 동반자로 공동의 책임자 역할을 하는 통합구조를 만들 생각이다. 얼마 전 이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모시고 정책연합을 선언하는 간담회를 가졌는데 제천시의 예산, 지역사회 정책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는데 여야가 손잡고 협력한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 취임식을 제천시내 중앙시장에서 했는데.

“민선6기 기조가 시민이 시장인 시대, 시민이 주인시대로 민본(民本)시정을 말하는데 중앙시장에서 취임식을 한 것은 그런 의미이다. 첫째 시장은 열린 공간이다. 초청받은 사람만 참여하는 닫힌 공간에서 하게 되면 나머지 90% 이상의 시민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게 된다. 둘째는 누구나 시장이니 함께 취임식을 한 것이다. 취임식도 이근규 시장 취임식이 아니라 ‘제천시장 취임식, 민선6기 시민시장 출범한마당’으로 했다. 나도 멍석에 앉아 시민과 함께 어우러지며 모두가 시장인 수평적 관계로 출범했다. 세째는 시장이라는 삶의 현장이다. 현장에 모든 문제가 있고, 해답도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려운 재래시장, 노점상, 가라앉은 지역상권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했다. 축하 꽃다발도 들꽃을 구멍가게에서 파는 빨간끈으로 묶은 것으로 해 서민, 시민 모두에게 용기, 기쁨, 위로를 주는 시정을 펴겠다는 뜻을 담았다.”

- 제천시 시정의 기본 방향은

“시정목표를 ‘시민이 중심이 되는 행복도시 제천’으로 했는데 시정의 기본 방향도 그에 맞춰져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 사회적 약자인 어르신과 청소년, 여성, 장애인 등이 동등하게 대접받고 살기 좋은 제천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 제천시의 현안으로 특히 역점을 둘 부분은

“경제활성화가 첫 번째다. 기업 유치가 중요한데 지금도 작은 기업은 유치하고 있지만 수백명을 상시 고용하는 제대로 된 규모의 기업을 유치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 외지에 나가지 않고 삶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제천 경제를 위해 그동안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쌓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활용할 예정이다.

취임 후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을 만나 제천의 상황을 설명하고 여러 지원을 요청하고, 다짐을 받기도 했다.”

-제천시만의 시정으로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면.

“제천은 관광도시, 한방 특화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의병의 도시’에 역점을 두고 있다. 1907년 8월 제천 남산전투에서 의병들이 일본군을 섬멸했는데 며칠 뒤 일본군은 상당한 병력을 동원해 제천 전체를 초토화해 없애버렸다. 이를 본 매켄지 기자가 ‘오늘 세계 지도에서 제천은 사라졌다’고 했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나 제천은 올해의 관광도시, 살기 좋은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 등 국민들의 평가를 받았는데 세계 역사에서 초토화돼 사라진 도시가 다시 우뚝 선 경우는 거의 없다. 제천은 의병의 발상지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절망 속에 있었던 한민족의 자존심과 민족혼을 우뚝 세운 의병정신이 중요하다. 제천이 의병도시라는 것은 중요한 자산으로 의병헌장을 제정하고 의병운동 사료를 국역하는 사업을 정부와 협력할 것이다. 또 의병을 소재로 한 영화, 음악, 에세이, 사진, 체험관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천의 ‘의병 정신’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 ‘시민이 주인’인 시정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게 중요한데 방안은.

“열린시장실을 운영해 토요일 오후 4시∼6시 누구든 시장실에 와서 의견을 개진하고 민원 제기,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1주일에 3∼4회 조찬모임을 갖고 시민들과 지역 현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9월 초부터는 시내 중심에 시민시장실을 열어 시민들과 더 가깝게 만나려고 한다. 아울러 시정자문시민회의를 두고 있는데 일반시민 500여명이 시정을 논의하고 토론하고 자문한다. 제천 최초로 9월 2일 700∼800명의 시민이 문화회관 대강당에 모인 자리에서 예산 편성 방향 토론회를 개최해 투명한 시민시정시대의 패턴을 만들어 갈려고 한다.”

- 제천이 내세울만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어제 막을 내렸는데 이번 행사의 특징과 성과는.

“전에는 영화 마니아, 동호회가 중심이 되다보니 제천국제영화제이면서도 제천 지역과 문화적 공감대가 약하다고 생각해 올해는 지역사회 시민들과 정서적 공유를 같이해 우리가 공유하는 문화가 되도록 힘썼다.

우선 시민보고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영화제를 시작하는 기획, 취지, 전반적 흐름을 충분하게 설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예전에는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또 지역사회 다양한 곳, 예컨대 시장, 농촌, 사찰 등을 찾아가는 시민영화제를 계곡에서 산골영화제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영화를 생활 속에 들어오게 했다. 아쉬운 점은 있으나 전환기가 된 영화제였다. 성과라면 시민시장시대에 맞게 시민사회와 문화적 공동체가 공동운영 활동한 것을 들 수 있다.

-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발전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자율성 보장이다. 우선 중앙정부로부터 자율성이 보장돼야 지방도시마다 특성화된 운영과 발전방향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적 자율성 보장이다. 정당이 공천 주도권을 쥔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지방자치가 정당에 구조적으로 예속된다. 단체장이 특정 정파성을 띠게 되면 타당과의 협력이나 시민 통합, 시ㆍ군 세일즈 등에도 걸림돌이 된다.”

- 6ㆍ4 지방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된 정당공천제에 대한 입장은.

“단체장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게 아니지만 긴 안목으로 봤을 때 국민적 합의로 약속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공천=당선’ 같은 등식이 되면 단체장은 소속 정당을 의식해야 하고 다음 공천을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가 지역사회를 통합하고 지역문제를 풀어가는데 편향되거나 축소될 수 있으므로 공천제는 페지하는 게 옳다. 무엇보다 ‘공천=당선’에서 생기는 민심과의 괴리가 더 큰 문제다.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거나 정파적 대립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치에서 ‘실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 역사발전 방향, 국민 신뢰이다. 정치에서 옳은 길이 아니라 유불리를 따지면 작은 실리를 얻을 지 몰라도 국민의 신뢰라는 큰 자산을 잃게 된다. 이는 7ㆍ30 재보선에서 야당이 패한 배경이기도 하다. ”

- ‘시민 시정’을 유독 강조했는데 제천시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민선6기 시정은 시민이 주인인 시대로 그동안 ‘시민을 위한 시정’이라면 이제는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으로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이 돼야 한다. 즉 ‘for the people’이 아닌 최소한 ‘we go together’ 함께하는 시정이어야 만족도 생기고 생명력도 생겨 성과도 커지고 오래간다. 나를 선택해 민심의 힘을 보여준 시민들께 감사하고 이에 어긋나지 않게 시민시장시대를 열어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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