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 당권ㆍ대선 주자… 당헌 '걸림돌'세월호 정국서 '존재감'드러내 친노 결집현 구도에서 경쟁하면 당권에 가장 근접해당헌 당권ㆍ대권 병립 불허… '킹메이커'밀 수도

세월호 정국이 여야 간 '강 대 강(强對强)'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겉으론 대여 투쟁에 전력하는 가운데 물밑에선 당권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는 것. 7ㆍ30 재보궐선거 참패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나면서 빈 자리(당권)를 놓고 계파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새정치연합 당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은 차기 당권을 거머쥐면 2016년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곧 19대 대선후보 선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문재인 의원이 있다. 문 의원이 현재 당권ㆍ대선 주자로 가장 근접해 있는 이유에서다.

문 의원은 세월호 정국에서 대정부 항의 단식에 나섰고 새정치연합 의원이 대거 동참하면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이는 문 의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임을 과시하는 단초로도 작용했다.

반면 문 의원이 세월호 난국에서 보인 행태는 정국 경색의 빌미를 주고 여론의 비판을 받아 향후 당권, 대권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당헌상 당권ㆍ대권이 병립할 수 없는 점은 문 의원에게 현실적인 딜레마다. 때문에 문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권 경쟁구도는 전혀 새롭게 전개될 수 있다.

문재인 '존재감'당권에 영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이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농성중인 故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의원은 지난 19일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러 찾아갔다가 오히려 단식에 동조하면서 정국 격랑의 태풍의 눈이 됐다. 문 의원이 단식하고 동료 의원들이 합세하면서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같은 당 박영선 원내대표가 가까스로 여당과 함께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은 두 차례나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의 행보가 문 의원의 태도에 따라 좌우되면서 문 의원은 지난 대선 이후 가장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련의 과정 속에 문 의원은 차기 당권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떠올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1순위 후보로 부상하는 등 당권 경쟁에도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다.

문 의원은 이번 단식이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하지만 그의 주장과 무관하게 그간 김한길-안철수 체제에서 비주류로 물러나 있던 친노그룹을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친노그룹의 좌장으로 자연스럽게 당권 최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다면 당내에서는 필적할 상대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의 수장인데다 강력한 라이벌인 안철수 의원은 이미 당 대표직을 사퇴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재보선에서 살아 돌아오는 데 실패했다.

친노계가 당직은 물론, 국회직에 대거 진출해 만만치 않은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도 문 의원이 당권을 거머쥘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당직 개편을 하면서 당내 온건 친노성향 의원을 대거 발탁해 세력확장의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 우윤근 정책의의장, 박수현 대표비서실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김-안 체제가 막을 내린 뒤에도 당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에도 초재선 친노계가 상당수 진출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선인 김영주 환경노동위원장은 정세균계이지만 범친노로 볼 수 있고, 간사단에는 친노 핵심인 초선의 전해철(법사위)ㆍ김태년(교문위)ㆍ김성주(복지위) 의원을 비롯해 윤후덕(국방위)ㆍ신경민(정무위) 의원, 재선인 윤호중(기획재정위)ㆍ정청래(안행위) 의원 등이 있다. 이들은 국회 운영과정에서 강성행보를 보여 왔고 당무에서도 적지 않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의 현실적 딜레마

문재인 의원이 세월호 정국에서 존재감을 보여줌으로써 친노계를 결집시키고 당내 역학구도상 당권에 가장 근접해 있지만 큰 걸림돌도 있다. 바로 새정치연합 당헌 중 '당권과 대권의 분리' 조항이다.

당헌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통령선거일로부터 1년 전까지 사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문 의원으로서는 당헌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당권 도전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당대표가 되더라도 대선에 출마하려면 가장 중요한 20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중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친노계를 중심으로 당헌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를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다.

당헌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문 의원은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하기보다는 다음 대선에서 자신을 도와줄 킹메이커 역할을 할 주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전제에서 박지원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박 의원과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문재인 대선 후보' 구도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한 박 의원은 당내 호남의 좌장 격으로 가장 많은 당원이 몰려 있는 호남에 탄탄한 조직을 갖고 있다. 박 의원이 박영선 원내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당권을 잡는데 유리한 환경이다.

또 다른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는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의원이다. 정 의원은 7ㆍ30 재보선 참패 다음 날 이른바 '정세균계' 의원들과 조찬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 측은 정례모임이라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을 겨냥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 의원은 당내에서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각 계파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 의원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계와 가깝고 486, 김근태계, 손학규계 등과도 무난하다.

일각에서는 친노계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이 역풍을 맞을 경우 정 의원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정 의원이 호남(전북) 출신에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의 5선 중진의원으로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점에서 문 의원 측에서 경쟁 상대로 보고 꺼릴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나아가 친노계가 문 의원을 대선 주자로 미는 대신 비노ㆍ중도ㆍ호남계는 정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울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들 빅3 외에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이번 재보선 공천에서 탈락한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 4선의 여성의원인 추미애 의원, 486계의 대표주자인 이인영 의원, 충청권 대표주자로 국회부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의원, 직전 원내대표였던 전병헌 의원, 대구 시장에 출마했던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있다.



박종진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