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념 대결로 국민에 상처… '더 큰 꿈' 앞서 도정에 충실"

지난 1일 안희정 지사를 새로 이전한 내포시 충남도청 지사실에서 만나 도정 비전과 현안, 미래 정치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성공적 도정으로 높은 평가… 새로운 가치 제시 등 ‘차기 주자’ 급부상
지방자치 차원의 경제개발계획 처음 시도… “환황해시대 충남 역할 중요”
지방분권ㆍ주민자치 확대 중앙정부와도 협치… 도정의 롤모델 제시

안희정(49) 충남지사는 최근 ‘충남지사’보다 ‘차기 주자’ ‘잠룡’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지사는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차기 주자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 중앙당의 정치에 대한 회의와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동시에 안희정 지사에 대한 무언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안희정 지사는 세간의 관심과 무관하게 충남 도정(道政)에 전력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가 대한민국 정치의 기본이고 이를 통해 충남과 나아가 국가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도정과 안희정 지사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도민과 국민의 몫이라고 덧붙인다.

안희정 지사의 도정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정치적 수업을 쌓은 출발이 ‘지방자치’라는 점이다. 그리고 안희정 지사는 당시 체득한 지방자치 철학을 도정에 반영, 새로운 도정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 17개 시ㆍ도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충청남도가 대한민국에서 갖는 의미를 말한다면?

“충남은 농업국가시대, 산업화시대는 물론, 오늘날까지 지정학적, 경제적으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3국시대부터 한강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중요성이 있었고 농업생산지로, 산업화시대 이후에는 반도체, 전자ㆍ정보, 자동차 등 첨단산업 기지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아시아 중심시대에 충남은 환황해권의 중심지역으로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고 있다”

- 민선5기(2010년)에 이어 민선6기에 재선됐는데 당선 배경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재선의 주된 요인을 꼽는다면?

“제가 386 출신이고 운동권이며 노무현 대통령 측근이기에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더라도 다른 소신을 가진 사람, 정파를 어떤 경우에도 적대시하지 않고 도정에, 주민자치에 함께 참여하려고 했다. 이런 모습이 늘 보수적인 투표를 해온 도민들에게 진영을 나누거나 한쪽을 소외시키는 일 없이 진정으로 도정을 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신뢰를 얻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를 그렇게 봐준 도민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 도민들의 지지에는 ‘국가지도자’ ‘미래지도자’에 대한 기대도 작용했다고 보여지는데.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 많은 어르신들께서 ‘도지사 한번 더 하라고 뽑아주는 것 아녀’ 라고 얘기를 해주셨는데 충남 지방정부의 많은 실천을 통해서 전국적으로 많은 지지와 사랑을 받는 정치인으로 성장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당장 다른 정치적인 활동을 하거나 계획을 전제한 것은 아니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지사로서 충실하게 일하려고 한다.”

- 민선5기 도정이 방향을 잡고 기초를 세우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민선6기 도정은 2기 도정으로 실질적인 도정을 펼 수 있다고 보는데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공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잘 실천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기본이고 이런 기조를 이어가면서 민선5기 때 중점을 두었던 3농혁신, 행정혁신, 자치분권의 3대 혁신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특히 민선6기에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경제발전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중앙정부의 영향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주권자로서 주민이 자기책임을 지는 시대에 새로운 도정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지방정부 차원의 중장기 경제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시아시대 환황해시대에 충남이 내포시 시대가 되면서 서해안을 중심으로 해양전략, 서해비전을 추진하려고 한다.”

- 그런 계획은 지방정부로는 한계도 있고 중앙정부와 충돌도 예상되는데.

“중앙정부가 고민할 부분이 있고 지방정부가 자치적으로 해나갈 부분이 있다. 오히려 지방정부의 자치력을 강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앞서 도정 계획들이 중앙정부와 충돌하기보다는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돕는 차원에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 도정의 핵심인 ‘3대 혁신’ 의 내용을 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방자치에서 강조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 그리고 1994년 창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한 안 지사의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충남 도정이 다른 도정과 차별되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안 지사의 생각은?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제대로 안되고 있다. 지방자치라는 것이 자기 책임성과 자기 권리가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처럼 중앙정부에 철저하게 의존되고 있는 상황에선 차별성을 얘기하기 어렵다. 정부의 힘에 의해, 정부의 지침에 영향을 받고 있는게 지방자치의 현실이다. 그래서 충남이 스스로 정부 지침이 오기 전에 행정을 먼저 제안하고, 국정을 함께 이끌어가려고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와 ‘정부 3.0’을 강조했는데 이는 정부 혁신의 핵심이 민과 관이 함께 나라를 운영하자는 게 목적으로 충남 도정이 지향하는 바와도 일치한다. 충남은 주민이 주인 되고 도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로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박근혜정부 ‘정부 3.0’ 모범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민자치 역량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도정과 국정이 독립적이면서도 협치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도와 도민이 경제주체로 서는 것 등이 타 도정과 차이라면 차이이고 역점을 두는 부분이다.“

- 민선5기 도정에서나 민선6기 도정에서도 유독 ‘공정과 신뢰’를 강조했는데.

“민주주의의 핵심은 법과 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 정파에도 공정하게 기회를 보장해야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다. 민주주의란 소신과 신념으로 지지자를 결집해내지만 그 결과에 따른 권력, 지위는 공적이어야 한다. 공정성을 통해서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주민자치를 강화하고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다.”

- 안 지사는 “모든 인물은 시대의 산물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노무현시대는 그 시대의 시대정신, 가치를 반영한다. 노무현시대와 다른 안 지사의 새로운 시대를 말한다면?

“노무현시대의 민주주의를 더 확산해 민주주의가 현실의 많은 문제를 털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전체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데 ‘더좋은 민주주의’를 통해 도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앞서 말한 ‘더좋은민주주의’는 지사가 2008년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가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창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연구소는 진보ㆍ보수라는 이분법적 이념을 넘어서고 지방분권모델 마련 등 우리 정치가 풀지 못하고 있는 가치들을 지향했다. 현재 지사는 연구소 상임고문이기도 한데 최근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정당정치 현실이 국민의 감정을 국가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첫째 지도자 역량의 문제이고 두 번째는 제도의 문제이다. 즉 정당과 3권분립의 헌법적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은 정당대로, 국가가는 국가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과 제도가 지켜지고 주권재민이 실현되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 이것이 대한민국의 제일 큰 과제이다.”

- 세월호법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대립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문제는 여야가 사안의 본질은 외면하고 보수 진보 진영 논리에 따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 이데올로기로 보면 대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게 되고 상대를 사악한 존재로 보면 합의는 없다. 상대방을 이데올로기로 묶어버리면 타협 어렵다. 현재 여야 정치가 그렇다. 현실 정치인과 보수진영은 ‘공익’을 위해 좀 더 물러나고 진보진영도 이데올로기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이데올로기라는 선과 악의 싸움에 공익은 존재할 수 없다.”

- 최근 ‘차기 주자’ ‘잠룡’ 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그것은 저에 대한 외부의 평가일뿐 저는 지사로서 도정에 충실하려고 한다. 지방정부 열심히 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일부에서 문재인 의원을 대신할 차기 주자라는 분석도 있는데.

“문재인 의원은 양심적인 소신과 신념을 지닌 존경하는 선배이다. 저와 비교는 정치공학적인 것 같고 저는 저의 직분에 충실할 뿐이다.”

- 최근 도당 토론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도정을 넘어선 다른 뜻을 지닌 행보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저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이 너무 국민에 걱정을 끼치고 있어서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한 것인데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잘 되려면 중앙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대한민국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보자고 한 것이다. 이것이 ‘더좋은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새로운 주권시대’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본다.”

- 주간한국이 창간 50주년이 됐다. 안 지사의 향후 50년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길을 갈 것인가?

“현재 우리나라가 분단국인데 향후 전세계에서 한반도가 분단과 갈등 지역이 아닌 새로운 아시아 중심국가가 돼었으면 한다. 우리 주변 주요 4대 강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평화질서를 대한민국이 중심이 돼 만들어보려고 한다. 한반도 분단 문제를 풀고 아시아가 새로운 평화공존으로 가는 아시아적 질서를 만드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주간한국 창간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박종진기자 jjpark